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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피서지 - 흐르는 계곡물에 시름도 씻겨간다

박상규 2009. 8. 7. 13:36
[위크엔드] 흐르는 계곡물에 시름도 씻겨간다
#콰콰콰콰. 쏟아지는 물소리에 주변 모든 소음조차 잠겼다. 이제 질릴 때도 됐으련만 아이들은 여전히 신나게 물장구를 친다. 나무그늘 밑 평상처럼 너른 바위에 앉아 흐뭇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발은 이미 흐르는 물에 담겨 있다. 가장은 바지를 걷어부친 채 뜰채를 들고 나섰다. 팔뚝만한 누치라도 한 마리 잡아야 남자 체면을 세울텐데. 급한 마음에 눈으로 송사리를 쫓고 있다. #흐르는 물에서 건진 수박은 유난히 달게 느껴진다. 물놀이를 마친 아이들은 배가 고팠는 지 수박껍질이 오이빛이 되도록 모조리 갉아먹고 돗자리 위에서 낮잠에 빠졌다. 텐트 밖으로 발만 내민 아버지도 지금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잠을 자고 있다. 이따끔씩 불어오는 시원한 녹색 바람은 서슬퍼런 한 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 송송 맺힌 땀방울을 날려 버리기에 충분하다. 살짜기 틀어놓은 FM 라디오는 언젠가 좋아했던 유행가를 웅얼대고 있다. 아버지는 지금 20대 시절의 꿈이라도 꾸고 있는 듯. 잠든 표정이 유난히 씩씩해 보인다. #강가에 걸터 앉은 남자. 살금살금 따라와서 손가락으로 머리를 건드리며 숨는 여자. 참 이상도 하다. 강변에 앉은 두 연인의 얼굴은 해가 밝을땐 표정도 따라 밝아지고. 붉은 태양이 저물어가면 얼굴도 따라 발그레 물든다. 어둠이 짙어가도 수정처럼 맑은 물은 여전히 유유히 흐르고 있지만. 두 사람은 어느새 일어나 강가를 거닐며 멀리 사라진다. 물소리와 풀벌레 소리만이 남은 강변의 연가는 이렇게 깊어간다.

●홍천 노일강변=노일리 강변은 정말 보기드문 클래식한 물놀이터다. 홍천강 하류 팔봉리에 깨끗한 ‘1급수’가 장판처럼 깔려 흐르는 일명 ‘노일강변’은 물살이 세지 않고 널찍한 자갈밭이 있어 센스있는 피서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홍천은 물도 물이지만 무엇보다 울창한 산림이 가득한 산세가 일품이다. 수시로 시원한 바람이 골을 타고 불어와 일등 피서지다. 특히 낮에 노일강변에서 텐트를 치고 놀고 밤에는 인근의 펜션 타운과 대단위 리조트(비발디파크)에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까닭에. 텐트에서의 숙박을 대단한 불편쯤으로 생각하는 요즘 세태의 입맛에 딱인 곳이다. 마트 주차장보다 더 너른 자갈밭이 있어 텐트를 치거나 자리를 깔고 쉬기에 좋다. 수심이 얕아 견지낚시는 물론 아이들 물놀이도 가능하다. 뜰채를 이용해 송사리를 잡는 아이들의 표정은 지난번 갔던 수영장에서의 즐거움과는 또 다르다. 깨끗이 정리를 하고 떠날 자신만 있다면 돌을 주워모아 밥을 지을 수도 있고. 넙적한 자갈을 닦아 고기를 구워먹을 수도 있다. 생태체험과 야영을 함께 할 수 있는 워터파크가 바로 노일강변이다.

●가평 용추계곡=산은 흔히 높다고 하지만 때론 깊다고도 한다.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용추계곡 산골짜기(谷)에서 칼봉산·옥녀봉을 바라보면 그야말로 산이 깊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용추계곡은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깃들 만큼 심산유곡의 풍경이 아름다운 곳. 층층이 암반을 타고 졸졸 흘러내리는 맑은 물 속 동글동글한 바윗돌이 비치는 용추계곡은. 겹겹이 버티고 선 산 그늘이 드리워질 오전이 가장 좋다. 트레킹을 겸해 용추9곡(옥계9곡)을 오르는 등반코스도 좋지만. 역시 피서철에는 용추폭포 하류의 ‘용추계곡별장’ 인근에서 노는 것이 좋다. 이곳 윗편으로는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탓에 취사를 할 수 없고 또 수량이 많아진 까닭에 가족 물놀이를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계곡 피서의 제 맛은 천렵과 취사지만. 울창한 산림이 있는 계곡 상류에서는 화기를 다루면 안되는 까닭에 하류의 유원지에서만 정해진 시설로 이용가능하다. 밤새 비가 와도 허리까지도 차오르지 않지만 얼음장처럼 시원한 계곡물에 탁족을 하며 놀다보면. 적어도 내년 6월까지는 더위를 먹지 않을 듯하다. 신선들이 왜 그림좋은 해변이 아닌 계곡에서 주로 노닐었는 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

