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정보

강원도 원주 치악산 성황림

박상규 2009. 7. 13. 15:20
이 길 너머에 자물쇠 잠긴 숲이 있다 "강원도 원주 치악산 성황림"


★...치악산 국립공원을 향해 이어진 도로. 치악산 자락에 채 들어서기 전부터 우람한 숲이 마치 터널처럼 이어진다

★...강원도 원주군 신림면 성남리. 치악산 남대봉의 동남쪽 입구인 그곳에 ‘신이 사는 숲’이 있다고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대대로 모셔온 성황신이 깃들어 있는 음습하고 신비로운 숲이 있다고 했습니다. 길에서 만난 마을 사람들은 그 숲에 들면 ‘신령스러운 기운’이 절로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숲에 들어서면 함부로 뛰지도, 큰소리로 말을 건네지도 않는다고 했습니다.


★...온통 초록빛으로 가득한 성황림의 모습. 깊이 들어서면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다.

한여름에 그 서늘한 숲을 찾아갑니다. 철제 울타리와 사슬, 자물쇠로 굳게 닫아건 문을 조심스레 열고 신이 깃들어 있다는 성황림에 들었습니다. 하늘을 가린 나무들로 대낮인데도 숲은 어둑어둑했습니다. 오래된 성황당을 둘러싸고 전나무며 복자기나무, 느릅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이루 다 이름을 대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나무들이 우우 늘어서 있습니다. 오래된 나무들이 마치 손에 손을 잡고 성황당 주위에 둘러서 있는 듯했습니다.


★...치악산 구룡산 입구에서 200년이 넘게 자란 은행나무. 하나의 둥치에서 뻗은 여러 가지들이 마치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다.

성황림에 진짜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지는 않았지만, 우뚝 선 ‘아버지 나무’인 전나무와 마주보고 선 ‘어머니 나무’인 엄나무, 그리고 숲 끝머리에서 이리저리 가지를 뒤틀며 자라난 소나무들에게서 범상찮은 기운을 느꼈습니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나무가 ‘하나의 풍경’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으로 다가왔습니다.


★...풍경이 매달린 구룡사 대웅전의 처마는 단청이 유난히 곱다.

치악산 자락에는 성황 숲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치악산을 대표하는 나무는 단연 황장목입니다. 황장목은 금강송, 적송, 미인송으로 불리는 당당한 풍모의 우리 소나무입니다. 치악산은 조선시대 왕실에서 쓸 황장목을 길러내는 산이었답니다. 치악산으로 드는 숲길의 소나무는 구룡사 일주문인 원통문에 이르러 절정의 풍경을 빚어냅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붉은 껍질의 소나무의 위용은 당당하기 그지없습니다. 그 숲을 따라 천천히 걷는 길에서는 귀를 정갈하게 씻어주는 계곡 물소리와 소나무의 알싸한 향내가 내내 계속 따라옵니다.


★...성황림의 성황당 오른편으로 아버지나무인 전나무가, 왼편으로는 어머니 나무인 엄나무가 서있다.

이렇게 나무도 보고 물도 듣고, 향기도 맡으며 한적하게 걷는 게 숲길을 제대로 걷는 요령입니다. 산 능선에 바쁘게 올라타 정상을 밟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난 뒤에야 숲의 모습과 소리, 그리고 향기가 온전히 느껴진답니다. 산 아래 숲 길을 여유있게 산책하다 절집에서 시원한 물바가지를 들이켜고 느릿느릿 돌아오는 숲으로의 여행. 이런 여행은 욕심을 버릴 때 비로소 풍성해지는 법입니다. / 원주 = 글·사진 박경일기자


★...조선 왕실이 일반 백성들의 소나무 벌채를 금지하기 위해 바위에 새겨놓은 황장금표. 구룡사쪽 치악산 국립공원 매표소 부근에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