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정보
"휴대폰 좀 꺼주세요." 21일 밤 9시 경기도 광주 곤지암화담숲 입구. 진행 요원들은 관람객들에게 이렇게 신신당부했다. 이유는 반딧불이 때문. 불빛이 있으면 반딧불이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둠을 뚫고 5분쯤 걸었을까. 갑자기 앞에서 "와~" 하는 아이들 함성이 들렸다. 여자애들은 "완전 예뻐~" 하며 손을 내밀었다. "저 나무 위 좀 봐. 반짝반짝하는 것 있지?"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반딧불이를 알려주느라 바빴다. 계곡을 따라 산수국 군락지에서 반딧불이 수십 마리가 날아다녔다.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반딧불이는 옛날에 개똥처럼 흔하다고 해서 개똥벌레라고도 부른 곤충이다. 그런데 환경 민감도가 높아 지금은 수도권에서 볼 수 있는 곳이 겨우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곤지암화담숲은 5년 전 일본 전문가를 데려와 반딧불이 유생과 그 먹이인 토종 다슬기가 살 수 있는 깨끗한 물과 토양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다른 곳에서 반딧불이를 잡아와 방사(放飼)하는 곳과는 달리 자생 반딧불이를 관찰할 수 있다. 이유진(죽전 현암초등학교 3년)양은 "반딧불이를 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신기하다"며 "밤의 정령이 내려와 노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애들은 다 시인(詩人)이라고 했던가. 한 어린이는 "반딧불이가 달을 좋아해 엉덩이에서 달빛을 내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마침 보름 직전의 둥근 달이 떠 있었다. 지금 나오는 애반딧불이는 오는 30일까지 밤 9~11시 체험할 수 있고, 9월 초에는 늦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
울창한 숲 속에서 만끽하는 나만의 힐링타임… 가볼 만한 전국의 주요 수목원
곤지암화담숲(수목원)은 서울 강남에서 차로 40분, 광화문에서도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다. 곤지암리조트 안쪽 발이봉 기슭에 있다.
지난 2010년 임시 개장했지만 안정화 과정을 거쳐 지난 1일 16만3600㎡(약 5만평) 규모로 정식 개장했다. 자연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살리면서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계곡을 따라 테마원(園) 20여개를 조성해 놓았는데, 가장 특색 있는 곳은 반딧불이원과 이끼원이다. 이끼원은 국내 최대인 2000평 규모. 산기슭에 솔이끼, 돌솔이끼, 털깃털이끼 등 30여종의 이끼를 가꾸고 있다. 10여년간의 연구를 거쳐 바람, 습도, 빛 등 이끼의 생육 조건을 정확히 맞추었다. 여러 번 실패하다 지표 습도뿐 아니라 공중 습도를 자동 조절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조성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곤지암리조트 석영한 전무는 설명했다. 420m에 이르는 이끼 관찰로를 걷다 보면 계곡, 폭포, 이끼돌 등이 나무와 어우러져 마치 원시림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국내 최대 품종을 보유한 단풍나무원, 계절별로 화려한 꽃의 향연을 볼 수 있는 진달래원, 수국원, 벚나무원, 수련원 등도 화담숲이 자랑하는 테마원이다.
화담숲은 자연에 관심이 많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눈길과 손길이 많이 간 곳이다. 반딧불이와 토종 거북이인 남생이, 원앙을 복원하는 사업 아이디어도 구 회장이 냈다. 구 회장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들러 조성 현황을 점검할 정도로 화담숲에 큰 애정을 갖고 있다. 화담숲에서 '화담(和談)'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는 뜻으로 구 회장의 아호이기도 하다.
