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 벌판에 서 서
실한열매 달아 달라고 기도하는
사과 나무는 자나깨나 자식걱정하시던
내 어머니 마음입니다
‘꽃이 많이 피어야 할 텐데’
한 송이라도 더 피우기 위해
생가지 잘라내는 사과나무는
다친 손을 매주며 더 아파하시던
내 어머니 마음입니다
꽃을 피우고
더 많은 열매로 맺힐수 있도록
나비, 벌, 바람까지 불러오는 사과나무는
자식들 모두 다복해 지길 바라시던
내 어머니 마음입니다
튼튼한 사과 하나 남긴 채
가지 가득 모여 달린 사과들을
스스로 솎아 내는 사과나무는
안쓰러움을 참고 나를 객지로 보내시던
내 어머니 마음입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농약 속에 살아도
굵게 익힐 열매를 생각하며
웃어 보이는 사과나무는
늘어나는 허전함에 웃음을 채우시던
내 어머니 마음입니다
허리가 무겁도록 사과를 달고도
늘 그랬던 것처럼
무겁다는 내색조차 않는 사과나무는
괜찮다며 내 짐까지 벗어 달라 하시던
내 어머니 마음입니다
아끼던 사과를 따내고
빈 밭에 서 있으면서도
슬픈 기색 보이지 않는 사과나무는
누이를 출가시키며 눈물 참아내시던
내 어머니 마음입니다
사과나무처럼 고향을 지키면서
자식들 잘 사는 게 행복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살아가는 어머니
오늘따라, 내 가슴에 뿌리 내린
어머니, 당신이 더 보고 싶습니다.
윤 보영 낭송:고 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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