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모든것

산은 꼭 올라야 제맛인가 둘러 가면 크게 품을것을...

박상규 2009. 6. 4. 17:33

산은 꼭 올라야 제맛인가 둘러 가면 크게 품을것을…
지리산에 총 300㎞ 도보길 놓인다

다랑논이 마치 층계처럼 첩첩이 이어진 상황마을에서는 물이 담긴 논둑길을 걷는 코스를 만난다. 이쪽에서 고개를 살짝 돌리면 멀리 지리산의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북과 경남의 경계인 등구재를 넘어서 창원마을로 향하는 길 위에서 멀리 가야 할 길을 내다본다. 길은 띄엄띄엄 들어선 산촌마을의 집들을 지나 숲사이로 구불구불 능선을 오른다.
지리산. 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그렇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그곳은 거대한 ‘로망’입니다. 지리산은, 다른 산과는 달라서 한번 정상에 올랐거나 종주를 해봤다고 해서 ‘졸업’하는 산이 아닙니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동서로 뻗은 주능선만 45km. 크고 작은 봉우리만 85개. 지리산 앞에 서면 어둑어둑한 새벽 성삼재에서 첫발을 내딛을 때의 긴장감과 세석산장에서의 쏟아질 듯한 별들과 함께 한 밤, 그리고 우의를 입고 청정한 숲을 걷던 걸음이 시도 때도 없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그래서 이 장대한 산은 시도 때도 없이 피를 끓게 하고, 가슴을 두방망이질 치게 만드는 것이지요.

그 지리산에 장거리 도보길(트레일·Trail)이 새로 놓입니다. 그 길은 지리산을 오르는 등산로가 아닙니다. 멀찌감치 물러서 마을과 숲, 다랭이 논과 묵은 밭을 지나면서 지리산의 장엄한 능선을 바라보며 걷는 길입니다. 목적지로 향하는 지름길을 짚어 정상으로 향하는 그런 길이 아니라, 일부러 산자락을 에둘러서 돌아가는 그런 길입니다. 지리산을 종주하는 길이 조여진 수직의 길이라면, 새로 난 지리산 둘레길은 등정의 욕망을 버린 수평의 느슨한 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 길은 이동이 목적이 아니고, 길 그 자체가 목적입니다. 아직은 2개 구간 20.8km만 완성돼 있지만, 그 길은 앞으로 4년동안 지리산의 산자락을 돌며 300km를 이어 전남과 전북, 그리고 경남을 넘나들면서 5개 시와 16개 면, 50개 리의 100여개 마을을 지나게 됩니다. 길은 해발 50m부터 1100m까지 오르내린다는군요. 그 길에는 옛길도 있고, 고갯길도 있고, 숲길, 강변길, 논둑길, 마을길도 있습니다. 쉬지 않고 걷는다면 232시간. 하루 10km 안팎씩 걷는다면 32일 하고도 반나절이 더 걸리는 길입니다.

그 길의 첫머리에 들었습니다. 전남 남원시 산내면 대정리 매정마을. 그곳에서 지리산 도보길은 시작합니다. 여기서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을 잇는 등구재를 넘어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하며 다랑논을 따라가는 10.7km의 길은 ‘다랭이길’이란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그 길에는 모내기를 앞두고 이제 막 물을 받기 시작한 다랑논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고, 울창한 숲과 아름드리 나무들로 그득했습니다. 다랑논은 대낮에도 개구리 울음소리로 가득하고, 묵은 밭에는 산짐승이 내려온 흔적도 있었습니다. 깊은 산속에서 만난 습지에서는 퍼드덕 물오리떼가 날아오르기도 했습니다. 그 길을 걸어 당도한 산촌마을에는 이끼가 새파랗게 낀 돌담과 우람한 느티나무 당산목, 그리고 삽을 들고 논물을 보러 나온 촌로들이 있었습니다.

