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고른 식기 하나 열 보약 부럽지 않다!
“병은 입으로 들어 간다”고 한다. 그만큼 먹거리가 우리네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뜻. 어떤 음식을 먹고 마시느냐에 따라 튼튼하고 유쾌한 삶을 살 수 있다 해도 무리가 아닐 듯싶다.
그런데 음식 못지않게 음식을 담는 그릇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지. 단순히 색깔과 분위기를 맞춘다는 말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그릇이나 식기구들이 특정 음식과 만났을 때는 독이 될 수도 있다. 보기에 잘 어울린다고 만족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알고 음식을 담아야 한다는 말이다. 진정한 헬스 푸드 만들기는 올바른 그릇 선택에서 시작한다.
비교적 안심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주방 싱크대를 열어보면 유리, 스테인리스 스틸, 플라스틱, 옹기, 목기 등 갖은 그릇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이들 제품 중에서 아직까지 그래도 안전한 그릇으로 꼽히는 것이 유리와 스테인리스 스틸 그릇이다.
환경전문가 이진아씨의 말을 들어보자. “유리가 가장 좋기는 한데 특성상 아무래도 가열 등 조리할 때 사용하기에는 어렵다. 스테인리스 스틸이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티타늄으로 만든 식기가 안전하다는 말도 있는데 중금속 그릇이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요즘 나오고 있는 이른바 숨쉬는 플라스틱 그릇도 광고만큼 믿을 만한 게 아니라고 덧붙인다.
“플라스틱이 열에 닿으면 유해한 환경호르몬을 발산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여기다 바이오 세라믹을 조금 넣었다고 건강에 좋은 그릇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튀김과 금속 그릇은 상극
흔히 튀김은 쇠로 만든 냄비에 튀긴다. 어쩔 수 없이 금속 냄비를 쓰게 되지만 튀긴 것을 금속 그릇에 담아 두는 것은 절대 피할 일이다. 지방이 금속에 닿으면 쉽게 산화돼 몸에 해로운 물체를 만들기 때문이다.
쇠 철망으로 튀김을 건져 기름을 뺀 후에도 그대로 두지 말아야 한다. 나무로 된 바구니에 담거나 키친타월 등에 놓고 기름을 빼는 것이 현명하다. 다 쓰고 난 기름을 금속 볼에 넣었다가 다시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어리석은 짓이다. 이렇게 보관된 기름으로 다시 튀기는 것은 산성화한 기름 덩어리에 음식을 조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방 식품과 플라스틱은 부적절한 관계
플라스틱은 지방에 녹는 특성이 있다. 게다가 플라스틱은 가소제·첨가제 등 화학약품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위험하다. 지방이 많은 음식에 이러한 성분들이 녹아내려 입으로 들어 갈 수 있다.
그러므로 지방이 들어있는 식품을 담을 때는 유리나 나무로 만든 그릇을 쓰는 것이 좋다. 도자기 그릇을 쓰는 것도 괜찮다. 흔히 목기는 몸에 좋은 무공해 식기라 생각한다. 그러나 유약을 칠해서 그릇을 완성하므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무공해 유약을 쓴다 해도 얼마나 몸에 무해한지 믿을 수 없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무공해 유약을 사용한 목기라도 뜨거운 물에 충분히 우려낸 다음 쓰도록 한다. 오래 사용한 목기의 경우 균이 번식할 수 있다. 따라서 사용한 목기는 햇볕에 바싹 말리고 습한 곳에 두지 않는다.
요구르트의 유산 균 죽이는 금속 수저
요구르트를 먹을 때 주의할 점. 금속 수저는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금속 수저가 요구르트의 발효 성분과 닿으면 화학 반응이 일어나 요구르트에 들어 있는 유산균을 모두 죽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금속의 유해 물질을 없애기 위해 코팅이 잘 된 수저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방심은 금물. 금속 수저를 오래 사용하다보면 코팅된 부분이 벗겨지므로 떠먹는 요구르트를 먹을 때 금속 수저는 절대 사용하지 말 것.
