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모든것

북한산 14성문 종주코스

박상규 2010. 2. 1. 23:29

 

 

 

 

 


북한산은 ‘서울의 축복’이다. 너무 지척에 있어 진가를 모르고 지낸다고 할까. 북한산 14성문 종주 중에 위문을 향하다가 바라본 노적봉의 거대한 암반이 파란 하늘을 이고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연휴에 북한산 14개 성문의 종주산행을 해보면 어떨까. 새해의 각오도 다질 겸 ‘뻐근한’ 북한산 성문종주를 권하고 싶다.
               넉넉히 잡아 8~9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아침 일찍 출발해야 끝머리에 어둠을 피할 수 있으며 하루에 힘겨우면 구간을
               서 이틀 동안 해도 좋다.

               산성에 대한 역사기록 중 가장 충실한 자료는 숙종·영조대의 승려 성능이 지은 ‘북한지(北漢誌)’다.
              북한산성은 숙종 때(1711년) 완성된 모양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성능 스님은 당시 산성 안에 있는 중흥사(重興寺)에
               하며 승군(僧軍)을 지휘하며 축성과정에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북한지에는 “성문(城門)은 14개이다”라고 적고 있다. 북한지에 언급된 성문 중에 수해로 유실된 수문지(문수문)를 제외하고
               13개가 남아있다. 문루(門樓)가 있는 성문으로는 대서문 중성문 대남문 대동문 대성문 북문 등 6개, 암문(暗門)으로는
               가사당암문 부왕동암문 청수동암문 보국문 용암문 위문 서암문(시구문) 등 7개가 있다. ‘암문’이란 성곽에서 깊숙하고
               후미진 곳에 적이 알지 못하게 만든 비상출입구다. 따라서 ‘문루’가 없다.

               들입목은 북한산성 입구로 잡아 대서문(大西門)에서 시작하는 것이 편리하다. 입구부터 대서문까지 20분 정도 걸린다.
               초입에 계곡탐방로로 빠지지 말고 포장도로로 올라가야 대서문을 만날 수 있다. 의상봉 서북쪽 해발 150m 높이의 낮은
               구릉지에 위치한 대서문은 북한산성 4개 방위의 성문 중 서쪽을 대표하며 북한산성의 정문이기도 하다. 지금의 문루는
               1958년에 당시 경기도 지사였던 최헌길의 주도로 복원된 것. 중성문(中城門)은 백운동계곡길로 다시 20분 정도 올라가면
               나타난다. 원효봉과 의상봉을 직선으로 그은 중간 지점인 산성주차장에서 산성안 중심부의 계곡으로 오르는 중간 지대에
               위치해 있다. 문루는 훼손돼 사라졌다가 1998년에 복원됐다.

               의상봉과 용출봉 사이에 있는 가사당(袈娑堂)암문으로 가기 위해서는 왔던 길을 5분 정도 되돌아 나와 국녕사(國寧寺) 입구
               좁은 길로 들어서야 한다. 가파른 길을 10여분 오르면 거대한 좌불이 있는 국녕사가 나오고 그곳을 지나 다시 20여분을
               오르면 의상능선 상에 가사당암문이 있다. 역사지리 연구가인 김윤우는 저서 ‘북한산 역사지리’(범우사, 1995)에서 원래
               가사당암문은 현재 문수봉과 나한봉 사이 해발 694m에 있는 ‘청수동(靑水洞)암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예전에 그 일대의
               산봉을 ‘가사봉’으로 불렀고 현재 가사당암문은 ‘국녕사암문’으로 불렸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지’의 내용을 후대에 잘못
               읽으면서 생긴 오류라는 것이 김윤우의 분석인데 그의 주장이 옳아 보인다.

               여기서 부왕동(扶旺洞)암문까지는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 등 의상능선의 ‘절정’을 통과하는 길이다. 북한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일 뿐 아니라 산 전체를 가장 조망하기 좋은 코스다. 또 ‘산성종주’중에 가장 험한 코스이기도 하다. 50분 정도 소요된다.