‘산사람길’이란 이름이 붙은 두번째 구간은 가파르게 지리산 북쪽 벽송사까지 치고 올라가서 능선을 따라가는 길입니다. 울울창창한 짙은 숲을 따라 능선에 당도하면 길은 이내 부드러워집니다. 깊은 숲에 집 한 채만 덜렁 있는 독가촌을 지나면 구불구불 임도를 따라 4가구가 사는 송대마을입니다. 조용한 산마을은 지리산 자락을 내려온 물소리로 가득합니다.

터덜터덜 걸어본 이 길에서는 사실 눈이 확 뜨일 만한 절경은 없습니다. 어찌 보면 지리산 길의 풍광은 누추하기 짝이 없습니다. 낭만적인 풍광을 기대하고 왔다면 십중팔구 실망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삶이란, 혹은 생활의 진솔한 풍경이란 본디 누추한 것이지요.

그럼에도 이 길이 매력적인 것은 걷는 내내 지리산을 품 안에 가득 안을 수 있다는 것 때문입니다. 그리고 산 마을에서 사람들이 사는 짙은 냄새를 맡을 수도 있다는 것 때문이기도 합니다. 반쯤 무너진 돌담과 녹슨 양철 지붕이 남아있고, 해질 무렵 저녁밥 짓는 연기의 구수한 내음도 있고, 노인들의 마른 기침소리도 있답니다.

선진국에는 장거리 도보길이 곳곳에 있습니다. 일본에는 도카이 보도라는 무려 1697km의 도보길이 있고, 독일에도 흑림지대에 트레일 슈발츠발트란 도보길이 있습니다. 스위스에도 루째른에서 시작하는 하이킹트레일이, 영국에도 템스 강변을 따라 내셔널 트레일이 있습니다. 이런 길들은 저마다 낭만적인 마을풍경과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도회지 생활에 지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트레일에 비하면 정취나 풍광은 빠질지는 몰라도, 지리산 트레일은 생활과 문화, 역사와 자연경관이 한데 어우러지는 복합적인 길입니다. 이런 길은 아직 아무데도 없지 싶습니다. 지리산에 깃들어 살아왔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는 길. 두번째 구간이 끝나는 송대마을쯤에서 ‘우리도 이런 길을 갖게 됐다’는 사실이 고마웠습니다.
 
 

 
길은 달라도 사람의 향기는 같습니다
지리산 도보길에서 만난 사연

등구재를 넘자마자 만나는 낙엽송 숲길. 시원하게 뻗은 낙엽송 사이로 포근한 흙길이 이어진다. 이 구간을 걷다보면 마음까지 정갈하게 헹궈지는 기분이다.

창원마을에서 전통방식을 고집하며 닥종이를 만들고 있는 이상옥씨의 부인 윤공림(58)씨가 떠낸 닥종이를 화덕에 붙여 말리고 있다(왼쪽 사진). 지리산 자락의 경사진 사면에 들어선 다랑논은 고된 노동의 증거지만, 한편으로는 조형적인 아름다움도 드러낸다.
# 그 길의 첫 머리에서 솔 숲으로 들다

지리산은 그 안에 들어서도 좋지만, 멀찌감치서 능선을 굽어보는 맛도 참 좋다. 병풍처럼 펼쳐진 산자락을 짚는다. 저기가 천왕봉, 저기가 영신봉, 또 저기가 덕평봉, 저쪽은 또 반야봉…. 180도로 펼쳐진 산자락을 좌우로 시선을 돌려가며 바라보면, 지리산이 왜 모성의 산으로 불리는지를 알게 된다. 산은 높되 능선은 부드러우면서도 포근하다. 바위 벼랑의 기암괴석으로 위압하지 않고, 흙 산의 묵직한 기운만으로도 산은 거대하다.

저렇듯 거대한 산의 둘레를 과연 사람의 두 발로 걸어서 다 돌 수 있을까. 그런 길을 만든다는 것이 가능키나 할까.

지리산 길을 도는 300km의 도보길은 전남 남원시 산내면에서 시작한다.‘산내’란 지명은 지리산 안쪽에 들어서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리산을 도는 둘레 길이 산 안쪽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산내면의 대정리 매동마을이 도보 여행의 출발점이다.

