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좀 찍다 보면 야경은 꼭 한 번 찍고 싶은 도전거리가 됩니다. 실제로 수많은 포토 갤러리에서 소위 ‘일면’을
차지하는 멋진 작품들 중에는 야경 사진의 비율이 꽤 높지요. 그만큼 야경이 잘 찍었을 경우 눈과 마음을 만족시
켜 주는 멋진 소재란 방증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내공이 좋은 아마추어 진사님들이 너무 많아 예전만큼 희귀하진
않지만 여전히 야경사진은 낮에 찍은 사진보다 어느 정도 희소성도 갖고 있는 편입니다.
그렇다 보니 야경사진은 쉬이 도전하기 힘든 어려운 영역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야경사진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멋진 야경이 펼쳐진 장소와 카메라를 단단히 고정시켜줄 든든한 삼각대만 있으면 누구나 야경사진은
가능합니다. 아울러 멋진 색감을 선사해줄 ‘야경사진의 황금시간’만 알아두시면 ‘뽕가리스웨트급’의 야경사진을 담
을 수 있다지요.
야경사진의 황금시간대라…. 그렇다면 요 시간은 하루 중 어느 때일까요? 채 3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해가
지고 난 직후부터 어스름이 완전히 하늘을 뒤덮기 전까지의 시간이 황금시간대랍니다. 그러니까 계절마다 황금시간
대는 좀 틀려지겠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야경이니까 완전히 컴컴해진 뒤에 찍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하지만 하늘
이 컴컴해지면 밋밋한 야경사진이 나옵니다. 그리고 빛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탁한 느낌이 나고 건물들의 입체감도
잘 살지 않지요.
황금시간대에 사진을 찍어주면 부피사체인 건물과 도로의 입체감도 살려주면서 가슴이 탁 트이는 코발트블루빛
하늘을 담을 수 있습니다. 구름이나 헤이그(스모그와 비슷한 탁한 공기층)가 끼어있다면 또 다른 재밌는 변수를
기대할 수 있지요. 노을이 예쁘게 진 날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렇게 따져본다면 야경사진의 황금시간대를 포함해 해가 산등성이에 걸리기 시작하는 시간부터 해가 완전히
지기까지의 두어 시간 정도가 일출 시간을 제외한 풍경사진의 황금시간대기도 한 셈입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풍경사진작가들도 해외에 나가면 며칠이고 피사체와 구도를 관찰한 다음 날씨가 좋은 날 이 시간대에만 셔터를
누른다고 하지요.
자, 요 채 30분도 안 되는 ‘골든타임’대에 야경사진을 찍는다는 전제하에 몇 가지 알아두면 좋은 팁들이 있습니다요.
요 5가지 팁 정도를 조합하면 빤따스띡한 하늘을 마주쳤을 때 반짝이는 야경과 함께 고스란히 그 감동을 담을
수 있을 거야요.^^
“장비는 장비 탓을 안 한다”라는 썰렁한 농담이 있습니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고가의 훌륭한 장비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사진사의 내공과 열정이란 뜻이지요. 하지만 사진사가 아무리 훌륭한 내공을
갖고 있다고 한들 날씨가 받쳐주지 않으면 좋은 사진을 담을 수 없습니다. 꾸물꾸물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에도 훌
륭한 풍경사진을 담을 수 있지만 야경은 좀 다르지요. 더군다나 코발트블루빛 하늘을 담기 위해선 날씨가 맑아야
합니다. 그리고 맑은 날이라도 헤이그가 뿌옇게 낀 날보다는 시야가 멀리까지 보이는 투명한 맑은 날이 좋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황사가 많은 봄보다는 대기가 투명한 겨울, 그리고 큰비나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이 야경사진
을 찍기 좋은 날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하시지요. 그런 하늘을 어떻게 만나냐고요? 멋진 풍경 사진을 담기 위해선
제갈공명마냥 날씨를 예측하는 혜안도 필요하답니다^^
자, 황금시간대에 푸르른 하늘과 마주쳤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사진을 찍으면 좋을까요? 파란색이 고르고
부드럽게 깔린 하늘을 원한다면 해가 진 방향을 등지고 찍어야 합니다. 해가 진 직후에도 태양광은 남아있기 때문에
동쪽 하늘은 은은하고 일정한 블루톤을 보여줍니다. 반대로 붉은 노을의 색감이 남아있는, 해가 진 쪽으로 렌즈를
들이대면 레드와 블루의 극적인 그라데이션을 비롯한 극적인 하늘을 담을 수 있습니다. 통상 파랗고 투명한 느낌의
하늘을 담기 위해선 해를 등지고 찍어야 하는데(역광으로 찍으면 태양광이 너무 강해 노출오버로 나오기 마련입니다.)
