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정보

춘향의 사랑이 숨쉬는곳 / 남원

박상규 2009. 7. 7. 21:30
예로부터 남원은 천부지지(天府之地) 옥야백리(沃野百里)라고 하였다. 천부지지는 하늘이 고을을 정해준 땅이라는 의미이며, 옥야백리는 비옥한 들판이 넓게 펼쳐져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남원이 살기 좋은 고장이라는 것.

소설가 김동리는 남원에 대해 "옛 고을 봄 늦어 찾아드니/광한루 숲 속에 있고 오작교 물 위에 떴네(중략)… 이별의 오리정이 한에 겨워 흐느낀다"라며 춘향의 애절한 목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영원한 사랑의 무대, 광한루와 오작교

광한루(廣寒樓)는 남원하면 떠오르는 가장 유명한 장소다. 성춘향과 이몽룡이 처음 만나 사랑을 맺은 장소로, 광한루 아래에 펼쳐진 연못 위에 세워진 오작교와 어울려 더욱 운치가 있다. 오작교는 길이 33m로 아담하고 평범한 모습이지만 춘향과 몽룡의 사랑이 스며든 곳이기에 평범한 다리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연못 안에는 도교에서 신선이 사는 곳으로 일컫는 세 개의 섬이 있다. 봉래(蓬萊), 방장(方丈) 두 섬에는 각각 백일홍과 대나무를 심고, 영주(瀛州) 섬에는 작은 정자를 세웠다.

춘향과 몽룡의 사랑이 시작된 광한루(장원수기자)
광한루는 조선시대 명정승인 황희가 남원으로 유배됐을 때 지은 것으로, 원래 이름은 광통루(廣通樓)였다. 세조 때 정인지가 그 수려한 경치에 감탄해 흡사 달나라에 있는 궁전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처럼 아름답다 하여 광한루라 고쳐 부르게 됐다고 한다. 150여년을 지탱했으나 정유재란 때 불탄 것을 인조 16년(1638)에 복원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정면 5칸, 측면 4칸 팔작지붕의 광한루에 올랐다. 지붕을 새까맣게 메운 옛 선인들의 글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들은 여기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라의 운명, 임금에 대한 충성, 아니면 가족에 대한 사랑…. 녹음 그림자가 광한루 앞 연못을 진한 연ent빛으로 물들인다. 같이 여행 온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구성진 말다툼이 정겹다. 오작교 위에서 잉어 먹이를 주던 학생들이 신기한 듯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오작교를 건너면 부부간 금슬이 좋아지고 자녀가 복을 받는다는 전설 때문인지 오고감이 끊이지 않는다.

남원 출신인 조선 초 학자인 눌재 양성지(梁誠之)는 "좋은 날 관리되어 높은 누각에 오르니/오른 걸음 바야흐로 백척간두에 있네/끝없는 관하에 가을은 정녕 좋아/한 다락 음풍농월 주체키 어렵구나.(중략)… 허다한 호걸들 누각에 찾아와 시를 읊었지만/남는 것은 오직 난간 밖 물소리뿐이로다"며 광한루에 대한 정감을 응축한 시를 썼다.

"쏟아지는 계류에 탁족이라도 하고 싶어"

뱀사골은 반야봉과 명선봉 사이의 울창한 수림지대를 맑은 계류가 기암괴석을 감돌아 흐르면서 숱한 소와 명소를 일구어 놓은 지리산 계곡 가운데 경치가 가장 빼어난 곳이다. 소와 담, 폭포가 변화무쌍해 우리 산의 계곡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계곡을 거슬러 오르면 바위와 물과 숲의 아름다움이 온몸에 새겨진다.

뱀사골이라 부르게 된 것에 대하여 여러 이야기가 분분하나, 용이 못된 이무기의 전설에서 연유했다는 것이 가장 널려 알려져 있다. 뱀사골의 들머리는 반선(半仙). 신선이 되기 전에 이무기의 밥이 되어 반쪽 신선밖에 못됐다는 뜻이다. 수려한 암반이 어우러진 계곡 초입만 봐도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반선에서 1시간 정도 오르면 큼직한 바위와 깊고 푸른 소가 나온다. 용이 승천하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는 요룡대(搖龍臺)다.

