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산[靈竺山 681.5m] : 경남 창녕군 계성면 | |
산행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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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산(영취산) 등산안내도 | | 창녕군 계성면 시장 통 골목길을 돌아 길모퉁이에 다소곳이 서있는 영산향교의 작은 표지석은 영축산(681.5m) 산행의 들머리임을 알려준다. 왼쪽으로는 태자봉의 순한 봉우리가 마중한다. 향교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의 지명은 교리다. 교리에는 경남 유형문화재 213호 영산향교와 경남 문화재자료 109호로 지정된 신씨(靈山辛氏) 고가를 비롯하여, 200 여 년 자리를 지켜온 조선 사대부의 고옥들이 이 땅의 역사를 말하고 있다.
영명사를 지나 산길로 접어든다. 등산화 아래 낙엽이 바스락거린다. 산행시작 30분쯤 되었고 등산로의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한다. 고개를 숙이고 50여m를 정신없이 올라서서 다리쉼을 하노라니 지나온 발치 아래 허물어진 석축이 보인다. 석축의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섰다. 허물어지긴 했어도 뚜렷한 성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 석축이 바로 영축산(영축산성)이다.
영축산성은 신라의 침범을 막기 위하여 가야가 축성한 것으로, 그후 임진왜란 때 수축하여 접전하였다고 전한다. 이등변삼각형 모양의 이 산성은 산이 가지고 있는 자연적인 조건을 최대한 이용하였으며 면적은 37,500여 평에 달한다. 영축산성에는 성문이 하나가 있는데 지금 우리가 올라온 길이 그 유일한 문이다. 그리하여 이 골짜기를 산성골이라 부른다.
산성 안 골짜기에 물길을 막아 놓은 몇 개의 보가 보인다. 지금은 퇴적물이 쌓여 막혀 버렸지만, 그 옛날 성을 축조할 당시에 만들어진 가뭄대비 비상식수확보용 보란다. 산성 안의 등산로는 부드러운 흙길이다. 남쪽으로 흐르는 산줄기 위에 나란히 누운 무덤 2기를 지나면 경사는 더욱 가팔라진다.
경사진 흙길을 단숨에 치고 오르면 사면을 횡단하는 완만한 등로가 산성의 북면 산줄기와 맞닿아 삼거리 길을 만든다. 영축산 상봉은 오른쪽이고 왼쪽으로는 632m봉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다. 여기서 우리는 서쪽의 632m봉으로 진입한다. 용이 승천하면서 흔든 꼬리에 맞아 쪼개졌다는 용난바우를 지나면 632m봉이다.
632m봉의 꼭대기는 넓은 반석으로 형성되어 있고, 서쪽에서 보이는 모양새는 마치 다슬기 껍질이 회전하는 원뿔의 형상이다. 멀리까지 시야가 트여 조망을 즐기기에 아주 좋은 봉우리다. 남쪽으로는 낙남정간의 불모산, 천주산, 무학산, 여항산의 줄기가 펼쳐지고, 서쪽에는 자굴산 넘어 하늘금으로 지리산이 보인다. 북쪽으로는 황매산과 가야산, 비슬산이 다가오고, 동쪽에는 낙동정맥의 연봉이 지척에 보인다.
국립지리원 발행 5만분의 1 지형도는 이곳이 오직 632m봉일뿐, 영축산의 상봉은 북동쪽 봉우리며 이름 또한 영취산(靈鷲山)으로 달리하고 있다. 영축산의 본래 이름은 수리뫼라 하였는데 불교의 전파와 함께 영축산으로 바뀌게 되었다. "한자로 영취산(靈鷲山)이라 표기하나 부를 때는 영축산이라 해도 천축(天竺)의 축산(竺山)이란 뜻을 가지니 영축산이라 부름이 타당하다"고 창녕군 지명사는 적고 있다.
632m봉을 뒤로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 상봉으로 향한다. 눈앞에서 이어지는 산줄기는 하얀 화강암이 노출된 암릉이다. 그런데 사철 푸른 솔숲으로 뒤덮이는 영축산의 소나무들이 온통 상고대가 피어난 듯 하얗게 보인다. 몇 년 전 일어난 산불로 인하여 영축산 일대가 온통 새까만 재 속에 묻혀버린 것이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운 좋은 몇 그루 소나무가 바위덩어리를 방패로 불길을 피해 살아 남았다.
