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위들의 모습이 이상하다. 매끄러운 화강암이나 대리석처럼 생기지 않았다. 겉면이 꼭 레미콘 부어 놓은 것 같다. 아니 레미콘보다는 더 큰 자갈이나 돌들이 레미콘처럼 굳어 있다. 손으로 떼어 내며 떨어질 것 같지만 단단한 바위다. 바로 역암이다.
학자들에 의하면 물 아래에 쌓여서 생겨난 바위들은 이암, 사암, 역암이 있다고 한다. 이암은 진흙처럼 고운 퇴적물이 쌓여서 된 바위이고, 사암은 모래 알갱이들이 쌓여서 된 바위이다. 그리고 자갈이나 돌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바위가 역암이란다.
4월 12일(토) 오전 8시, 산을 사랑하는 '풀꽃산행'팀 36명은 전북 진안에 있는 마이산을 향하여 광주를 출발하였다. 마이산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들으려고 하는 것 같은 신비함을 지니고 있는 산이어서 모두 기대하는 산이다.
사람들은 보통 마이산에 다녀온다고 하면 남부 주차장에서 길을 따라 올라가 탑사를 넘어 마이산 두 봉우리 사이에 놓인 450여개의 개단을 올라 북부 주차장 근방까지 다녀오는 것을 말한다. 양 옆에 서 있는 거대한 바위 봉우리들을 보면서 신비함에 젖어 드는 것이다.
우리들의 마이산 산행은 두 봉우리 사이를 지나가는 산행이 아니라 두 봉우리를 향하여 뻗어 있는 능선을 따라 걸어가면서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거대한 봉우리의 모습을 찾는 색다른 산행을 계획한 것이다.
|
|
봄이 왔어도 능선 산길엔 지난 가을에 떨어진 낙엽들이 뒹굴고 있고, 그 붉은 단풍을 다 털어 내고 겨울 내내 서 있던 나무들도 앙상한 가지들만 하늘을 향하여 흔들거린다. 나뭇가지들이 잘라 놓은 삭막한 풍경은 사진을 찍기도 힘들다.
그러나 자세히 다가가면 기지개를 켜고 있는 가지에 연록의 빛이 점점 퍼지기 시작하고 있다. 보일 듯 말 듯 나뭇가지에 찍혀지는 연록의 점들이 마음을 푸르게 적신다. 봄 산행의 멋이다. 가는 발길 자국마다 녹색의 점들이 찍힌다.
|
|
마이산으로 향하는 능선에 올라 전망 장소에 도착했다. 마이산은 하나의 연꽃 봉우리처럼 보인다. 암마이봉이 뒤에 있는 숫마이봉을 살포시 가린 것이다. 하지만 숫마이봉을 아주 가린 것이 아니라 꽃잎 하나처럼 옆으로 조금 삐져나와 있다.
멀게만 보이던 마이산 바위 봉우리가 점점 다가갈수록 더 또렷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피어나는 연꽃처럼 생긴 마이산 바위 봉우리 앞에는 차곡차곡 걸쳐 있는 다른 바위 봉우리들이 펼쳐져 있고, 그 바위 위에 자라고 있는 푸른 소나무 띠가 물감처럼 뻗어 있다.
저 산 아래 남부주차장에는 많은 차들이 눈에 띈다. 남부주차장에서 탑사를 잇는 1.5km의 길에 벚꽃이 만발하여 마이산 ?꽂축제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길을 따라 하얗게 펼쳐진 꽃구름이 산위에까지 올라올 것 같다.
낮12시 30분. 탄금봉 부근 편안한 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봄 산에서 느낄 수 있는 기운에 흠뻑 빨려든 일행들은 배고픈 줄도 모르고 마이산을 보면서 걸었던 것이다.
점심을 먹으면서 바라본 비룡대(527m)에는 팔각정이 서 있다. 산행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지자체에서 지어 놓은 정자인 것이다. 길쭉하게 뻗은 바위 봉우리 위에 세워놓은 정자는 나름대로 멋을 자아내게 한다.
오후 3시, 비룡대 팔각정에 올랐다. 마이산 봉우리가 우리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한다. 팔각정을 이곳에 세워 놓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아무리 보아도 싫지 않은 두 봉우리이다. 말의 귀처럼 우뚝 솟은 두 봉우리의 모습이 아닌 것이 아쉬웠다.
|
|
|
1979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전북 진안 마이산은 중생대 백악기 약 1억 년 전까지 담수호였으나 큰 홍수 때 모래, 자갈 등이 물의 압력에 의하여 이루어진 수성암으로 쌓였다가 약 7천만 년 전 지각 변동으로 솟아올라 지금의 신비한 바위산이 되었다고 한다.
멀리서 마이산을 바라보면 영락없이 말의 귀처럼 두 바위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다. 그래서 마이산(馬耳山)이라고 하였단다. 마이산의 두 봉우리 중 동쪽 봉우리를 숫마이봉, 서쪽 봉우리를 암마이봉이라고 한다. 4년 전만 하더라도 암마이봉 정상까지 등산이 허락되었으나 2004년부터 식생을 복원하기 위하여 자연 휴식년제를 실시하고 있어서 폐쇄되어 있다. 바위인데 식생의 보호라기보다는 너무 위험하여 출입을 통제한 것 같다.
바위들만 가득한 봉우리 사이에 진달래 분홍빛이 감돌고 있다. 너무 멀어서 망원렌즈로 당겨도 희미하다. 하지만 그 봉우리 사이에 피어나는 분홍빛 진달래가 우리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거대한 바위 봉우리 틈새에 뿌리를 뻗어 자라고 있는 진달래라니.
그 거대한 암마이봉에 오르지 못하니 탑사로 내려 올 수밖에 없다. 아쉬운 마음을 가득 싣고 터덜터덜 탑사로 내려오는 길에서 자꾸 고개를 돌려 그 거대한 마이산 바위 봉우리를 뒤 돌아 본다.
오후 4시, 마이산 봉우리를 바라보면 걸었던 약 13km의 능선이 어느새 뒤에 있다. 하산하기에 조금은 이른 시간이다. 이갑용 처사가 세웠다는 80여개의 신비한 돌탑을 한 번 둘러보고 꽃구름 가득한 벚꽃길을 내려간다. 주위에서 흑돼지 굽는 냄새가 유혹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