신 김치의 적 알루미늄
우리네 식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식품 김치. 도시락을 싸거나 그릇에 김치를 보관할 때 국물이 흐를까봐 알루미늄 호일로 꼭꼭 싸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알루미늄은 산성에 쉽게 용해돼 이러한 습관은 건강에 좋지 않다. 신 김치에도 알루미늄 호일이 녹아내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초절임·야채 무침 등 산성을 띠는 음식은 알루미늄 호일에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알루미늄이 녹은 식품을 먹으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산성식품과 화려한 색상의 자기는 금물
도자기는 몸에 좋은 식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깨지면 흙으로 돌아가는 그릇이니까. 하지만 도자기를 살 때는 되도록 흰색이나 아이보리 색처럼 단색에 가까운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특히 산성식품을 담을 때 더 그렇다. 색깔이 화려한 것일수록 중금속 함량이 높은 무기안료를 쓴 제품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상품에 산성 식품을 담으면 중금속이 용해돼 음식과 같이 섭취하게 될 우려가 높다.
살아 숨쉬는 그릇 전통 옹기
요즘은 플라스틱 등에 밀려 항아리 같은 우리 전통 옹기를 사용하는 집이 거의 없지만 옹기는 진짜 ‘숨쉬는 그릇’이다. 옹기가 숨쉬는 그릇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옹기 벽 속에서 800도 이상에서만 나타나는 ‘루사이트(leucite)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 국립중앙과학관 학술총서6권 ‘옹기’편에 의하면 옹기를 굽는 과정에 고령토가 루사이트(K2O Al2O3 4SiO2)로 변하는데, 루사이트 현상에 의해 높은 온도로 가열됨에 따라 옹기 벽 내에 함유되어 있던 결정수가 빠져나가면서 미세기공이 생긴다고 한다.
이 미세기공은 공기는 통과시키지만 물은 통과시키지 않을 정도로 작아 스펀지와 같은 역할을 한다. 비를 맞아도 빗물이 옹기 벽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서 공기는 옹기 안과 밖으로 서로 통하게 하여 안에 저장된 음식물을 잘 익게 하고 또 부패하지 않게 한다.
다시 말해 옹기 밖 공기와 옹기 안 공기가 순환작용을 하는 것이다. 옹기가 간장이나 된장 같은 것들의 이상적인 보관 기구로 인정받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조리기구 쓸 때 이것만은 지키세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조리기구와 그릇의 위생적인 사용법과 살균소독 방법을 소개한 홍보물 ‘조리기구ㆍ용기사용, 이것만은 고칩시다’를 배포했다. 그림과 설명이 함께 실린 이 홍보물은 가정·음식점·집단급식소 등에서 조리기구와 용기를 사용할 때 흔히 범하는 8가지 비위생적인 습관을 지적하고 4단계 살균 소독 방법을 소개한다.
뜨거운 음식에 플라스틱 바가지는 금물 뜨거운 국물에는 내열 조리기구 사용열에 약한 플라스틱 바가지나 국자로 뜨거운 국물을 푸면 안 된다. 반드시 스테인리스 스틸이나 내열성 플라스틱 제품을 이용해야 한다.
사용한 컵은 반드시 깨끗이 씻기 조리 기구나 용기는 반드시 세제로 철저히 씻어 사용한다. 남이 사용한 컵을 물로만 대충 씻어 사용하는 것은 금물.
식기 살균은 기본 유해 미생물이 많은 여름철에는 식기용 소독살균제 등을 이용해 식기의 세균을 없애야 한다.
장식용 머그잔은 장식용으로만 기념품으로 많이 나오는 장식용 머그잔을 식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런 제품들은 식품용도 기준에 따른 검사를 받지 않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
전자레인지에는 전자레인지용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무심코 아무 그릇이나 넣어 사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 식기 파손은 물론이고 사고 위험도 크다.
전자레인지 쓸 때는 랩에 식품이 닿지 않도록 비닐 랩에서 화학성분이 우러나올 가능성이 있으므로 음식이 담긴 식기에 랩을 씌워 전자레인지로 데울 때는 절대로 음식이 랩에 닿도록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지방이 많은 음식은 조심해야 한다.
1회용품은 한번만 써야 종이나 플라스틱 제품뿐 아니라 대나무 밥통 등 천연소재 제품도 1회용품은 재사용해서는 안 된다. 찌꺼기가 끼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코팅 프라이팬은 조금만 예열 조리하기 전에 필요 이상으로 코팅 프라이팬을 가열해서는 안 된다. 코팅제가 분해돼 유해물질이 나올 수 있다.
식기는 ‘4단계 세척’ 식기는 사용한 후 물로 한 차례, 세제로 한 차례 씻은 뒤 물로 다시 헹궈내고 살균소독제로 다시 세척해 식중독균을 제거하는 ‘4단계 세척’을 거쳐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