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산악회 "영동 민주지산"
수량풍부한 계류, 낙엽송숲길 |
삼도봉(1176), 석기봉(1200), 민주지산(1242) -3.3일('98)
사진:신록의 물한리계곡쪽 조망
삼도봉, 석기봉, 민주지산, 각호산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산행기점인 물한리는 경부고속도로 황간 인터체인지에서 고속도로를 따라 난 도로에 들어서서 나란히 달리다가 영동군 상촌면이 있는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로 가야한다. 도로 몇 군데에 물한리로 간다는 것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다. 주의할 일은 김천으로 가는 도로로 들어서는 일이다. 좌회전을 하지않으면 그럴 염려는 없다. 상촌면으로 들어가는 길은 잘 정비되어 있지만 물한리로 연결되 는 마지막 4,5킬로는 3월초현재 아직 비포장이다. 금년 여름까지 는 포장이 될 듯하다. 물한리를 찾는 사람들이 줄잡아 수만명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한리는 삼도봉에서 황악산으로 진행하는 백두대간과 역시 삼도봉에서 석기봉, 민주지산, 각호산으로 이어지는 1100미터 해발높이와 6킬로에 가까운 능선에 둘러싸인 산골짜기 동네이다. 삼도봉과 민주지산, 석기봉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사계절 수량이 풍부하여 이곳을 여름에 휴식을 취할만한 이상적 인 장소로 만들고 있다. 울창한 서늘한 숲과 계곡, 1200미터를 오르내리는 높은 산들은 물한리를 레저활동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만들어준다.
산행기:
물한계곡 주차장을 지나면 다리가 나온다. 다리를 지나 조금 들어가면 황룡사로 들어가는 길과 공터, 공터옆에 조그마한 집이 보인다. 산행길은 집뒤로 난 큰 길이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 주위의 산은 계곡쪽으로 바싹 다가서지만 조금 들어가면 계곡안은 훤히 넓어지기 시작한다. 조림이 안된 일반 숲은 활엽수와 소나무가 혼재하고 있지만 조림으로 형성된 숲은 낙엽송이나 잣나무 숲이다. 입구에서 20분쯤 올라가면 낙엽송숲이 나타난다. 시원시원하게 자란 낙엽송숲이 조림된 지역은 개울가 평탄한 공지에 황갈색 솔가리를 폭신하게 깔고 있어서 아늑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잣나무숲은 봄기운을 잔뜩 피울 정도로 솔잎은 청청하게 푸르고 수피는 싱그러움을 풍기는 회갈색이다. 평지엔 이미 눈을 보기가 어려워졌지만 개울물 소리는 요란하다. 높은 곳에 쌓인 눈이 본격적으로 녹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큰바위 너럭바위 사이로 흘러오던 물줄기가 소에 포말을 내며 쏟아져 내릴 때 물빛의 푸르름은 한껏 발산되는데 그 싱그러움은 봄날의 포근한 기온에 몸이 더워진 어제 같은 날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원한 느낌을 준다. 그 시원함 속에는 목마름을 축이는 기능도 들어있다. 맑은 생수를 마실 때 목을 타고 내릴 때 주는 해갈의 느낌이 축약되어 있다고 할까. 오늘은 민주지산을 먼저 오르지않고(지난번 산행때는 민주지산-각호산-물한리 산행)삼도봉으로 가서 민주지산으로 내려오기로 한다. 삼도봉은 물한리에서 가장 긴 골짜기이다. 곳곳에 하얀 폭류와 작은 폭포 위로 곤두박질치는 투명한 푸른 개울물을 보면서 그리고 개울 물소리를 들으면서 평탄한 산길을 올라가면 봄볕이 가득한 숲속의 안온한 기운이 피부로 스며드는 듯하다.
평탄한 산길을 조금 들어가면 삼도봉과 민주지산으로 산행코스가 나뉘는 갈림길이 나온다. 삼도봉 5킬로, 민주지산 3킬로라는 표지판과 화살표 표지판이 서있다. 낙엽송숲과 울창한 잣나무숲을 지나 오른쪽에서 흘러내려오는 개울을 지나 조금 올라가면 다시 야영지로 적합한 평 탄한 낙엽송숲이 나온다. 다시 개울을 지나가기 전 평지옆으로 계류가 깊게 패여 들어간 협곡과 폭포를 볼 수가 있다. 폭포 아래엔 푸르고 깊은 소가 길게 나 물이 일렁거리면서 하류로 내려 가고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두타산 쌍폭 아래의 소와 폭포를 연상케 한다. 또다른 갈림길에서 오른쪽 급경사로 올라가면 길은 대체로 평탄해지면서 구불구불 산비탈을 따라 올라가는데 곳곳에 눈이 쌓인 곳이 많고 눈이 녹은 곳은 진탕을 이루고 있어 걷기가 불편하다. 특별하게 시선을 끄는 괄목할만한 경관은 없다. 밋밋한 산세에 비해 엄청나게 높아보이는 산봉우리를 짐작케 하는 희끗희끗한 산록만이 시야를 채우고 있을 뿐이다.