푸른 계곡수가 시원한 뱀사골. < 남원시청 제공 >
요룡대를 굽어보는 와운교를 건너 곧장 도로를 따라 가면 하늘 아래 첫 동네인 와운마을. 워낙 산세가 험해 지나가던 구름도 아예 누워서 쉬고 간다는 말이 있다. 마을 뒤편 능선 끝자락에는 노송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424호인 지리산천년송이다. 요룡대에서 탁용소(濯龍沼)를 지나 금포교까지는 뱀사골에서 가장 수려한 계곡미를 자랑한다. 탁용소는 이무기가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다가 떨어져 파였다는 곳으로 이리저리 파인 암반 틈새로 푸른 계곡수가 대조를 이룬다.

뱀이 꿈틀거리는 형상의 뱀소, 바위 틈 물길이 병을 닮았다는 병소(甁沼), 병풍 같은 바위 사이로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흐르는 병풍소(屛風沼), 소원 들어주던 고승의 영험이 지금까지 이어진다는 재승대(再承臺) 등 신록이 우거진 계곡을 오르다보면 푸른 숲과 푸른 물에 온몸이 푸르게 물든다. 해발 800m 지점에 자리한 간장소는 그 옛날 보부상들이 하동에서 소금짐을 짊어지고 화개재를 넘어오다 빠져 이름이 붙었다. 입구에서 여기까지 약 3시간 정도 걸린다.

짙어진 녹음 사이로 힘차게 내리꽂는 물줄기

구룡폭포는 주천면 호경리에서 덕치리까지 펼쳐지는 구룡계곡 안에 있는 폭포다.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 사이로 쏟아지는 폭포수 아래 깊이를 알 수 없는 푸른 소가 남원 8경 중 제1경으로 꼽힌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 마리의 용이 어울렸다가 한자리씩 자리 잡고 노닐다가 다시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는 구룡폭포. 
주천 방면
지리산국립공원 관리소를 지나면 물살에 패여 바위의 모양이 마치 소나 말의 먹이통인 구유처럼 생긴 곳이 나온다. 이 지방의 사투리인 구시를 써서 '구시소'라 한다. 물 가운데에 거대한 바위가 우뚝 솟아올라 낚시를 즐겼다는 조대암(釣臺岩)을 지나 45도 각도로 급경사를 이룬 암반 위로 흘러내린 물이 깊이 고인 유선대(遊仙臺)에 이른다. 이 유선대 가운데에 높이 20m의 반반한 바위가 우뚝 서 있어 5∼6명이 앉아 놀기에 족하다. 바위에 금이 많이 그어져 있기 때문에 신선들이 바둑을 두었다는 전설이 있다.

유선대로부터 500∼600m쯤 거리에 뾰족한 봉우리가 계곡물을 내지르는 듯 흐르는 물이 아름다운 지주대(砥柱臺)가 있다. 여기에서 북쪽으로 1㎞ 지점에는 90도 각도로 깎아지른 층층암석을 타고 물이 흐르는 비폭동(飛瀑洞)이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계곡을 가로질러 선 바위 가운데에 뚫린 구멍 사이로 물이 통과하는 석문추(石門湫)를 지나면 구룡계곡의 백미라 일컫는 구룡폭포에 이르게 된다. 포말처럼 떨어지는 폭포와 절벽으로 둘러싸인 용소에는 낮에도 운무가 감돌아 금세라도 용이 튀어나와 승천하는 듯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천년 세월을 버티고 선 실상사

실상사(實相寺)를 찾았다. 사찰이 산 중턱이나 계곡 옆에 있지 않고 농가에 있다. 일주문도 없다. 해탈교를 건너자 연꽃을 심은 논이다. 연화부수(蓮花浮水)형 사찰이라고 하더니, 지천이 연꽃이다. 들머리에 '지리산 실상사'라고 나무기둥으로 받쳐 쓴 현판이 정겹다. 천왕문을 지나 경내에 들어서니 오래된 석탑과 석등, 그리고 빛바랜 단청의 보광전이 중앙에 위치해 있다. 동서로 나란히 서 있는 쌍둥이 삼층석탑의 상륜부는 불국사 석가탑의 상륜부 복원 때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큰 키의 석등 앞에는 석등에 불을 붙일 때 사용했던 돌계단이 놓여 있다.