매동마을에서는 신발끈을 조이기 전에 먼저 누정 퇴수정을 찾아가보자. 국도 길 건너편의 강 곁에 바짝 붙어 지어진 퇴수정은 공조참판을 지낸 선비가 지은 것으로 벼슬길에서 물러서(退) 몸과 마음을 닦는다(修)는 이름을 가졌다. 물과 어우러진 정자의 앉음새도 아름답지만, 그 정자가 일깨우는 것은 마음 닦음에 대한 것이다. 지리산을 끼고 흐르는 엄천강의 물은 정자 옆으로 조용히 흘러간다.

도보길은 매정마을 뒤쪽에서 시작된다. 한참을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가다 만나는 흙길. 마을주민들이 나뭇짐을 지고 오르내리던 길이다. 그 길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잡는 것은 조팝나무꽃들이다. 쌀알을 뿌려놓은 듯 흰 꽃들이 환하다. 길에는 리기다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벌거숭이 산림지에 30년 전쯤 화목용으로 심었다는 소나무가 제법 울창하다. 솔 숲길의 중간쯤에는 아름드리 개서어나무가 한 그루가 서 있다. 힘차게 가지를 뻗은 나무아래 앉아 귀를 기울이면 산에 깃든 새소리가 청아하다.



# 지리산이 물그림자로 담긴 다랑논을 따라 걷다

길은 깊은 산골의 상황마을을 지난다. 산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는 다랑논의 층계가 끝이 없는 곳. 모내기를 위해 물이 채워진 논에 산그림자가 또렷하게 내려와 있다. 상황마을의 하이라이트는 다랑논의 논두렁길. 다랑논의 임자는 기꺼이 이 길을 보행자들에게 내놓았다. 윗다랑논과 아랫다랑논 사이의 논두렁길 위에서 고개를 살짝 오른쪽으로 돌리기만 하면, 지리산의 장대한 능선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정면에는 천왕봉이고, 저 멀리 오른쪽 끝으로는 뱀사골 계곡이다. 흘낏 흘낏 지리산의 능선을 곁눈질해가면서 논두렁길을 건넌다. 이제 물을 받기 시작한 다랑논에는 지리산의 산그림자가 거꾸로 들어와 찰랑거린다.

산 위쪽의 다랑논에는 가느다란 전선이 울타리처럼 쳐져 있다. 멧돼지 같은 산짐승들이 내려와 벼가 심어진 논 위에서 몸을 뒤집어 온통 진흙투성이로 만들어버리는 까닭에, 태양열로 충전해 약한 전류를 흘려보내는 울타리를 쳐놓은 것이다. 멧돼지며 고라니, 노루, 오소리, 너구리들이 민가까지 내려오는 것은 이곳에서는 무시로 일어나는 일이라 했다.

상황마을을 지나면 등구재다. 한때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고갯길이었으나, 이제는 마을 저 아래쪽에 도로가 나면서 오가는 이가 없어 흐려졌던 길이다. 길은 도보길을 내면서 다시 살아났다. 해발 700m의 등구재는 넘는 것은 전라도에서 경상도로 걸어서 건너는 색다른 경험이다. 고개 정상의 이쪽편이 전북이고, 고개 넘어 저쪽은 경남 땅이다. 고개하나를 두고 이쪽 마을과 저쪽 마을 사람들은 말씨도 성격도 지방색도 다르다.



# 지리산의 주능선을 정면에서 바라보다

등구재를 넘으면 낙엽송 조림지를 지나고 한때는 작은 저수지였던 습지를 지난다. 습지로 날아든 물오리 한 마리가 인기척에 푸드덕 날아간다. 습지 주변에는 야생화들이 지천이다. 분홍색 꽃이 종처럼 매달린 금낭화며, 각시붓꽃과 구슬봉이가 수줍은 듯 꽃을 피워올렸다. 산길에는 지난 가을의 참나무 잎들이 서걱거리고, 나뭇가지에는 갓 돋아 접혀진 새잎이 하나둘씩 나고 있다.