등산로는 바위를 오르고 내리며 돌아간다. 난이도는 없지만 영축산 산행은 암벽등반도 포함한다. 슬랩도 오르고 침니도 통과한다. 두 개의 뾰족한 암봉을 횡단하여 잿마루로 내려서서 다시 바윗길을 오른다. 한참의 오름길이 끝난 후 숨을 돌리고 커다란 입석을 돌아서 오르니 상봉이다. 가장 높아 보이던 봉우리였고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오른 것이다. 상봉을 알리며 서있는 정상 표지석과 측량을 위해 설치해 둔 삼각점이 눈에 들어온다.
왼쪽으로 저만큼 발치 아래 바위에 매달린 듯 구봉사가 내려다보이고, 꼬깔봉으로 이어지는 줄기는 동진하며 흐른다. 경사가 가파른 마사토의 등산로는 걸음 걷기에 여간 불편하지 않다. 북풍이 이리저리 스러진 죽은 소나무가 길을 막고, 산딸기 덩굴이 자랑이를 잡아당긴다. 이곳에서 등산객들은 제각각 편안한 길을 찾아 움직인 흔적으로 온 사면은 마치 거미줄로 연결된 등산로처럼 보인다.
사면을 내려서니 오른쪽으로 구계리가 봉황의 둥지처럼 산자락에 안기어 단잠에 든 듯 고요하게 보인다. 커다란 바위가 길을 가로막는다. 그런 바위의 등위에 죽은 자를 그리워 추모하는 산자의 감언이 오석에 새겨져 있다. 등산로는 뚜렷하게 만들어져 있다. 꼬깔봉이 눈앞이다. 바위 봉우리 하나를 돌아올라 인기척을 따라가니 더 오를 곳이 없는 꼬깔봉 꼭대기다.
마치 바위로 형성된 봉우리가 꼬깔같이 생겼다하여, 산 아랫동네 할아버지가 불렀고 아버지가 불렀던 그 꼬깔봉이었다. 그런데 객지에 나갔던 아들은 지도 한 장을 들고 와서 꼬깔봉을 병봉(屛峰)이라고 부른다. 그렇다. 국립지리원 발행 5만분의 1 지형도는 이 꼬깔봉을 병봉이라 적고 있는 것이다.
영축산이 길손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인양 하산하는 길에는 산불의 그을음도 발목을 휘감는 가시덩굴도 없다. 그야말로 오솔길이다. 키 큰 소나무 아래 황금빛 갈비를 밟는 부드럽고 사뿐한 발걸음은 금새 양산재에 닿았다.
영산향교→(30분)→영축산성→(30분)→632m봉→(1시간)→영축산→(1시간)→꼬깔봉→(20분)→임도 영축산은 남쪽으로 영산면, 북쪽으로 계성면을 경계하며 흐른다. 산행 들머리가 되는 영산면 교리에는 영산신씨 고가와 영산향교가 있다. 여기서 조선 시대의 묵직한 건축물을 눈요기하고 영명사를 지나 산성골의 한적한 등산로를 따르면 632m봉까지 1시간이면 오른다.
632m봉에서 상봉까지도 1시간이 걸리며, 큰 어려움이 없지만 중간에 바위를 올라야 하는 주의할 곳이 몇 곳 있다. 정상에서 꼬깔봉쪽으로 5분쯤 내려서면 왼편 계곡 아래 구봉사 암자가 보인다. 이곳으로 하산이 가능하다. 능선을 따라 500m쯤 가면 왼쪽에 청련암으로 연결되는 하산길이 있다. 이후 꼬깔봉까지는 1시간 정도면 도착하고, 임도까지는 길이 좋아 20분이면 충분하다.
영축산의 종주코스인 632m봉→상봉→꼬깔봉→임도 구간을 산행하려면, 자동차를 미리 임도에 대기시켜 놓든지, 두 팀으로 나눠 각 팀이 반대방향에서 출발하여 상봉에서 만나 자동차 열쇠를 교환하는 교차 산행법도 시도해 봄직하다. 만약 자동차를 타지 않고 임도를 걸어서 하산하면 북쪽의 옥천리나 남쪽의 구계리는 너무 지루한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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