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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자장면

박상규 2013. 4. 23. 12:48
 
 
 
 
 
 

    어머니와 자장면 지금은 간식으로나 즐기던 라면이 예전에는 참 귀한 음식이었다. 20여 년 전 자장라면이 처음 나올 땐 더욱 그랬다. 자장면도 특별한 날이면 먹곤 했다. 그 당시 도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큰형은 주말이면 집에 왔는데, 그 때마다 동생들 간식거리를 꼭 사 오곤 했다. 어느 가을쯤엔가... 형이 말로만 듣던 그 귀한 자장라면을 사 왔다. 막내였던 난 너무 좋아 뛸 듯이 기뻐했다. 어머니께서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자장라면을 끓이셨다. (그 땐 가스렌지도 석유곤로도 없었다) 그날따라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는지... 시간이 지나 어머니께서 자장라면을 상에 차려서 방으로 가져오셨다. 그리고 한참동안 자장라면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릇 가득 까만 국물에 굵은 면발이 둥둥 떠 있었다. 난 원래 자장라면이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큰형은 어머니에게 라면도 제대로 못 끓이느냐고 화를 내며 밖으로 나가 버렸고 그때까지 영문도 모르는 난 국물 가득한 자장라면을 맛있게 먹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싱겁긴 했다. 작은형이랑 누나가 자장라면 봉지에 써 있는 조리법을 보고 어머니께 설명을 해주자 어머니는 그제야 잘못 끓였다는 걸 아셨고 큰형에게 미안해 어쩔 줄을 몰라 하셨다. 하긴 큰형도 부모님하고 동생들 주려고 용돈 아껴서 큰 맘 먹고 사온 건데 그렇게 돼서 속상했을 것이다. 그 날 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어머니께서 끓여 주신 물자장면을 배 터지게, 원 없이 먹었다. 그날이후로 아버지는 자주 자장라면을 어머니께 사다 주셨고 어머니는 조리법대로 아주 잘 끓이셨다. 너무 맛있게... 지금은 아직 매운 걸 잘 먹지 못하는 손자를 위해 자장라면을 자주 해주시는 어머니가 이제는 많이 늙으신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어머니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 서 문 철님 중에서 - ♬배경음악:상큼한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