이렇게 등구재에서 내려서면 작은 분지에 들어선 창원마을을 만난다. 상황마을의 다랑논이 완만하고 그나마 경지정리가 된 널찍한 것이라면, 이쪽의 다랑논은 경사가 급하고 촘촘하고 좁다. 모내기를 앞두고 다랑논에는 이제 막 물받기가 시작됐다.

5월 초순이면 여기 다랑논에 물이 그득하게 담긴다. 물 담긴 논에 파란 하늘과 지리산 자락의 그림자가 내려오는 풍경은 상상만으로도 아름답다.

창원마을에서는 지리산의 주능선을 파노라마처럼 바라볼 수 있다. 봉긋한 언덕 위 당산의 두그루 느티나무 아래 서면 지리산 천왕봉이 정면으로 다가든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면 집집마다 마당이나 텃밭에 벌통이 있다. 마을 주변이 모두 산이고 숲이니 따로 벌통을 놔둘 이유가 없다. 그저 집안으로 찾아드는 벌만 쳐도 첫서리 내릴 무렵 토종꿀을 푸짐하게 딸 수 있다.

지리산 자락의 산내와 마천쪽은 옛부터 닥종이(한지) 생산지로 유명했다. 산자락의 손바닥만한 밭에 닥나무를 길러내 닥종이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창원마을의 이상옥(61)씨만이 3대째 명맥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비록 판로도 변변치 않고, 가격도 좋지 않아 근근이 인건비나 건질 정도지만, 이씨는 “14살 때부터 배워서 할 줄 아는 것이 이것밖에 없다”며 이즈음도 닥종이를 떠내고 있다.



# 길에서 만나는 역사의 흔적, 그리고 삶의 흔적들

창원마을에서 숲길을 내려가면 엄천강을 끼고 있는 금계마을이다. 금계마을이란 정감록에 등장하는 이상향의 피란처 ‘금계동’에서 따온 이름이다. 금계마을에는 노디목이란 다른 이름도 있다. 노디가 징검다리를 뜻하는 방언이나 노디목이란 징검다리 목이란 뜻이다. 엄천강을 건너는 징검다리가 이곳에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했다. 지리산 도보길을 만들면서 마을이름을 살려 엄천강에 징검다리를 놓으려 했지만, 어찌나 허가 절차가 복잡했던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고 했다. 금계마을은 어디서나 보는 전형적인 산촌마을이다. 6·25직후 빨치산 소탕작전이 벌어지면서 지리산 깊은 골의 주민들이 이쪽으로 소개시켜 한때는 200여호가 넘는 마을이었다는데, 지금은 50여호만 남아 산촌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지리산 도보길의 1구간은 이곳 금계마을에서 끝나고 엄천강을 가로지른 의탄교를 건너 의중마을에서 다시 2구간 ‘산사람길’이 시작된다. 길의 첫머리부터 벽송사가 있는 능선까지의 길은 가파르다. 이 길에서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 자주 숨을 돌려가며 쉬엄쉬엄 오르자면 고즈넉하면서도 정겨운 숲길에 눈이 가고, 맑은 기운이 몸안에 가득 차오르게 된다. 그럴 때 발걸음은 절로 움직여진다.

벽송사 능선에 다 오르면 완만한 내리막이다. 이 길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송대마을. 6·25전쟁 당시 빨치산의 은신처가 되었을 만큼 깊은 골이다. 고작 4가구가 사는 오지 중의 오지. 이 마을에서 만난 김갑년(여·69)씨는 신랑 얼굴도 한번 보지 않고 이 깊은 산골로 시집와서, 다락밭을 일궈가며 일곱이나 되던 시동생과 4남1녀를 키워냈다고 했다. 그랬으니 인적조차 없는 산골에서 오죽이나 고생을 했을까. 산골살이의 외로움이 지독했던지 김씨는 “내일 죽더라도 사람 많은 곳에서 살고 싶다”며 “죽어서도 훨훨 강을 따라 가고 싶어 자식들에게도 ‘나 죽으면 산에다가는 묻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햇볕 따스한 봄날 평상에서 듣는 산골살이 얘기에 지리산에서 내려오는 청아한 물소리가 끼어들었고, 손바닥만한 마당에는 지리산이 길러낸 다래순과 둥굴레뿌리가 봄볕에 잘 말라가고 있었다.