               나월봉과 증취봉 사이에 있는 부왕동암문이란 이름은 역시 ‘북한지’에는 나타나 있지 않다. 소남문(小南門)으로 기록된 것이
               부왕동암문으로 추정되며 또는 예전엔 근처에 ‘원각사’라는 절이 있어 ‘원각사암문’으로 불렸다. 이 문에서 중성문 방향으로
               내려가다 오른편에 ‘부왕사’터가 있고 이 계곡을 ‘부왕동’으로 부르는데, 이로 인해 후대에 암문의 이름이 부왕동암문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다시 청수동암문까지는 40여분 정도 걸린다. 이 암문은 비봉능선에서 넘어올 경우 거쳐야 하는 ‘깔닥고개’위에 위치해 있다.
               여기서 대남문(大南門)까지는 5분 정도면 도착한다. 문수봉 오른쪽에 있는 대남문은 지금은 등산객들이 대부분 들러가는
               북한산의 중심처럼 돼있지만 예전에는 ‘문수봉암문’으로 불렸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문루가 없는 암문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대남문부터 백운대와 만경대 사이의 안부에 위치한 위문(衛門)까지는 산성능선으로 불리는 비교적 평탄한 길로 두 시간이면
               넉넉히 주파할 수 있다. 대성문(大成門)은 성문 가운데 가장 큰데, 북한산성 내 행궁(行宮)터에서 경복궁으로 이어지는 길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즉 왕이 북한산성에 들를 경우 지나는 문이었다.

               그 다음에 나타나는 암문인 보국문(補國門)은 원래 동암문(東暗門)으로 불렸으나 그 아래 있는 사찰인 보국사의 이름을 따
               보국문으로 바뀌었다. 우이동 진달래능선이 끝나는 해발 430m에 있는 대동문(大東門)은 동쪽 방위를 대표하는 큰 문으로
               1993년에 복원된 것이다. 이어 용암문(龍岩門)은 북한대피소 부근의 용암봉에 위치하며 옛적에는 ‘용암봉암문’으로 불렸다.

               북한산성 성문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위문’ 역시 원래 이름은 ‘백운봉(白雲峯)암문’이었다. 일제 때부터 ‘위문’으로 불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 가보니 문에 붙어있던 문패가 보이지 않는다. 문패의 자국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유실된
               것으로 보이는데 관리사무소에서 챙겨야 할 것 같다.

               이제부터 대서문 방향으로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20여분을 내려오다 상운사로 올라가는 오른쪽 길을 찾아야 한다.
               올라가는 방향에서는 이정표가 보이지만 내려갈 때는 보이지 않아 자칫 그냥 지나칠 수 있다. 이 길로 다시 20여분을 오르면
               북문(北門)이 나온다. 원효봉과 영취봉 사이의 안부에 있는 북문은 현재 문루가 유실돼 없어진 상태다. 아직 복원을 못하고
               있어 황량해 보인다. 방위를 대표하는 네 개 문 중에 왜 북문만 ‘대(大)’자를 앞에 붙이지 않았을까. 원래 북쪽 방위를 홀대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여기서 원효봉을 넘어 20여분을 내려가다가 서암문(西暗門)을 만난다. 시구문(屍軀門)으로 불리는데 산성에서 죽은 사람들을
               이 문을 통해 내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보통 ‘시구문 밖’이라고 할 때는 서울 중구 광희동에 있는 광희문(光熙門)을 가리킨다.
               마지막 성문은 수문(水門)으로 기록돼 있는 ‘수문지’로 1915년 8월 폭우로 완전히 유실됐다. 현재는 그 터만 남아있다.

              <코스>
               ▲산성매표소∼대서문∼중성문∼가사당암문∼부왕동암문∼청수동암문∼대남문∼대성문∼보국문∼대동문∼용암문∼위문∼
                 북문∼서암문(시구문)∼수문지∼산성매표소

              <대중교통>
               ▲불광역, 연신내역, 구파발역 등에서 704번 버스로 북한산성 입구 하차

                글·사진 =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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