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모든것

우연을 假裝(가장)한 아름다운 만남(지리산에서)

박상규 2009. 8. 20. 23:28

우연을 假裝(가장)한 아름다운 만남

 

 

 

-일시: 2009.8.8~9

 

-어디를: 지리산 주능선에서

 

-누구와: 미산님과 우보님

 

 

 

  

 

지리산을 매개로 우연한 기회에 블로그를 통해 서로를 알고 지냈다.

 

지리산 사람들

 

어느 누구 보다 더 지리산을 사랑하고 아끼며 지리산만 고집하는 사람인 미산님이시다.

 

 

 

 

 

 

토요일 날씨는 환장하리만큼 좋은 날씨였는데

 

지리산의 고도 800을 넘기고 나니 진한 운무와 안개비로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산악날씨는 알다가도 모를 지경이다.

 

노고단에서 기다리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점심을 먹지만

 

이게 아니다 싶어 박짐을 주변에 맡기고 간단한 먹거리를 챙기고 서북능선으로 향한다.

 

 

 

 

 

설마 어디쯤 오고 있을까 하면서 느긋하게 여유를 부려본다.

 

주변의 풍광 사진도 담아보고

 

진한 맆스틱 고운 색깔로 나를 유혹하는 며느리 밥풀꽃을 바라보며

 

우리네 며느리의 애절한 사연이 깃든 그 아련한 시절을 되 짚어 본다.

 

조금만 더 가보지 하면서 결국은 묘봉치 내림 길에서 반가운 사람들을 만났다.

 

단숨에 서로를 알아보고 진한 감정의 악수를 나누며 잠시 쉼을 갖는다.

 

잠시 후 그의 비박짐은 내 등 뒤에 꽂아있었으며 서로의 못다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16:00가 넘어 반야를 간다는 그의 일행을 말려

 

노고단 근처 풍광을 보여 줄 수 있는 아늑한 공간에서 박짐을 풀었다.

 

다행이 어둠이 가기 전 산장 뒤켠 식탁에 앉아 삼겹살을 올려 건배 삼창을 올린다.

 

어둠 속으로 파고드는 음습한 공기는 아마도 낼 아침은 새로운 날로 우리를 반기리라

 

한참을 잤는가 싶어 하늘을 바라보니 하늘빛이 너무도 고왔다.

 

보름이 엊그제여서인지 滿月(만월)에서 비껴간 깍 여진 달빛은 그래도 밝아 보였다.

 

바위 턱 언저리에 괴고 앉아 한참을 생각하다가 그 자리로 들었을 때 함께한 일행들은

 

아직도 심한 비음을 남기며 만리장성을 쌓고 있었다.

 

  

 

몇 번이고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하다가 또 다시 그 자리로 간다.

 

스산한 새벽바람이 마침 온몸으로 퍼지는 느낌이 아 싸한 사이다 맛이로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난 산정(山頂)을 끝으로 선명하게 흑과 백으로 갈라놓았다.

 

동쪽의 반야와 더 멀리 천왕의 검은 모습은 서서히 붉은 여명으로 물들고 있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하늘로 튀어 올라갈 것만 같듯이……

 

 

 

 

남쪽 섬진강에 드리워진 운해는 왕시루봉의 허리를 휘감아 돌더니

 

이내 북쪽 사면으로 깊어져서는 만복대의 허리까지 붙잡아 놓는다.

 

가까운 이곳,

 

노고단 바위틈 벼랑 끝에는 간신히 버티고 서있는 원추리의 모습이 처연스럽게 느껴진다.

 

행여 꺾여 고개 숙여 버리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에 마음에 담고 카메라에 담는다.

 

슬프도록 애잔한 원추리 앞에서 난 바람에게 전한다.

 

저 여린 줄기들을 비켜 가는 너그러움을 줄 수 있다면……

 

 

 

 

~

 

여명을 즐기고 있는 나는 함께한 이들을 깨워야 한다는 사실은 잊고 있었다.

 

이렇게 하여 떠오르는 노고의 여명을 바라보고 이제 갈 길을 향해 간다.

 

미산님과 우보님은 나머지 태극을 채우기 위해 떠나고 나는 그들과 가는데 까지 간다.

 

돼지령을 지나 임걸령 지날 때까지도 끈질기게 섬진강 운해는 우리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이윽고 한참의 된비알을 하고 노루목을 오르는데 또 다른 만남이 나를 붙잡는다.

 

향적봉님 일행과 마주한다.

 

아쉽게 미산님과 헤어짐을 여기서 갖기로 하고 또 다른 산행은 이어진다.

 

  

 

한참을 쉬면서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면서 왔던 길 다시 내려 서기로 한다.

 

결국은

 

우연을 가장한 홀로 산행이었지만 산행 내내 나 홀로가 아닌 아름다운 산행이 되어 버렸다.

 

지금 지리산 주 능선 천상화원은 야생화로 꾸며져 있습니다.

 

지리의 주 능선만은 꼭 고집하지 않더라도 지금 한번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쉬엄쉬엄 걸어 볼 것을 권합니다.

 

우연을 가장하여 함께하신 미산님과 우보님 그리고 우연한 만남의 향적봉님 반가웠습니다.

 

 

 

 

 

-산행을 마치면서……

 

"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아름답다" 고 한 금아 피천득 선생의 글귀가 생각난다.

 

피천득 선생이 바라본 인생의 아름다움을 어찌 나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 비유되겠느냐 마는.

 

산행 중에 스친 작은 인연들과 소중한 만남들이

 

앞으로 나는 내 삶 속에서 빛 바랜 추억처럼 반추하고 그리워하며 살 것이고

 

아울러 늦은 나이에도 산을 알고 나를 뒤 돌아 볼 수 있게 해준 지리산.

 

그 지리산에서 앞으로도 우리의 만남과 인연은 계속 이어 질것이다.

 

 

 

 

 

자연처럼, 산처럼 좋은 것이 또 있겠습니까?

 

우리네 삶이 힘은 들지만 일상에서 지친 심신을

 

치유할 곳은 산입니다.

 

내가 가서 안기고, 즐기고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

 

~ 그곳 지리산이여......


 

 

2009.8.9

 

청산의 바람흔적은 지리산 노고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