구산선문의 으뜸 사찰, 실상사. 
보광전에서 오른쪽으로 20m쯤 거리에 약사전이 있다. 이 약사전 안에는 높이 2.69m의 거대한 철불이 모셔져 있다. 풍만한 상체를 지닌 철불은 결가부좌의 자세로 천왕봉을 바라보고 있는데 대좌가 아닌 흙바닥에 앉아 있다. 요사채 뒤로는
극락세계를 주관하는 아미타불을 모신 극락전이 있다. 남원문화원 박찬용 사무국장은 "실상사는 구층목탑이 황룡사 구층목탑보다 10m가 더 높고 스님이 3000여명이 살 정도로 큰 절이었다. 하지만 두 번의 큰 화재로 천왕문의 가람배치가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지금처럼 작아졌다"고 말했다.

실상사는 신라 흥덕왕 3년(828) 당나라에서 유학한 홍척국사가 창건한 신라 구산선문 중 최초의 선종사찰이다.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땅의 기운이 지리산을 거쳐 일본 후지산까지 이어져 그 기운을 막기 위하여 삼층석탑 2기와 4000근이나 되는 약사여래철불상을 모셔 정기가 일본으로 흘려가지 않게 했다고 한다. 보광전 내 범종에는 일본 열도가 그려져 있는데 스님들이 예불 때마다 두드린 탓에 홋카이도와 규슈지방만 남고 나머지는 거의 희미해졌다.

최명희 생애와 소설 속 배경, 혼불문학관

소설 < 혼불 > 의 작가 최명희를 만나기 위해 혼불문학관을 찾았다. '혼불마을'로 지정된 사매면 서도리는 < 혼불 > 의 배경이자 소설 속에 등장하는 청암 부인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문학관은 작가의 집필실과 취재수첩, 육필원고 등을 전시한 전시관과 문학기행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교육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문학관 주위에는 소설의 배경이 됐던 '종가', '청호저수지', '노적봉' 등이 있어 < 혼불 > 의 감흥을 느낄 수 있다.

최명희의 속삭임이 들려오는 듯한 혼불문학관. 
< 혼불 > 은 최명희가 1980년 4월부터 1996년 12월까지 17년 동안 혼신을 바친 대하소설로, 20세기 말 한국문학의 새 지평을 연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 때 사매면 매원 이씨 양반가를 지키려는 3대의 며느리들과 거멍굴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선조들의 숨결과 손길, 염원과 애증을 우리말의 아름다운 가락으로 생생하게 복원하여 형상화했다.

최명희는 < 혼불 > 을 쓰면서 "쓰지 않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때때로 나는 엎드려 울었다.…(중략) 핑계만 있으면 안 써보려고 일부러 한눈을 팔던 처음과 달리 거의 안타까운 심정으로 쓰기 시작한 이야기 < 혼불 > 은 드디어 나도 어쩌지 못할 불길로 나를 사로잡고 말았다"고 했다. 글쓰기의 고통이 얼마나 힘겨운지 절절히 묻어난다.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전주IC로 빠져 전주-남원 산업도로(17번국도)를 이용한다. 대구나 광주에서 올 경우에는 88고속도로 남원IC에서 빠지면 된다. 서울(
센트럴시티 호남선터미널)에서 남원행 고속버스가 1일 15회 운행. 3시간 40분 소요. 철도는 하루에 서울역-남원역간 16번 다닌다. 광주에서는 30분 간격으로 시외버스가 배차되며, 부산에서는 1시간 간격으로 하루에 6회 운행한다.

남원은 이런 곳이에요

전라북도 동부 산지의 아랫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남원시는 동쪽과 남쪽은 지리산지, 북쪽은 진안고원, 서쪽은 적성강과 요천(蓼川)에 의해 구획되고 있다. 동쪽은 지리산을 사이에 두고 경상남도의 함양군, 하동군과 접한다. 북쪽으로는 장수군, 서쪽으로 임실군과 순창군, 남쪽은 곡성군, 구례군과 접하고 있다. 면적은 753.00㎢. 인구 8만9000여명.

