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시월의 마지막 밤
"우우우우~ 우우우우~ 우우우우우~ ~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의 변화와 함께 어느덧 10월의 마지막 밤이 깊어
가고 있다.
기계의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변함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잠시 접어 두고
'미사리,란 라이브 카페에 놀러 갔다.
후미진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자 마자 어떤 무명 가수가 무대위로 올라와
이용이가 부른 "잊혀진 계절"이란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다.
"우~ 우~ 우~우~ 우~우~우~우....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오~오~오"
계절의 무상함을 느껴졌던지 아니면 자신의 꼬락서니가 한심스러워 슬픔
이 한꺼번에 북 받혀 올랐던지 세상의 온갖 멍에와 고독을 저 혼자 짊어진
양 눈을 지긋이 감은채 "잊혀진 계절"이란 노래를 부르는 여가수의 목소리
가 카페 분위기를 무겁게 몰아갔다.
술이 돌고, 노래가 돌고, 지지배가 돌자 분위기도 댓길로 돌아갔다.
분위기가 한 참 무르익어 가자 어떤 녀석은 술에 취하고, 또 어떤 녀석은
노래에 취해 흐느적 거렸다.
어떤 녀석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지 무대위로 올라가 온 몸을 흔들어
대며 카페를 열기의 도가니로 몰아갔다.
어떤 녀석들은 친구 따라 얼떨결에 따라나온 지지배의 손을 억지로 잡아
끌고 무대위로 올라가 몸을 최대한 밀착시켜 부루스를 추거나 정신 없이
몸을 흔들어대며 춤을 추었다.
아무래도 저러다 오늘 저녁 클 나지.....
마치 오늘밤 지구에 종말이 온 양 시월의 마지막 밤이 열기속에 깊어갔다.
스피노자는 "오늘 지구에 종말이 오더라도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 고
했는데 사과나무 대신 고추라도 심으려는지 술에 취하고 노래에 취하고
사내 녀석의 콧 김에 모두 취했다.
나도 생맥주 1000cc짜리 한 순 배기를 시켜놓고 옆구리가 시린 척 고독
을 잘근잘근 씹어대며 분위기에 취했다.
그렇게 10월의 마지막 밤이 깊어가고 회색 빛 하늘,11월이 밝았다.
아침에 일어나 10월 달 달력을 떼어내다 말고 얄팍해진 달력을 바라보
니 하루하루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어디서 무얼 했는지,내가 싫고,낙엽 지는 계절이 싫고, 회색 빛
11월이 싫다. 그냥 여자만 좋다.
아, 어떻게 하면 이 무료한 일상을 벗어날 수 있을까.
옛날에 보았던 어떤 영화는 post man이 벨만 누르면 문도 잘 열어 주던
데...나에게도 단 한 번만이라도 벨을 누르며 찾아오는 누군가가 있었으
면 좋겠다.
그래서 낙엽을 불태우고, 사랑을 불태우고, 내 몸을 불태우고 싶다.
야!!, 이눔아 정신 차려!
그러다 네 인생 모조리 불태우겠다 이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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