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플레쉬
또 한해가 간다 나만의 숲을 가로질러 나오면 마른 내(乾川)가 누워 있다 언젠가는 강이 되는 꿈을 꾸며 한 해, 서른 날쯤 장마에나 바닥을 채우거나, 넘치면서는 며칠을 흐르다 말라 버리는 겨우, 올챙이 몇 마리 키우는 이름뿐인 내(川) 그를 위하여 비라도 내리는 날은 새하얀 밤이, 시뻘겋게 나를 벌 세운다 초가의 굴뚝에서 콧물과 눈물을 주워다 약 바르고 하늘 가득, 옥구슬 되어 구르는 노래 되라고..... 그때마다, 마른 내의 컥컥 거리는 발성연습이고 말지만 희망은 언제나, 희망으로 살아남아 오늘을 걷는다 마른 내 건너면, 공동묘지가 있다 지켜선 소나무보다 더 오래 사는 게 싫었거나 모리배(謀利輩)에게, 피 말려 퍼렇게 누운 한숨과 눈물이거나 혀(舌) 하나만 가지고 살다 문드러져 귀에 입 걸친 나라 살림 축내는 서생원(鼠生員)이거나 사술(詐術)에 눈 귀 먼 체 아름다운 세상 되리라, 꿈 깨기 싫은 정상배(政商輩)이거나 이도 저도 아닌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누구처럼 살다 간 처사(處士)이거나 이, 면면(面面)들과 반(半)은, 안면(顔面)을 터 가는 중이라 경외감(敬畏感)도 잊고, 질문 꺼릴 궁상하느라 가만히 멈춰 선다 이 걸음에게, 주,조연(主,助演)은 아니어도 스포트라이트에 오케스트라, 관중, 청중 있는 무대 위에 단, 한 번의 단역일 망정, 혹시 환희(歡喜)로 전율할 뻔한, 착오(錯誤)의 순간마저도 없었는지 질문도 하기 전에 언감생심(焉敢生心)이, 칼바람으로 후려친다 벌써, 저승으로 아니 불린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빠른 걸음이, 공동묘지를 떠난다 뒤통수 머리카락 움켜 쥐 이듯 걸어온 길이 추워 오는데 눈이 내린다 처연(凄然)한 함박눈..... 저문 하루가 눕는다 또, 한 해가 눕는다 부디, 환희(歡喜) 가득한 새해 알리는 서설(瑞雪)이 거라 무자년을 마지막날에.... <옮긴글> 邨 夫 Ador/또 한해가 간다 中에서... December. 30. 2008 深谷.,·´˝"`˚♪♥♡ ♬♪ 가는세월/서유석
나만의 숲을 가로질러 나오면 마른 내(乾川)가 누워 있다 언젠가는 강이 되는 꿈을 꾸며 한 해, 서른 날쯤 장마에나 바닥을 채우거나, 넘치면서는 며칠을 흐르다 말라 버리는 겨우, 올챙이 몇 마리 키우는 이름뿐인 내(川) 그를 위하여 비라도 내리는 날은 새하얀 밤이, 시뻘겋게 나를 벌 세운다 초가의 굴뚝에서 콧물과 눈물을 주워다 약 바르고 하늘 가득, 옥구슬 되어 구르는 노래 되라고..... 그때마다, 마른 내의 컥컥 거리는 발성연습이고 말지만 희망은 언제나, 희망으로 살아남아 오늘을 걷는다 마른 내 건너면, 공동묘지가 있다 지켜선 소나무보다 더 오래 사는 게 싫었거나 모리배(謀利輩)에게, 피 말려 퍼렇게 누운 한숨과 눈물이거나 혀(舌) 하나만 가지고 살다 문드러져 귀에 입 걸친 나라 살림 축내는 서생원(鼠生員)이거나 사술(詐術)에 눈 귀 먼 체 아름다운 세상 되리라, 꿈 깨기 싫은 정상배(政商輩)이거나 이도 저도 아닌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누구처럼 살다 간 처사(處士)이거나 이, 면면(面面)들과 반(半)은, 안면(顔面)을 터 가는 중이라 경외감(敬畏感)도 잊고, 질문 꺼릴 궁상하느라 가만히 멈춰 선다 이 걸음에게, 주,조연(主,助演)은 아니어도 스포트라이트에 오케스트라, 관중, 청중 있는 무대 위에 단, 한 번의 단역일 망정, 혹시 환희(歡喜)로 전율할 뻔한, 착오(錯誤)의 순간마저도 없었는지 질문도 하기 전에 언감생심(焉敢生心)이, 칼바람으로 후려친다 벌써, 저승으로 아니 불린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빠른 걸음이, 공동묘지를 떠난다 뒤통수 머리카락 움켜 쥐 이듯 걸어온 길이 추워 오는데 눈이 내린다 처연(凄然)한 함박눈..... 저문 하루가 눕는다 또, 한 해가 눕는다 부디, 환희(歡喜) 가득한 새해 알리는 서설(瑞雪)이 거라 무자년을 마지막날에.... <옮긴글> 邨 夫 Ador/또 한해가 간다 中에서... December. 30. 2008 深谷.,·´˝"`˚♪♥♡ ♬♪ 가는세월/서유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