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진들

군산악회 불암산

박상규 2012. 11. 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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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산 2
                        가을비 그친 도봉산에 오르니
                        단풍은 환희의 몸짓으로 절정을 향하여 치닫고
                        파란 하늘은 높아질 대로 높아져 눈이 시리다.
                        옛날 이발소에 걸려있던 가을 단풍 그림보다 훨씬 생동감 넘치는,
                        빨강, 노랑,  갈색, 초록 잎들과 회색빛의 바위가 그려놓은
                        가을 수채화는 사람들의 다문 입들을 들쑤시기에 충분하였다.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그 풍경 속에서 한 그루 단풍나무로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산불이야 !                                        
                        활활 타오르는 가을 산의 뜨거운 정열을 식히려는 듯 
                        어제 비가 내리더니 
                        오솔길에는 그 비에 떨어진 낙엽들이 수북하였다.
                        나뭇가지에 앉아 제 삶을 마무리하며 몸단장하던 잎들이
                        비에 젖어 
                        바스락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낙엽이 되고
                        바람 따라 구르지 못하는 낙엽이 되었지만                                            
                        떠나야 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정갈한 빛을 잃지 않고 있는 단풍잎들이다.   
                        외할머니를 모시고 갔던 꽃상여보다 고운 도봉산에서                    
                        가을은 원시의 빛깔들로 산을 색칠하며 깊어가고 
                        사람들은 그 단풍에 물들어 스스로 아름다워지고 있었다.
                     
                        그러한 단풍이야말로
                        봄부터 연둣빛 나뭇잎들이 간직한 꿈이고 소망이었을 터이다.                         
                        그러나 그 황홀한 빛깔들도 저녁노을이 그러했듯이
                        지나가는 세월 속에서 거저 만들어졌던 것은 아니었으리라.
                        우리네 삶이 그러하듯
                        땀방울 없이 얻어지는 것이 세상에 어디 있었던가.
                        나뭇잎도 마찬가지로
                        뜨거운 햇살의 목 타는 갈증과 온갖 비바람의 고통을 견뎌내고
                        별들이 잠든 적막한 밤의 외로움을 이겨내면서
                        가까스로 고운 빛깔들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철저한 자기 절제와 희생의 삶 속에서 
                        치열하게 연마했던 
                        나무에 대한 끝없는 사랑의 진솔한 마음 때문에
                        제 몸의 빛깔들이 더욱 맑아지고 순수해졌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곱게 물든 단풍이
                        나무들이 겨울을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택한
                        어찌할 수 없는 이별의 아픈 징표라 해도                                     
                        나뭇잎들이
                        두렵고 떨리는 죽음의 문턱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그토록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눈물겨운 일이며
                        또한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안을 주는 일인가.
                     
                       단풍 숲을 거닐면서
                       계절마다 느낌이 다르게 다가오는 산을 마주한다.
                       봄과 대비되는 가을이 더욱 그렇다.
                       따사로운 봄날에 펼쳐지는 화사한 꽃산이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희망를 주고 기쁨을 알려주는 것이라면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피어난 가을 산은
                       지나온 발자국을 뒤돌아보게 하고
                       자신의 삶에 대한 이해와 용서를 가르쳐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의 발길이 
                       봄에는 햇살처럼 가볍고
                       가을에는 고독처럼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어쩜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또 다시
                       무심히 흘러가는 자연 섭리의 한 모퉁이에서
                       서리 내려 단풍이 꽃처럼 지고
                       나무들이 허허로운 모습을 지니게 되면
                       가을 산도 거침없이 달려온 지난 세월로부터 자유스러워져                       
                       닥쳐올 저 겨울의 칼바람과 하얀 눈송이들을 가슴으로 맞이할 것이다. 
                       자꾸 흐려지는 눈과 마음이 호사하는 가을 산,
                       단풍이 한창인 도봉산에서                 
                       머리로 셈하는 일상에 지친 마음을  
                       낙엽 쌓인 오솔길에 잠시 내려놓고
                       자연과 하나 되어 자연을 그리워하며 살았을 
                       한석봉의 멋드러진 시조를 조용히 읊조려 본다.
                       짚방석(方席) 내디 마라 낙엽엔들 못 안즈랴
                       솔불 혀디 마라 어제 진 달 도다 온다
                       아해야 박주산채(薄酒山菜)일망정 업다 말고 내어라.
                          이상원이레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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