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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운산[望雲山 남해] : 지도,정상석 사진,산행코스

박상규 2009. 8. 14. 16:12

남해바다 최고높이를 자랑하는 망운산(望雲山 786 m), 그러나 남해안 제1의 명산인 금산에 가려 진가가 꼭꼭 숨겨진 곳이다. 그리고 망운산을 오르는 사람은 이곳이 알려지길 두려워 한다. 깨끗한 풍모, 드넓은 기상, 아는 자만 오르리라. 금산이 남해를 찾는 손님들의 산이라면, 망운산은 남해인들이 가장 아끼는 늠름한 기상이다. 고현면 대곡마을에 있는 화방사에서 조용한 산사의 정적을 뒤로 하며 산길을 올라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서 보는 주변 바다 위에 점점이 떠있는 자그마한 섬들과 강진만, 연죽저수지, 청정해역의 서상 앞바다, 멀리 지리산, 여천공단, 여수, 삼천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는 기우제를 지냈던 흔적인 듯, 평평하게 북쪽을 향하도록 되어 있고, 옆에는 제관이 앉을 수 있도록 돌로 된 의자가 놓여있다.

 

남해에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제일 먼저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고, 그래도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상주리 앞바다 세존도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정상 반대편에 있는 연대봉에는 봉수대의 흔적이 남아 있다. 남해군 남해읍과 서면 경계에 있는 망운산(望雲山)은 남구만의 시에서도 비쳤듯이 '구름을 바라본다'는 뜻이다. 해발 높이가 786m로 남해에서 가장 높다. 남해의 산들이 모두 그렇듯 이 산도 바다와 주위의 섬들과 어울려 경관이 좋고 바다의 조망이 좋다. 이 산의 이름이 뜻하는 바와 같이 이 산에서 바다의 구름과 구름과 어우러진 북쪽의 많은 산들을 조망하는 맛이 좋다. 특히 구름과 어우러진 지리산의 조망은 참으로 훌륭하다.

 

나는 운이 좋아서 금년 6월 첫번째 망운산 산행에서 구름에 싸인 지리산을 보았다. 구름 위에 솟은 천왕봉이 너무도 아름답고 신비스러워 청학동과 고운 최치원의 전설이 아니라도 그 구름 속 어딘가에 신선이 노니는 선계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약천 남구만은 그 구름을 보고 이름이 잘 지어졌다고 했고, 귀양살이에 외로웠던 그는 그 구름을 타고 고향으로 가고 싶어했다. 망운산 자체도 아름답고 멋있는 산이다. 온 산에 나무가 많아 숲이 무성하여 아무리 더운 한낮에도 시원하고 컴컴하다. 또 고스락 일대와 관대봉 수리봉은 우뚝 솟은 암봉으로 되어 있고, 기암괴봉이 곳곳에 널려 있어 그 위에 서면 바다와 지리산의 조망이 좋을 뿐만 아니라 가슴 속까지 시원해서 호연지기가 무엇인가 알 수 있을 것 같다.

 

요즈음에는 군에서 망운산 고스락 일대를 철쭉밭으로 가꾸어 놓아 봄에는 산의 머리가 온통 붉은 철쭉꽃으로 덮여 장관을 이룬다 한다. 철쭉제도 있는 5월에 망운산에 오르면 천상의 화원을 거닐 수 있어 더욱 좋을 것이다. 또 이 산에는 남해 삼사(三寺)의 하나인 화방사가 있고, 고스락의 바위벽 아래 동쪽을 향한 좋은 자리에 망운암이 있다. 화방사는 망운산의 북편 아늑한 골짜기에 자리잡고 있는 절로 꽤 크다. 원래 원효대사가 망운산 서남쪽에 창건했을 때는 연죽사라 했다 한다. 고려 신종 5년(1202년) 진각국사가 지금의 자리로 옮겨 짓고 영장사라 이름을 바꿨으나 임진왜란 때 모두 타버렸다 한다.

