영상.플레쉬
아버지와 보름달
박상규
2010. 3. 1. 19:15
보름달을 보면 아버지 생각이 난다. 내 아주 어릴적, 장날 저녁이면 어김없이 酒생원과 친구 하시다 늦은 밤이 되서야 건아하게 귀가 하시는 아버지를 싫든 좋든 마중을 나가야 했다. 시골밤의 무서운 귀신들 얘기는 동생과 꼭 잡은 손 안에 잠시 가둬두고, 다릿거리를 지나 큰 길가에 다다를 즈음이면 동네 뒷산에 엄마를 닮은 하얀달이 우리의 길을 밝혀주곤 했다. 약속이나 한듯 동생과 나는 노래를 부른다..... "보름달 둥근달 동산위로 떠 올라 어둡던 마을이 대낮처럼 환해요....." 몇 번을 되돌려 불러야 저 만치서 아버지의 답가(?)가 들려 온다. "가련다 떠나련다 어린 아이 손을 잡고, 감자 심고 수수 심는 두메산골 내 고향에...." "아버지~이!" 약주에 취하고, 흥(?)에 취하신 아버지의 귀에는 아직 아들의 애탄(?)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노래하자 꽃서울 춤추는 꽃서울 아카시아 숲속으로 꽃마차는 달려 간다....." 아까부터 달린 꽃마차는 한참을 지나서야 아들 앞에 아버지를 모셔다 준다. "아버지!" "아이고~내 새깽이들!! 애비가 술 한 잔히따!" (한 잔은? 맨 날 한 잔이래?) 그제서야 동생과 내 손에 갇혀 있던 몽달 귀신 달걀 귀신...들을 풀어 준다. 싸립문을 들어서면 엄마의 잔소리에 아버지를 인수(?) 해 드리고, 동생과 나는 이불속에서............."보름달 둥근달"을 다시 부른다. 2010 정월 대보름날에....(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