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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머리가 아프다는 것은 너무나 부담스러운 일일 뿐만 아니라 건강상 매우 중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두통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반 약국에서 소화제보다 머리 아플 때 먹는 진통제가 두 배 이상 판매된다고 하니 머리 아픈 환자가 제일 많은 셈이다.
머리가 아픈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열 때문에 아픈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미열에 의해서도 두통이 생기고, 고열이 되면 지끈지끈 아프고, 아주 고열이면 어질어질해져서 몸을 가누지 못 할 정도로 머리가 아파온다. 어린아이들은 경기를 할 정도로 심각해질 수도 있다.
열이 없어도 두통이 생기는 경우는 많다. 소화가 안 될 때도 머리가 아프고 아주 급체했을 때 머리부터 아파올 수 있다. 또 과로로 인해서 아플 수도 있다. 잊히지 않는 일을 골똘히 생각할 때도 머리가 아프다. 신경성 두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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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안영태
이제마 선생, 10년 두통 환자에 “매일 고개 넘어라”
이제 환갑이 지난 한 부인이 만성두통으로 시중에서 제일 많이 광고하는 진통제를 15년 동안 장복해왔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 밥은 어쩌다 걸러도 진통제만은 빼놓지 않고 먹는다고 했다. 지금부터는 등산을 진통제 먹듯이 하라고 권했다. 그후 1년, 부인은 그 진통제를 깨끗이 끊었다고 했다. 역대 장수한 사람들의 환경을 검토해보니 경사진 마을에 살면서 비탈길을 오르내리는 곳에서 등산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옛날 사상의학을 창시한 이제마 선생에게 하루는 10년 동안 머리가 아픈 환자가 찾아왔다. 이제마 선생은 약은 주지 않고 집 주위에 고개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환자가 그렇지 않아도 여기에 오면서 험한 고개를 둘이나 넘어 왔다고 말했다. 선생은 잘 되었다고 하며 그 고개를 하루에 한 번씩 꼭 넘으라고 하면서 “당신은 소음인인데 소화력이 약해서 음식이 정체했다가 담화가 생겨서 머리로 올라와 오랜 두통이 생긴 것이니, 먹고 고개를 넘나들면 소화가 정상적으로 되어 위에서 담화가 생기지 아니해 두통도 낫고 몸도 가벼워질 것이고 오래 살 것”이라며 돌려보냈다.
두통이 소음인에게 많은 것은 필자도 경험한 것이다. 소음인이란 원래 소화기관이 약한 체질로서 음식을 먹고 제때 소화를 시키지 못해 위장에서 끈적끈적한 점액이 나오는데 그것을 담이라고 한다. 이 담이 뇌의 순환을 방해하면 반드시 두통이 생기고 몸이 찌뿌듯해 피곤한 것이다. 등산을 해 소화를 제때 시키고 위장을 튼튼히 하면 두통과 피로가 풀려 몸이 새처럼 가벼워진다.
한 번은 복부비만이 심한 태음인이 내원했다. 간장이 열을 받고 두통과 안구건조증이 심하고 가끔 헛구역질이 난다고 했다. 태음인은 원래 간이 크게 타고난 체질로, 술 담배를 많이 하고 성질을 내기 때문에 간에 문제가 생긴 것인데 병원에서의 검사 결과는 간 수치에 이상이 없단다. 그러나 두통만은 도저히 참지 못하기에 무슨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것이었다. 무조건 등산을 권하면서 “등산을 하면 먼저 마음을 가라앉히고 술과 담배를 멀리 할 수 있고, 하체 근육을 발달시키니 간의 기능이 일취월장할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그분은 매일 아침 관악산을 오를 수 있어서 좋았다. 두통은 10일 만에 다 낳았고 3개월 만에 자각증상도 다 끝이 나버렸다.
보기 드문 태양인 한 사람이 미국에서 왔는데 머리가 몹시 아프고 세 번이나 졸도를 했다고 했다. 원래 태양인은 병이 잘 나지 않지만 해역이라는 병이 잘 생긴다. 태양인 이제마 선생도 생전에 해역으로 고생한 적이 있고 그 증상 때문에 의원이 되었다. 머리가 아프고 하체의 힘이 빠져 쓰러지기를 반복하는 증상인데 정신적인 충격을 받으면 증상이 발작적으로 일어나고 생명을 잃을 정도로 위험한 병이다.
소양인이 머리 오래 아프면 위험해
태양인은 머리가 크고 사고능력도 커서 두통 증세를 견디기가 힘들다. 그러나 한 번 앓고 나면 머리가 더욱 명석해지는 이로움도 있다고 한다. 태양인의 해역은 특별한 약이 없고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은데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금방 낫기도 한다. 또한 등산이 특효약이다. 태양인은 폐가 커서 아무리 가파른 비탈을 올라가도 숨찬 증상이 없기 때문에 다소 무리를 해서 등산을 해도 되고, 기분도 다른 체질보다 훨씬 좋게 느껴 보람찬 생활이 된다.