 

조선조 잊조 15년(1637년) 서산대사의 제자 계원과 영철 두 선사가 다시 중수하고 절 이름을 화방사라 다시 고쳤다. 이 절터가 연꽃 형국이어서 화방사라 했다는 것이다. 이 절에 있는 채진루는 문화재자료 제152호다. 또 망운산 주봉 고스락의 동쪽 바위 낭떠러지 아래에 망운암이라는 조촐한 암자도 있다. 해 뜨는 동쪽을 바라보고 짙은 숲속에 있는 망운암도 자리가 좋아서 조용히 머물고 싶은 암자다. 남해읍 바로 서쪽에 마치 호롱꼭지처럼 우뚝 솟아있는 관대봉은 그 일대가 기암괴봉의 숲이어서 경관이 뛰어나다. 옛날의 관디(벼슬아치들의 공복)처럼 생겨서 관대봉이라는 이름이지만, 또 가마처럼 생기기도 하여 '가마봉' 이라기도 하고, 이 봉우리 위가 시루 하나를 앉힐 만한 자리의 넓이라고 해서 '시루봉' 이라고도 한다.

 

화방사에서 산등성이에 오르고 산등성이 길로 망운암 갈림길까지는 가파르지도 않고 숲속 흙길이어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느긋하게 오른다. 망운암으로 들어가는 갈림길을 지나 조금 오르면 화방상에서 돌아 올라온 임도(통신소로 오르는 찻길)와 만난다. 이 임도로 또 조금 오르면 너른 광장에 이른다. 이 광장에 서면 광양과 여수쪽의 바다가 보이고 지리산도 조망된다. 샘터도 있어서 편리하다. 찻길은 비탈을 돌아서 망운산 상봉에 이르지만, 상봉에는 통신시설이 있어서 갈 수 없다. 철쭉밭은 여기서부터 산등성이를 따라 서쪽 비탈에 넓게 펼쳐진다. 산길은 이 광장에서 등성이만을 고집하며 뻗쳐있다. 능선 오른편(서쪽)에 계속 철쭉밭이 이어진다.

 

주봉 구실을 하는 바위봉우리(망운암 뒤 봉우리. 남해에서는 이 봉우리의 높이가 상봉과 같다고 함) 일대에서만은 비탈이 너무 가팔라서 철쭉이 없고 주봉 다음의 759m봉에서 다시 철쭉밭이 시작하여 상봉까지 북쪽 비탈에 이어진다. 주봉은 우뚝 솟은 크나큰 바위봉우리이고 꽤 넓은 너럭바위여서 당당하게 주봉 구실을 한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구름이 감도는 지리산을 비롯한 뭇산들이 멀리까지 조망되고 남해 온 섬이 한눈에 든다. 관대봉이나 망운암에 가려면 우선 이 주봉에서 북쪽 759m봉 사이에 있는 잘록이로 내려서야 한다.

 

상봉으로 가는 찻길도 여기서 만났다가 다시 헤어진다. 망운암은 이 잘록이에서 왼편(동쪽)으로 조금 내려가서 또 왼편(북쪽)으로 비탈을 돌아가야 한다. 망운아을 지나 계속 비탈을 더 돌면 중턱 광장으로 오르는 길과 만나 화방사로 되내려갈 수 있다. 759m봉으로 오른 다음 남해읍 쪽(동쪽)으로 뻗어내린 줄기를 타고 관대봉을 향해 내려갔다. 긴 등성이를 내려가며 오른편에 보기 좋게 솟은 수리봉을 볼 수 있었고, 저 앞으로는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관대봉은 무 토막처럼 유별나게 하늘로 솟아 오른 바위봉우리여서 가파른 바윗길을 오르기가 힘들었지만, 오르고 보니 참으로 좋은 곳이었다. 수직으로 솟은 바위벽 위는 편평하고 넓었으며, 근처의 기암괴봉이 내려다보였다. 멀리서 볼 때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좋은 경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