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모든것

오지의 산 횟골산

박상규 2009. 6. 4. 17:37

[주말산행코스] 오지의 산 횟골산
돌리네지형에 형성된 장뇌삼 집단재배지

강원도 삼척시 노곡면 여삼리는 장뇌삼 집단재배마을로 오래 전부터 유명하다. 할배에 그 할배 때 삼척 하장에 사는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산삼 씨 몇 알을 선물 받아 집에 돌아와 씨앗을 심었더니 두어 포기만 싹이 올라와 신주 모시듯 기른 것이 현재의 장뇌삼 마을이 되었다는 것이다.

여삼리는 삿갓봉, 동무산, 수리봉, 횟골산, 절름쟁이산, 안항산, 선구산, 태평산이 울타리 구실을 하여 입시터, 샛말, 큰마을, 흐르목이, 창밭골, 쇗골 62.7km² 면적에 45호 100여 명이 사는 석회석 분지에 형성된 자연부락이다. 원래 ‘넷심’이라 하여 웅덩이(돌리네)처럼 생긴 소형분지가 4개쯤 있어 ‘여심’이라 하였던 옛 이름이 지금은 ‘여삼’이라 부르고 있다.


▲ 산판을 하여 민둥산이 된 동무산 정상의 케언.
이재학씨(67·블랙야크 삼척점·033-575-0078), 삼척여성산악회장 박금열씨,송필남, 정선자, 김미자 회원, 태백여성산악회장 권영희, 총무 안순란씨는 산행 들날머리로 정한 여삼리 노인회관 앞에 모였다.

여삼리 노인회관에서 출발, 종점

오늘이 장뇌삼전시관 개관식이 있는 날이라 마을 사람들은 손님맞이 준비에 바쁘다. 여삼리 표석과 송학정을 뒤로 하고 큰 마을로 향하니 흐르목, 삿갓봉, 동무산이 한눈에 드는 삼거리에는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솟대가 섰다. 서쪽으로 가는 길은 조금씩 고도를 낮추며 분지 속으로 여삼장뇌농원 울타리를 끼고 걷는다. 장뇌삼 재배에 필수조건인 반그늘을 만들기 위해 중국원산 약용식물 두충을 심어 인공숲을 조성하고 음나무, 드릅나무, 초피나무들도 심어놓았다.

갈지자를 쓰는 흐르목으로 오르며 돌리네 지형 속에 터를 잡은 큰 마을 경치를 내려다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풍화작용에 마모된 석회석들이 지하에서 지상으로 돌출되어 자연괴석공원을 이루었다. 봄을 알리는 꽃다지, 호제비꽃, 잔털제비꽃도 땅에 납작 엎드려 낭창거리고, 산형꽃차례로 핀 노오란 생강나무는 봄을 즐기건만 오동나무는 아직도 겨울잠을 자고 있는 흐르목이다. 들머리에서 지금도 땅꺼짐이 진행 중에 있는 흐르목까지 시나브로 30분 걸렸다.

▲ 흐르목으로 오르는 길에 상강나무가 꽃을 피웠다.
흐르목 수레길 말랑에서 오른편 솔밭 사잇길로 올라선다. 묘도 있고 노랑제비꽃이 모다기 모다기 샛노랗다. 전봇대 버팀쇠줄에 묶인 소나무는 얼마나 고통스럽게 지내고 있었을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재학씨가 쇠줄을 풀어주고 자리를 뜬다. 묘비가 있는 김해, 삼척김씨 쌍묘를 지나자 제단이 있는 삿갓봉 정상이다. 사위 조망이 시원스럽다.

동북쪽에 솟은 동무산(동매산)을 건너다보며 능선 숲길을 따라 하산하니 밭이 나타나는 벽넘이재 안부다. 쓰레기들이 여기저기에 있다. 벽넘이를 뒤로하고 황토밭머리를 지나 다시 숲으로 드는 곳에 ‘동무산’ 화살표 푯말이 걸렸다. 석회석 틈새에 자생하는 회양목 사이로 만든 길을 따라 돌리네 지형을 지나 ‘산메기’ 푯말과 소나무 숲속의 움막을 뒤로하고 잠시 고도를 높이자 벌목하여 시야가 갑자기 확 트이는 동무산(418m) 정상이다. 둥근 동남쪽 끝에 케언이 있다. 여기서는 동남쪽 조망이 특히 좋다.