미국에서 온 태양인은 미국에 가면 등산을 못하니까 3개월 동안 우리 산을 다니라고 했는데 2개월 등산하고 완치되어 미국으로 돌아갔다. 태양인의 두통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 마음이 편하고 공기가 맑으면 약을 먹지 않아도 저절로 낫는다.
고3 학생이 밤만 되면 머리가 아파서 공부를 못할 정도라고 했다. 체질을 보니 소양인인데 고3이라고 너무 혹사를 당하는 것 같았다. 새벽 5시에 일어나 1시간 과외하고 학교 조기수업 받고 종일 학교 수업 마치고, 밤에는 학원에 가서 11시까지 공부하고 집에 와서 예습·복습하고 새벽이 다 되어서야 잠들면 겨우 3시간 자고 마는 일과 때문에 보통 수면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한창 성장발육기에 이렇게 혹사당하고 수면부족이면 아주 문제가 있는 것이고 저녁에 머리가 아프다는 것은 청소년 건강상 심각한 상황이다. 어떻게 우리 학생들을 편안히 공부하도록 할 수 없을까?
더욱이 소양인의 경우는 머리가 오래 아파서는 안 된다. 원래 소양인의 학습방법은 토론식으로 해야 한다. 지루한 숙제는 소양인에게 독이 된다. 재미있게 학습을 해야 능률이 올라가는 체질이다. 공부도 좋고 진학도 좋지만 고3에게는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등산을 권했다.
처음에는 본인도, 보호자도 난감해했지만 가족회의를 거쳐 등산을 하기로 결정하고 아예 거처를 산 밑으로 옮겨서 등산을 하게 되었는데 거의 기적이 일어났다. 불과 한 달 만에 두통이 멎고 학습능률도 향상이 되었다. 그 후 대학에 진학해서도 계속 등산하고 있고 아주 등산가족이 되었다.
멀미를 심하게 한다는 환자가 찾아왔는데 버스 2, 3구간도 자동차를 탈 수 없고 배나 비행기는 물론 높은 데만 서 있어도 어지럽고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멀미환자 치고는 대단히 심한 경우였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음식을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생긴 점액질이 순환 장애를 일으켜서 어지럽고 두통이 있고 속이 메스꺼워 실제로 토하기도 한다. 그래서 본래 멀미를 하지 않던 사람도 먹은 것이 소화가 안 되거나 체했을 경우 갑자기 멀미를 하는 경우가 있다.
또 심장이 약해서 멀미를 하는 사람도 있다. 맥박이 규칙적이지 못하고 부정맥이거나 신경이 과민해서 심장이 약하게 뛸 때 멀미하는 경우가 있다. 만복이나 공복일 경우에도 멀미를 할 수 있다.
심한 멀미에도 등산이 명약
이 멀미환자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등산하면 낫는다. 6개월 등산하고 평생 멀미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지금도 장수하고 있다.
필자가 홍콩에서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데 갑자기 기내방송이 나왔다. 혹시 의사가 타고 있으면 환자가 생겨서 그러니 급히 보살펴 달라는 방송이었다. 황급히 달려가 보니 환자는 졸도해 있고 주위의 승객들은 어쩔 줄을 모르고 당황해 있었다.
진맥을 해보니 급체로 인한 멀미로 의식을 잃고 거의 사경이 되었다. 응급혈 자리에 침을 놓아 약 5분 만에 환자가 깨어나서 원상태로 회복되는 것을 보고 같이 타고 있던 승객들이 박수를 쳐주었다.
환자 옆자리로 자리를 옮겨서 4시간 동안 이야기를 하면서 왔는데 그때가 처음이 아니라 세 번째 졸도였다는 것이다. 비행기 시간 때문에 급히 식사를 하고 뛰다시피 탑승을 했는데 먹은 것이 체한 것이었다.
그 환자는 귀국해서 찾아와 “매번 급체로 졸도하고 이번에는 기내에서까지 쓰러졌으니 적절한 치료를 해달라”고 했다. 일종의 멀미니까 약보다 등산으로 치료하라고 적극적으로 권했는데 1년 후에 만나서 물어보니 등산을 한 뒤로는 한 번도 멀미한 일이 없다고 했다.
만성두통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데는 등산이 명약이다. 병이 나서 치료하는 것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 오래 등산한 사람에게 머리 아픈 적이 있었느냐고 물어보라. 아마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은 만성두통은 산이 좋은 우리나라 산에 오르면서 씻은 듯이 치료할 수 있다.
/ 최형주 한의학 박사·영등포 명성한의원 원장. 한국체질의학연구회 회장.
< 예언(豫言)> <비방(秘方)> <산해경(山海經)> 등 저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