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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도 찬 바람 쌩쌩 부는 `냉장고 마을`

박상규 2009. 8. 8. 10:56

 

한여름에도 찬 바람 쌩쌩 부는 '냉장고 마을'

당일치기 여행 -강원도 정선군 바람굴
여름에도 바위 틈서 '뽀얀 수증기' 나와
바람굴 입구는 찌는 한낮에도 '섭씨 7도'

 

 

에어컨 바람이 '사치'가 된 고유가시대의 여름, '찬 바람 술술 나오는 바위가 있다'는 소문을 따라 강원도 정선군으로 향했다. 아이스크림 사 먹으러 들른 '회동상회' 주인 이복임씨는 "풍혈(風穴·바람굴)이 어딘가요"라고 묻자 "바로 저긴데… 그렇게 입고 가면 춥드래요"라고 했다.

풍혈이 있는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커다란 회색 굴이 왼쪽에 모습을 드러냈다. 익살스러운 표정을 한 '얼음동굴 대장군'과 '얼음동굴 여장군' 왼쪽 길로 열 발짝쯤 들어서자 바위 틈에서 뽀얀 김과 함께 서늘한 바람이 쌩쌩 불어왔다. 바위 한 구석에 설치된 온도계는 이날 '섭씨 7도'를 가리켰다.

두꺼운 암석이 감싸고 있는 지하 동굴엔 햇빛이 닿지 않는다. 외부 환경의 영향을 잘 받지 않다 보니, 철 따라 기온이 급변하는 '바깥 세상'과 달리 일년 내내 일정한 온도가 유지된다. 한국동굴연구소 김련 부소장은 "동굴 내부 기온은 그 지역 1년 평균 기온과 비슷하다"며 "굴 속 온도는 일정하지만 여름엔 바깥이 더워 시원하게 느껴지고 겨울엔 반대로 따뜻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지하 동굴에 구멍이 나 일부가 바깥으로 노출되면 기온 차로 인해 내부 공기가 빠져 나오는 '풍혈'이 된다.

가리왕산 풍혈 속 석회암 동굴의 길이는 1㎞ 정도. 옛날엔 동굴을 냉장고로 썼단다. 지금은 입구가 막혀 그 앞에서 찬 바람 맞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정자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나오는, 아이 하나 들어갈까 말까 한 구멍에서도 강풍(强風)이 뿜어져 나온다.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입장료 성인 1000원·청소년 600원·어린이 300원, 주차료 대형 5000원·중형 소형 3000원·경차 1500원.

  • ▲ 수은주가 섭씨 30도를 오르내린 7월 말에도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얼음동굴 입구는 냉장고처럼 시원했다. 모델은 회동리 마을주민 김돈형 김부남 민옥한 이복임씨(왼쪽부터). /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canyou@chosun.com

  • 정선 '찬바람'을 맛맛으로 즐기려고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에서 차로 약 한 시간 걸리는 동면 화암리 화암동굴로 갔다. '당신은 나를 알기를 흑싸리 껍질로 알아도 나는야 당신을 알기를 공산명월로 알아요….' 정선아리랑이 흘러 나오는 모노레일을 타고 7분 정도 올라간 다음 동굴에 들어갔다. 에어컨 수십 개를 '최강(最强)' 모드로 틀어놓은 듯한 찬 바람이 사방에서 쌩쌩 분다.

    관람 길이 1803m짜리 동굴은 '역사의 장' '금맥 따라 365' '동화의 나라' '금의 세계' '천연동굴' 등 5개 영역으로 나누어진다. 끝 무렵 만나는 천연동굴은 이 동네 사람들이 부르는 애칭 '광장'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크고 웅장하다. 얼어버린 손을 호호 불면서 높이 8m에 달하는 거대한 석순(石荀) 세 개를 번갈아 가며 보고 있는 사이 시커먼 천장에서 얼음같이 찬 물이 머리 위로 툭툭 떨어져 내렸다. 공기가 착 가라앉아 있는 여느 동굴과 달리 화암동굴 안엔 꽤 강한 바람이 쌩쌩 흐른다.

    정선군 시설관리공단 김응경씨는 "동굴 입구(해발 550m)와 출구(해발 400m)가 따로 있어서 동굴 안 공기 흐름이 빠르다"며 "여름엔 찬 바람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겨울엔 반대로 더운 바람이 위로 치고 올라간다"고 했다. 덜덜 떨면서 동굴을 탈출한 순간 따가운 햇살과 울창한 나무와 발 빠른 다람쥐가 '여름 나라'로의 귀환을 환영했다.

    모노레일 운행 오전 8시53분~오후 5시7분, 약 15분 간격. 정선군 시설관리공단은 7월 21일~8월 25일 오후 7~11시 '동굴 공포 체험'을 운영한다. 3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모노레일에 약 40명씩 타고 입구까지 올라간 후 5, 6명 단위 팀을 구성해 5분 간격으로 들어간다. '역사의 장' '동화의 나라' 구역의 조명을 모두 끄고 작은 손전등에 의지해 걷는데 '늑대인간'이 괴성을 지르고 귀신 분장한 직원이 발을 붙잡는다. 팀마다 손전등을 하나씩만 줘서 앞이 너무 안 보인다는 게 아쉽다.
    인터넷 예약을 놓쳤다면 오후 6시30분부터 시작하는 당일 선착순 판매분(250명)을 구입하면 된다. 동굴 관람료 어른 5000원·청소년 3500원·어린이 2000원, 모노레일 승차료 각각 2000원·1500원·1000원, 동굴 공포체험 이용료(모노레일 포함) 각각 1만2000원·1만원·5000원. 관람시간 약 1시간.


    자가용으로: 영동고속도로 새말 나들목→42번 국도 안흥·방림삼거리·평창·미탄 거쳐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이정표. 화암동굴까지는 42번 국도 정선 방향→59번 국도 남면 방향→덕우삼거리 앞 424번 지방도로→동면 지나 화암동굴


    대중교통으로
    : 동서울종합터미널서 오전 7시10분~오후 6시55분 정선 가는 버스가 11번 출발한다. 성인 편도 1만6500원부터, 3시간40분 정도 걸린다. 정선여객터미널서 오전 6시20분~오후 8시, 8번 출발하는 '회동'행 버스를 타면 가리왕산 자연휴양림까지 간다. 화암동굴은 정선여객터미널서 오전 6시~오후 8시, 10번 출발하는 '동면' 방면 버스 이용.


    가리왕산휴양림 안내소 (033)563 -1544, 정선군 시설관리공단 (033)562-7062, 정선군 관광문화과 (033) 560-2361·www.ariari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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