가평·홍천 | 글·사진 이우석기자 d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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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길=용추계곡>서울~구리~46번국도~가평읍~북면 방면~363번 지방도~용추계곡. 노일강변>서울~44번국도~홍천IC~5번국도 춘천방향~노일강변.

●먹을거리>홍천은 화로구이가 유명하지만 여름에는 역시 시원한 막국수가 제격이다. 춘천 인근이라 그런지 막국수도 맛있다. 팔봉리 인근 '원추리 막국수'에서는 메밀면에 시원한 육수를 부어먹는 막국수(사진)가 인기다. 5000원. (033)435-1373. 비발디파크 내 '두능골'은 호주산 1등육 등심을 사용한 숯불구이(사진)가 일품이다. 입안에서 살살녹는다. 숯도 몸에 해로운 백탄이 아닌 참숯을 사용하는 등 고급화에 신경썼다. 등심 3만 2000원(200g 기준). 다소 저렴한 돼지고기(1만 1000원)도 있다.1588-4888(내선 7447).

대단위 독립식 펜션이 있는 용추계곡 별장에서는 야외 삼겹살 바비큐를 구워먹을 수 있도록 그릴을 차려준다. 삼겹살은 미리 한약재에 재워놓아 누린내가 나지 않으며 다먹고 나면 연(蓮)으로 만든 깔끔한 냉면이 기다린다. 전라도(보성)식 밥상도 일품. 미리 주문하면 아침을 차려준다. (031)581-4858.

●둘러 볼만한 곳=계곡만으로 만족 못하고 하루쯤 신나게 놀고 싶다면 올해 새로 V파도를 장착한 홍천 '오션월드(사진·vivaldioceanworld.com)'가 있다. 원래에도 홍천강 1급수를 사용했지만 최근 물(?)이 더 좋아졌다는 평이라 젊은층 피서객들에게도 딱이다. 1588-4888.

홍천 동면 덕치리 공작산 아래에는 신라시대(708년)에 창건한 천년고찰 수타사(壽陀寺)가 있다. 맑은 계곡을 끼고 있으며 하다. 대적광전 팔작지붕, 3층석탑, 월인석보(보물 제745호) 등 수많은 문화재도 있다.

그외의 계곡여행

그외의 계곡들

옛 선조들은 언제나 금수강산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낼 때면 꼭 계곡의 아름다움을 빠뜨리지 않았을 만큼 전국 곳곳에 쉴만한 계곡이 많다. 울진에는 유명한 불영계곡과 덕구온천에서 원탕으로 오르는 응봉계곡이 일품이다. 그중에서도 울진계곡은 전체가 명승 제6호로 지정된 곳이라 그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굽이치는 15㎞ 길이의 기암괴석 계곡은 족히 '한국의 그랜드 캐년'이라 불리울 만하다. 삼도봉·각호산·민주지산에 둘러싸인 원시림이 지금껏 그대로 보존된 충북 영동의 물한(勿閑)계곡은 충청남도·경상북도·전라북도의 가운데 놓인 입지 조건과 절경 때문에 그 이름 그대로 한가할 틈이 없는 인기 관광지다. 게다가 한천(寒泉)마을로 이어지니 피서지로는 제격일 수 밖에 없다. 계곡으로 오르는 길에 소나무 숲과 폭포, 소(沼)가 이어져 지루하지 않을 뿐더러 그다지 가파르지도 않아 4계절 '즐겨찾기'가 가능한 곳이다.


 가까운 계곡은 교통비 마저 들지 않아 더욱 좋다. 경기관광공사와 경기도가 가족단위 피서지로 선정한 6개 청정계곡(남양주 비금계곡, 양평 중원계곡, 가평 어비·명지·조무락계곡, 포천 백운계곡)은 별로 힘들이지 않고도 경치좋은 곳에서 쉴 수 있는 까닭에 더 없이 귀한 곳이다.

이우석기자 d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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