# 그 길의 끝에서 뒤를 돌아보다

길은 임도를 따라 산촌의 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선 세동마을로 이어진다. 엄천강의 맑은 물을 발 아래로 둔 마을은 비탈 사면에 고즈넉이 앉아있다. 자연 속에 세들어 살면서 울도 담도 없이 한데 어우러져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한가족이었다는 곳. 마을을 휘적휘적 돌아보며 오래전의 흔적을 짚어보노라면 두번째 구간도 끝이 난다.

이제 이 길끝에서 엄천강을 따라가는 강변길이 만들어질 터다. 그 길의 끝에서 또다른 길이 이어지고, 그 길이 또다른 길로 연결되면서 지리산 자락을 따라 300km를 가게 되리라. 느릿느릿 가는 길인 만큼, 그 길이 만들어지는 것도 느리다. 하나씩 열어가는 그 길에서는 또 어떤 마을과 사연들을 만날까. 어떤 풍광과 삶이 있을까. 길의 끝에서 생각은 더욱 깊어진다.

지리산의 둘레를 잇는 300km 도보여행 길을 만들겠다는 장대한 계획은 사단법인 숲길의 작업으로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지리산을 사랑하고, 자연과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하나둘씩 모여 이뤄가고 있는 지리산 트레일은 그 길을 잇는 작업에 복권판매기금에서 출연한 녹색자금 100억원이 지원된다. 적잖은 돈이지만, 그 길이 삶과 문화를 잇는 길이 된다면, 도회지의 초고속의 삶을 사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가진 것을 내려놓는 여유와 위안을 준다면, 사라져가는 것들을 배웅할 수 있는 길이 된다면, 그 길은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갖게 되리라.

가는 길

지리산 트레일 가는 길=지리산 도보길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걷기 위한 여행에 자가용 승용차는 어울리지 않는다. 도보길이 시작되는 전남 남원시 산내면 매동마을. 서울에서 남원까지는 고속버스는 서울고속터미널에서 가장 자주 있다. 첫차는 오전 10시30분. 대략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밤늦은 시간이나 이른 아침에 출발하려면 동서울터미널에서 오전 8시20분 첫차나 자정의 막차를 이용하면 된다.

남원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인월행 버스를 타고 인월에서 내려 10∼30분 간격으로 있는 백무, 삼정, 등구, 촉동행 버스로 갈아타면 매동마을 앞에서 정차한다. 길을 건너면 바로 도보길로 들어설 수 있다. 인월의 사단법인 숲길에서 운영하는 지리산길 안내센터(063-685-0850)를 찾아가면 도보길에 대한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묵는 곳·먹을 것

어디서 묵고 무엇을 먹을까=숙박을 하려면 인월이나 함양까지 나가야 한다. 함양보다는 인월 쪽이 훨씬 더 가깝다. 인월은 지리산을 끼고 있는 관광지답게 모텔급 숙소부터 호텔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나 5월부터는 지리산행객들이 몰리면서 방 사정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미리 예약을 하고 가는 편이 안전하다. 평소 3만5000원 안팎이지만, 성수기나 주말이 되면 방 값은 5만원 안팎으로 오른다.

맛집은 단연 인월 구인월교 부근의 ‘두꺼비집’(063-636-2979)이 추천할 만하다. 구수하면서도 진한 어탕과 어탕국수가 일품이다. 어탕에 관한 한 이곳을 능가하는 집을 찾기 어려울 정도. 민물고기를 푹 삶아서 살만 추려낸 뒤, 시래기를 넣고 끓여낸 어탕은 대개 여러 맛이 어울려 무지근하고 흐릿하게 느껴지지만, 무슨 비결이 있는 것인지 이 집의 것은 콕 집어내는 맛이 있다. 점심시간이면 관광객들보다 일대 주민들이 몰려들어 북적북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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