두시간만에 고갯마루 바로 아래의 빙판(녹고 있어 미끄럽진 않다)을 지나 안부에 도착. 처음엔 삼도봉과 석기봉 사이의 안부로 생각, 내려다 보이는 골짜기가 전북 무주군으로 여겨졌으나 알고 보니 그곳은 경상북도 김천시 부항면 일대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표지판 말뚝만 바람소리를 내고 있었을 뿐 방향을 알려줄 표지판은 달아나고 없었다. 이 안부의 해발높이는 1000미터 안팎이라고 짐작되었다. 이곳에서 시선을 끈 것은 눈에 덮인 채 길게 남쪽으 로 길게 이어진 능선이었다. 지능선으로 보기에 그것은 너무도 당당했고 억세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보니 그것이 덕유산을 거쳐 북상해오는 백두대간이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시야가 투명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안부에서 점심을 먹고 삼도봉은 다음 기회로 미루자면서 급경삿길로 능선위로 올라선다. 쌓인 눈이 녹고 있는 급경삿길은 매우 미끄러웠다. 그런데 능선 위로 올라서서 자그마한 봉우리에 도착해보니 삼도봉이 멀지 않았다. 삼도경계임을 표상하는 기념탑이 그곳이 삼도봉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곳의 조망은 눈앞의 삼도봉, 석기봉, 민주지산, 각호산이 다 보이는 지점이었다. 안부에서 삼도봉으로 오르도록 코스를 만든 사람들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삼도봉에 이르면 우리나라 산맥의 한 중심축을 볼 수 있다. 덕유산, 대덕산을 거쳐온 백두대간이 전라북도와 경상북도 도계를 이루며 북진해오다가 삼도봉에서 충청북도를 만나 방향을 북동쪽으로 바꾸는 것이다. 김천시 황악산을 거쳐 추풍령을 지나기까지의 역정은 삼도봉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삼도봉에서 북으로 뻗은 능선은 민주지산에서 서쪽으로 뻗어 충북-전북경계를 이룬다. 삼도봉에서 민주지산까지는 100미터가 모자라는 4킬로미터이다. 삼도봉옆 안부에서 부터라면 4킬로미터를 넘는 셈이된다.
석기봉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은 삼각봉이 일품이다. 그 뒤에는 민주지산이 웅크리고 있다. 삼도봉에서 이 능선을 종주하는 맛이 장쾌하기까지 한 것은 고도가 어슷비슷하면서 걸어가야 할 능선이 또렷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해빙기의 능선산행은 또 다른 고역이다. 상당부분은 아직 눈이 남아있어서 아이젠을 벗어들고 가기에는 미끄럽다. 석기봉은 조망이 좋고 전북 무주군, 충북 영동군의 계곡과 능선이 내려다 보인다. 일대는 응달이 많아 길이 미끄럽다.삼도봉에서 보면 민주지산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하다. 더구나 이내가 끼이면 원근감은 더해져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 수가 없게 된다. 석기봉에서 민주지산까지는 밋밋한 능선의 연속이어서 걷기에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기보다는 가까이 다가와 주어서 좋았다.(산에서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듯하다) 민주지산에서의 조망은 남으로 우뚝 솟은 석기봉, 북동쪽으로 밋밋한 능선의 파도를 지난 뒤 우뚝 등걸을 일으켜 세운 각호산이 솟아 있는데다가 동으로는 물한리 서쪽으로는 무주군 대불리, 영동군 용화면이 내려다 보여 가슴이 특트인다. 이 지점까지가 이미 5시간이나 걸린 셈이 되어 각호산까지는 가기가 어렵다. 올라갔던 길로 되돌아 100미터쯤 내려오면 물한리로 내려오는 눈덮인 급사면. 글리세이딩이 가능한 지역이다. 이 응달엔 눈이 녹지않아 기분좋은 하산길이 되어준다. 높이 2미터정도의 덩굴류가 포기 포기 띄엄띄엄 설원에서 있는 모양도 보기가 좋다. 반너덜지대였던 것이 눈이 쌓여 발걸음은 가볍다. 다음주까지는 눈이 남아있을 듯하다. 물한리 까지는 1시간 20분이 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