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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해가 간다/무자년의 마지막 날

박상규 2008. 12. 31. 15:32


또 한해가 간다

나만의 숲을 가로질러 나오면 마른 내(乾川)가 누워 있다
언젠가는 강이 되는 꿈을 꾸며
한 해, 서른 날쯤 
장마에나 바닥을 채우거나, 넘치면서는 며칠을 흐르다 말라 버리는
겨우, 올챙이 몇 마리 키우는 이름뿐인 내(川)
그를 위하여 비라도 내리는 날은
새하얀 밤이, 시뻘겋게 나를 벌 세운다
초가의 굴뚝에서 콧물과 눈물을 주워다 약 바르고
하늘 가득, 옥구슬 되어 구르는 노래 되라고.....
그때마다, 마른 내의 컥컥 거리는 발성연습이고 말지만
희망은
언제나, 희망으로 살아남아 오늘을 걷는다
마른 내 건너면, 공동묘지가 있다
지켜선 소나무보다 더 오래 사는 게 싫었거나
모리배(謀利輩)에게, 피 말려 퍼렇게 누운 한숨과 눈물이거나
혀(舌) 하나만 가지고 살다 문드러져
귀에 입 걸친 나라 살림 축내는 서생원(鼠生員)이거나
사술(詐術)에 눈 귀 먼 체
아름다운 세상 되리라, 꿈 깨기 싫은 정상배(政商輩)이거나
이도 저도 아닌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누구처럼 살다 간 처사(處士)이거나
이, 면면(面面)들과 반(半)은, 안면(顔面)을 터 가는 중이라
경외감(敬畏感)도 잊고, 질문 꺼릴 궁상하느라 가만히 멈춰 선다
이 걸음에게, 주,조연(主,助演)은 아니어도
스포트라이트에 오케스트라, 관중, 청중 있는 무대 위에 
단, 한 번의 단역일 망정, 혹시
환희(歡喜)로 전율할 뻔한, 착오(錯誤)의 순간마저도 없었는지 
질문도 하기 전에
언감생심(焉敢生心)이, 칼바람으로 후려친다
벌써, 저승으로 아니 불린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빠른 걸음이, 공동묘지를 떠난다
뒤통수 머리카락 움켜 쥐 이듯 걸어온 길이 추워 오는데
눈이 내린다 처연(凄然)한 함박눈.....
저문 하루가 눕는다 또, 한 해가 눕는다
부디, 환희(歡喜) 가득한 새해 알리는 서설(瑞雪)이 거라
무자년을 마지막날에....
<옮긴글> 邨 夫 Ador/또 한해가 간다 中에서...
December. 30. 2008  深谷.,·´˝"`˚♪♥♡
♬♪ 가는세월/서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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