화담숲에 들어서면 편안한 느낌을 준다. 화담숲 표지숙 대리는 "깔끔한 집 정원에 들어선 것처럼 아기자기해서 좋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엄선화(44·경기도 용인시)씨는 "계곡도 있고 애들 놀 공간도 많아 앞으로 자주 찾아올 것 같다"며 "집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테마원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연분홍색 또는 연보라색 꽃이 핀 산수국이 가장 볼 만했다. 산수국은 땅이 산성이면 연분홍, 알칼리성이면 연보라 꽃이 핀다. 일부러 가꾸지 않았을 텐데 곳곳에 엉겅퀴가 부드러운 가시를 단 채 보라색 꽃봉오리를 내밀고 있었고, 꽃차례 끝이 맵시 있게 올라간 큰까치수염도 막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비비추와 노루오줌, 약모밀, 각종 화려한 수련도 지금 한창이다. 하늘말나리도 곳곳에서 꽃봉오리를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번 주말쯤 볼 만할 것 같았다. 하늘말나리는 꽃이 하늘을 향해 피고 잎이 줄기에 돌려나는 구조(윤생)여서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이 일대 산을 둘러보니 유난히 쪽동백나무와 하늘말나리가 많았다.
화담숲은 유아부터 노약자까지 누구나 관람할 수 있도록 수목원 정상까지 모노레일(운행 시간 10분)을 설치해 놓았다. 또 유모차나 휠체어를 밀면서 둘러볼 수 있도록 모든 산책길에 나무 데크를 설치했다. 석 전무는 "노약자도 쉽게 걸어서 볼 수 있도록 경사를 8~12도로 맞추었다"고 말했다. 21일 유모차를 밀고 온 임대현(31)·심미정(31)씨 부부(경기도 광주시 오포읍)는 "새소리도 좋고 꽃향기가 참 좋다"며 "아직 덜 알려져서 그런지 한적해서 아기가 한 번도 깨지 않고 잘 잔다"고 말했다.
식물마다 이름은 물론 재미있는 식물 이야기를 달아놓은 점도 이 수목원의 장점이다. 예를 들어 며느리밑씻개에는 '며느리를 미워하는 시어머니가 가시가 달린 잎으로 밑을 닦으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달아놓았다. 다만 낯선 외래종도 적지 않아 이름을 다 기억하려고 욕심내면 금방 피곤해질 수 있겠다. 꽃 이름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관심 가는 꽃 이름 몇 개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그냥 감상하는 데 만족하는 것이 좋겠다. 숲 해설, 생태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다.
화담숲의 랜드마크 격인 '약속의 다리'에 서면 수목원 전경과 함께 멀리 곤지암스키장 전경을 볼 수 있다. 장근석과 소녀시대 윤아가 주연으로 나온 KBS 2TV 드라마 '사랑비' 세트장도 들를 만하다.
화담숲은 아직 미완성이다. 1차로 5만평 부지에 테마원 등을 조성했고, 연차적으로 60만㎡(18만평)를 추가로 '치유의 숲'으로 조성해 23만평 규모로 완성할 예정이다. 화담숲은 그동안 안정화 단계에서 너무 많은 관람객이 몰릴 것을 우려해 홍보를 거의 하지 않았다.
치유의 숲은 울창한 자연림을 이용해 2~3시간 정도 숲 속을 트레킹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시 코스를 걸어보니 자연 숲을 최대한 살려 원시림을 걷는 것 같았다. 트레킹 코스는 아직 조성 단계라 20인 이상 단체 예약만 받고 있다.
(서울 출발, 중부고속도로 이용) 곤지암IC→3번국도 이천방향→곤지암교사거리→곤지암리조트→곤지암화담숲(영동고속도로 이용) 덕평IC 또는 양지IC→양촌삼거리→세정갈비탕집 200m 지나 좌회전→곤지암리조트→곤지암화담숲
서울 강변역에서 1113-1, 잠실역에서 500-1, 강남역에서 500-2 버스→곤지암터미널 하차→곤지암리조트행 무료 셔틀 이용(1시간 간격)
곤지암화담숲 (031)8026-6666/6100, www.konjiamarboret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