연락처

종합관광안내센터 063-632-1330
광한루원 안내 063-632-1771
혼불문학관 063-620-6788
남원고속버스터미널 063-632-2000


맛집

새집추어탕/40여년 전통을 자랑하는 식당. 처음 시작할 때 지붕을 억새로 만들어 얻은 이름이다. 추어탕(7000원), 추어숙회(大 4만5000원·中 3만5000원) 063-625-2443

부산집/광한루 옆 옛 육남시장터 천변에 있다. 추어탕(7000원), 추어숙회(4만원), 추어전골(4만원) 063-632-7823

에덴식당/주천면 고기리, 지리산 자락 정령치 들머리에 있다. 직접 채취하거나 마을 주민들이 채취한 산나물을 쓴다. 산나물백반(6000원) 063-626-1633

전주식당/뱀사골 초입에 있으며 50년 전통에 2대째 운영하고 있다. 지리산 등산객들 사이에는 유명한 식당이다. 산채정식(1만5000원), 산채백반(1만원), 산채비빔밥(6000원), 더덕구이정식(2만원) 063-626-3362

숙박

중앙하이츠 콘도/남원시 산곡동, 교룡산성 가기 전에 있다. 객실수 153개. 063-626-8080

대덕리조트/24번 국도 옆, 운봉읍에 있다. 063-634-1234
지리산파크텔/뱀사골계곡 입구에 있다. 64개의 객실로 50평이 넘는 콘도형 객실이 인기가 높다. 063-626-2114

그린피아모텔/남원시에서 구룡폭포 가는 국도 옆에 자리한 4층의 하얀색 건물. 시설이 깔끔하다. 063-636-7200

견우와 직녀의 슬픈 전설이 깃든 곳

오작교는 수천 년의 세월에 걸쳐 단순히 아름다운 돌다리를 넘어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끈끈한 상징이 됐다. < 남원시청 제공 >

일만 명의 넋이 잠든 곳

정유재란 때 왜적을 맞아 남원성을 지키려다 순절한 민·관·군 일만명을 합장한 무덤으로 매년 9월 26일 만인의사 순의제향을 지내며 선조들의 마음을 기리고 있다.

춘향 테마파크

임권택 감독의 < 춘향뎐 > 영화촬영 세트장을 비롯해 춘향과 몽룡의 만남, 맹약, 사랑과 이별, 시련, 축제 등 다섯 개의 사랑 마당으로 꾸며 놓았다. 

뱀사골

비단결 같은 계곡과 원시림, 기암괴석 사이로 흐르는 시원한 폭포수는 천혜의 절경인 뱀사골이 아니면 찾아볼 수 없다. 

몽심재(夢心齋)

대문을 들어서면 넓은 마당이 보이며, 그 뒤편에 바깥채와 중간 문을 각각 높은 축대 위에 세웠다. 건물들이 높이 솟아 있음에도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멋을 자아낸다. 

금동 5일장

남원상설시장이 지리산 특산물이나 농산물을 주로 파는 데 비해 이 지역에서는 귀한 수산물이나 어패류를 파기 때문에 서민들이 많이 이용한다. 

지리산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은 5개 시·군을 아우르는 도보 트레일(300여㎞)이다. 정겨운 숲길, 논두렁길, 둑길을 따라 지리산이 보듬어 온 문화와 역사를 느낄 수 있다. 

구(舊) 서도역 영상촬영장

1932년에 지어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역사로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으로 손꼽힌다. < 남원시청 제공 >

교룡산성

장구한 세월을 겪는 동안 동문인 홍예문 좌우편으로 500m만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고, 나머지는 모두 흔적이 없어졌다. < 남원시청 제공 >

허브축제

매년 6월이면 운봉읍
용산리 일대 70㏊는 허브에 취한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또 허브 체험과 공연도 즐길 수 있다. < 남원시청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