▲ 여삼리 노인회관과 장뇌삼 전시관.
북북동 능선을 따라 이번에는 횟골산으로 간다. 마을에서 잡목들을 제거하여 길을 만들어 놓았다. 잣나무 선 안부 공터에 걸린 ‘산메기등’ 이름표를 지나 능선분기점 삼거리에 수리봉(355m) 방향 이정표가 있다. 여기서 오른쪽 능선으로 간다. 회양목이 파란 왼편은 아찔한 연치골(연치리골)이다. 발아래를 조심하여 회양목 군락을 막 벗어나자 전망 좋은 위치에 자리한 삼각점(삼척 429, 2005 복구)있는 횟골산(428.8m) 정상이다.

▲ 삿갓봉에서 동무산으로 가는 길.
북으로의 조망은 선구산(457m)이 가깝게 있고, 삼척의 진산인 근산(504.8m)이 묘잔등처럼 봉긋 특이하여 사방 멀리에서도 눈에 잘 띈다. 서쪽은 소복골, 연치골 협곡 건너편에 청옥산, 두타산이 거대한 등치로 백두대간을 지키고 앉았다. 동쪽과 남쪽은 절름쟁이산이 코앞에 있고, 그 뒤로 안항산, 태평산 등 이름 모를 산들이 연달아 솟아있다.

▲ 횟골산 정상. 뒤로 두타산~청옥산이 웅장하게 솟아있다.
북쪽 선구산, 근산으로 이어진 능선으로 길이 있으나 하산은 동쪽 건너편에 있는 절름쟁이산으로 간다. 길이 없어 숲을 헤치며 간다. 양지쪽에 일찍 핀 생강나무꽃이 반겨 취재팀 모두 기념사진 박는다. 약 20분 소요에 ‘재넘어’, ‘저넘어’에 있다는 뜻의 절름쟁이산(저름쟁이산·437m) 정상이다. 사람의 때가 묻지 않은 모습으로 소나무 군락에 쌓여 사방이 보이지 않는다.

▲ 삿갓봉 정상의 제단.
하산은 그대로 남쪽 능선 숲속을 더텨 내려선다. 삼척김씨, 강릉최씨 쌍 묘를 지나 초피나무 엉크러진 가시들에 찔리지 않도록 신경 쓰며 밀림을 뚫자 밭둑에 솜나물, 할미꽃, 냉이, 꽃다지, 제비꽃 종류들이 반기는 장뇌삼전시관 앞이다. 산을 휘이 올려다보니…

삼백 년 묵은 오구쌍대,
오백 년 묵은 육구만달,
칠백 년 묵은 칠구두루부치,
천 년 살은 동자삼이 뜬 구름이다.

산행길잡이
여삼리 노인회관~(30분)~흐르목~(25분)~삿갓봉~(50분)~동무산~(40분)~횟골산~(20분)~절름쟁이산~(25분)~여삼리 노인회관.


교통
삼척 버스터미널(033-572-2085)에서 여삼리행 시내버스 하루 4회 왕복 운행(07:00, 09:00, 14:00, 16:00).


숙식(지역번호 033)
민박, 산행, 장뇌삼, 장뇌술, 산나물 곤드레 구입 등은 여삼리 백동현 이장(033-572-4913·011-364-4913)이나 이영자 부녀회장에게 문의.
여삼리 마을에는 여관과 식당이 없다. 삼척시의 낙원장여관(576-0164), 대원모텔(546-0125), 팰리스호텔(575-7000), 향토식당(574-8686), 해뜨는집(574-8683), 부일막국수(572-1277) 등을 이용.
장뇌농가 연락처 / 김준석 572-4903·011-9797-4903, 박재명 572-4895·016-380-0397, 정연모 572-4904·011-9198-4904, 김상준 572-6186, 서봉천 572-4908, 김은출 572-4579, 김명달 572-8247, 전향재 572-6769, 정내화 572-4901, 김연배 572-4918, 서봉기 573-4925·011-9790-3736, 정응택 572-4906·011-9918-4906, 안치홍 572-4868·016-781-4868, 안치영 572-5924·011-373-7604, 김순희 572-4568·017-735-0900, 세호 573-5858·011-361-0909, 박세용 572-4909·017-379-4909, 정연경 572-4898·011-9198-4898, 정연덕 572-4896·010-6376-4896, 정연기 572-4897·017-376-4897, 심종수 573-1156·017-370-4928, 서원석 572-4862·011-363-3663, 김봉식 572-5822·017-382-5050, 최동순 572-5612·011-363-5612, 안치섭 572-4911·016-202-0880, 백동현 572-4913·011-364-4913, 박홍록 574-4258·010-6331-4258, 김영철 554-3624·010-6388-3624, 김동욱 572-9285.4185·011-360-9285.


/ 글·사진 김부래 태백 한마음산악회 고문·태백여성산악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