야경사진은 해가 진 쪽을 보고 찍어도 멋진 사진을 담을 수 있답니다.
사람이 눈으로 보는 것과 다름없는 노출을 ‘적정노출’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뷰파인더로 볼 때 노출계가 -도 +도
아닌 0를 가리키는 조리개와 셔터스피드의 조합으로 찍는 게 당연한 정석입니다. 하지만 풍경사진에서는 적정
노출보다 반 스톱 정도 어둡게 노출을 잡아야 하늘의 채도가 살아납니다. 푸르거나 붉은 빛이 더 돋보이는다는
것이죠. 야경사진의 황금시간대에서는 반 스톱이 아니라 한 스톱이나 1.5스톱 정도 노출을 더 언더로 잡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하늘의 채도가 확 더 진하게 살아나니까요. 의도적인 노출 언더 설정은 노을 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랍니다.
비단 황금시간대가 아니더라도 야경을 찍을 때는 조리개를 조이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밤을 빛내는 조명들이
더 아름답게 표현되니까요. 넓게 활짝 열린 조리개를 통해 들어오는 빛보다 좁게 조인 조리개를 통해서 들어오는
빛이 훨씬 날카롭고 쨍하답니다. 빛 갈라짐을 얻기 위해 크로스필터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조리개를 적절히 조이면
굳이 크로스필터를 쓰지 않아도 빛이 좍좍 갈라진 효과를 얻을 수 있다지요. 빛이 갈라진 느낌보다 부드러운 느낌
이 좋다면 조리개를 열고 찍으면 되겠지요. 하지만 깊은 심도가 중요한 풍경 사진에서는 조리개를 조이는 게 더
좋습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한 가지! 가뜩이나 빛이 부족한 어두운 밤에 조리개까지 어둡게 하면 어떻게 사진을
찍냐구요? 해답은 아래에 있습니다. 셔터스피드를 조리개값에 맞게 아주 느리게 설정하는 거지요.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한다는 것은 그만큼 카메라가 빛을 담는 시간을 오래 잡는다는 뜻입니다. 빛이 부족한
밤이니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설정할수록 많은 빛을 담을 수 있겠지요. 이를 테면 빛이 100만큼 있는 낮에
셔터스피드 1/100초가 적정노출이라면 빛이 1밖에 안 되는 밤에는 셔터스피드 1초가 적정노출이라는 이야기
입니다. 빛이 부족해 사진을 찍기엔 안 좋은 환경이지만 이것을 이용하면 눈으로 볼 수 없는 독특한 빛의 향연을
담을 수 있지요. 위 사진처럼 국수가닥처럼 쭉쭉 펼쳐진 선은 사실 자동차 하이라이트의 궤적이랍니다. 사람의
눈은 제법 빠른 셔터스피드이기 때문에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는 선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1초 미만의 빠른 셔터
스피드로 찍으면 역시 그 궤적은 선으로 표현되지 않지요. 하지만 느린 셔터스피드(장노출)로 찍으면 자동차
헤드라이트는 궤적으로 표시됩니다. 사실 위 사진의 프레임 속에서 자동차가 아마도 수십대는 지나갔을 겁니다.
셔터스피드 20초라 함은 20초 동안 셔터를 열어두고 있었단 이야기인데 그 20초 동안 쌩쌩 달리던 차가 수십대는
되었을 것이고 그렇게 지나간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저렇게 풍부한 선을 만들어 준 것이지요. 아래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서 있는 서울 세종로 야경을 보면 더 이해가 잘 되실 겁니다. 하얀 색 궤적(헤드라이트)이 있는 왼쪽은
차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 저 쪽으로 달리고 있는 것이고 붉은 색 궤적(백라이트)이 있는 오른쪽은 차들이 저를
지나서 가고 있는 것이지요. 이처럼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하면 평소엔 담을 수 없는 독특한 광경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라이터나 폭죽으로 하트표를 그리거나 글을 쓸 때 적절히 느린 셔터스피드로 사진을 찍으면 사진으로
그 글을 담을 수 있답니다. 야경사진의 백미 중 하나인 셈이죠^^
참! 이렇게 느린 셔터스피드를 아무리 손떨림이 없는 고수라 하더라도 삼각대 없이 찍는 것은 불가능하겠죠?
그래서 야경사진에는 꼭 삼각대를 지참해야 한답니다. 개인적으로 광각에서 1/15초 정도까지는 어떻게든 손
각대로 찍어보겠는데 그보다 느린 셔터스피드는 절대 불가능이더라구요. 심지어 20초, 30초까지 장노출을 하는
이런 사진에서 삼각대 없이 사진을 찍겠다는 생각은 절대 안 하는 게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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