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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의 모습. 농월정은 없다. |
추석이 민족 고유의 명절로 자리매김한 것은 계절적으로 춥지도 덥지도 아니하고, 여름내 땀흘려 가꾼 오곡백과가 결실을 맺는 풍요로움으로 나눔을 함께 할 수 있는 기쁨이 있고, 가족과 함께 소원을 기원하는 대상으로서 한가위 대보름달이 넉넉하면서도 처연한 아름다움을 발(發) 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달을 사랑하면서 즐길 줄 알았다. 말 못할 고민이 있거나 외로울 때 달을 바라보면서 소원을 빌기도 하고 스스로 외로움을 달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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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3년 화재로 소실 되기 전 농월정 모습(사진-함양군청) |
특히 함양은 산수(山水)가 아름다워 달빛을 감상하기에는 최고의 고장이다. 그 중에서도 화림동 계곡은 그 풍광이 빼어나 정자(亭子,동호정‧거연정‧군자정‧농월정)문화가 발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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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월정의 거대한 반석 |
그 중 농월정은 사방 100여미터의 계곡 전체가 거대한 반석(盤石)인데, 폭포와 못(池)과 쉼터가 조성된 형상(形狀)은 수천명이 앉을수 있고, 너럭바위를 감돌아 흐르는 시냇물은 유리알처럼 맑아 오장을 씻어내고 싶을 정도로 청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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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월정 터 앞 달덩이 같은 바위는 계곡 전체를 조망하기 좋은데, 지족당이 지팡이를 짚고 산책하였다는 글이 새겨져 있어 감회롭다.
세월에 씻기여 돌다 멈춘 자리는 못(池)이 되어 더욱 고요하다.
일찍이 시인·묵객들은 농월정을 두고 하늘에 걸린 달과 술잔에 비친 달과 월연에 비친 달을 함께 감상할수 있는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라면서 음풍농월(吟風弄月)을 노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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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이 홀로 지키고 있는 주춧돌 |
그러나 지금은 자연 그대로다. 즉 농월정이 없는 농월정이다. 기묘하게 넓은 반석과 계류가 산수경석(山水景石)을 보는 느낌이다. 이처럼 사랑받는 농월정이 2003년 10월 5일 원인을 알수 없는 화재로 소실되어 주춧돌만 두어개 남아있다.
그동안 함양군이 복원을 위해 2005년도에 2억원의 예산을 마련, 실시 설계까지 완료하였으나 종중과의 토지사용 협의가 되지 않아 반납하였다.
7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농월정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은 행정당국과 종중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농월정이 다시 복원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농월(弄月), 즉 달을 희롱한다는 것만 알아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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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7일 함양군청에서 개최된 학술회의에서 안동대 김남기 교수가 농월정을 지은 지족당 박명부의 학문과 사상이라는 논문을 통해 '지족당이 약관 20세(1590년)로 동방급제하여 40여년간 벼슬을 하면서 임병양란(壬丙兩亂)과 광해군의 폐정을 맞아 시련을 당해오면서 직도(直道)를 관철하다가 집정자들의 미움을 받기도 하였으며, 1637년 청의 침입으로 임금의 어가를 호종하고 남한산성에 있을 때 청나라와 화친되고, 삼전도(三田渡)의 치욕을 당하게 되자 척화를 주장하던 박명부는 사직을 청하고 고향 함양에 돌아와 띠집을 짖고 은거하면서 “농월정”이라 이름지었는데, 그 이면에 무도한 암흑세상에 명월과 같은 존재가 되고자 했던 곧은 선비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유후조(1798~1876)가 지은 농월정 중건기에 잘 나타나있다. 이는 중국 전국시대 때 제나라의 모사 노중련이 진나라가 천하를 차지한다면 동해에 가서 빠져 죽어 달이 되어 떠올라(명월출해저, 明月出海底) 하루 아침에 광명을 열었네(일조섬광휘, 一朝閃光輝)라고 한 말에서 찾을 수 있다.
노중현의 이 말은 후대에 무도한 세상에 도의의 빛을 상징하는 말로 인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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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부가 은거하는 곳의 이름을 “월연(月淵)”이라 한 것도 그 달이 뜨는 못을 말하는 바, 앞으로 농월정이 복원되면 풍류를 즐기며 달을 희롱하던 곳으로만 집착하지 말고, 역사적 토대위에 선비의 정신으로 빛나는 박명부의 진정을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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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안동대 김남기 교수의 “朴明榑의 사상과 학문”
-경상대 최석기 교수의 “花林洞의 山水와 그 속에 담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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