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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개장에 담긴 뜻

박상규 2010. 1. 13. 19:05

 

 

 

 

 

▲ 조선의 혼과 한이 담긴 음식인 육개장입니다. 

 

지금 바깥에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장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그간의 답답했던 마음을 확 쓸어가 버렸으면 하는

바람이 들 정도로 시원하게 쏟아지고 있네요. 평소 같았으면 낮 동안의 이른 초여름 무더위를 싹 씻어 주는 이 비가

무척이나 시원하게 느껴졌을텐데 오늘만큼은 그렇지가 않고 자꾸만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거실로 나가 멍하니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쳐다 보다가 저녁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 되었기에 황급히 돌아서 부엌으로

향합니다. 저녁 메뉴로 무엇을 할까 한동안 생각하다가 해동해 놓은 쇠고기 한 덩이로 육개장을 끓이기로 했습니다. 

사실은 소고기 미역국을 끓일 생각이었는데  주룩 주룩 내리는 비를 보다가 생각이 바뀌어 육개장을 끓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얼마 전 비디오로 빌려 본 영화 <식객>의 한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죠. 그것은 바로 조선의 임금 순종이 일제

강점 하 조선의 현실이 비통해 눈물을 흘리면서 대령 숙수가 만들어 바친 육개장을 국물 한 방울 남김 없이 잡숫는

장면이었습니다. 영화 <식객>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을 찡하게 했던 명장면으로 기억하실 겁니다. 

 

영화 <식객>은 순종이 육개장을 잡수시면서 눈물을 흘렸던 이유에 대해 "육개장에 조선인의 얼과 한(恨)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육개장의 주 재료인 소고기는 살아 묵묵히 일하는 조선인의 삶으로, 토란대는 어떤 해충으로부터도 영향받지 않는

식물로 외세에 쓰러지지 않을 한민족의 항일 의지를 나타내고, 자생력이 강한 고사리는 조선 민중의 강한 삶과

생활력을 그리고 고추 기름은 강한 조선인의 기개와 강인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순종은 국권을 상실한 슬픔에 식음을 전폐합니다. 그런 임금을 위해 대령 숙수가 정성껏 준비해 바친 음식이

육개장이었고, 순종은 육개장에 담긴 백성들과 음식을 바친 신하의 마음을 헤아리고 차마 음식을 거부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하나도 남김없이 육개장을 잡수셨던 것입니다.

 

완성된 육개장 냄비를 식탁으로 들어 옮기면서 제 머리 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합니다.

 

영화 속 장면으로부터 약 10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과연 우리의 국부(國父)인 대통령은 이 나라 백성들의 마음을

얼마나 헤아리고 계신지, 뜻을 전하기 위해 나섰다가 임금님의 눈물을 보는 대신 차디찬 물 대포 줄기를 맞아야만

했던 백성들의 마음이 어떠한지 알고는 계신지….

 

한 마디 말이 없어도 임금과 신하가 이심 전심으로 마음을 느끼고 함께 눈물 흘리던 장면과 함께 마치 영화와 같았던

요 며칠간의 장면들이 자꾸만 겹쳐 지나가면서 말입니다.

 

점점 더 강해지는 비를 보면서 마음이 무거워만 집니다. 비록 마음으로나마 오늘 만든 육개장이 100년 전 대령

숙수가 순종 임금께 만들어 바친 육개장 마냥 이심 전심으로 마음을 통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해 주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요?

 

 

▲ 육개장의 주 재료인 소고기는 살아 묵묵히 일하는 조선인의 삶으로, 토란대는 어떤 해충으로부터도 영향받지

않는 식물로 외세에 쓰러지지 않을 한민족의 항일 의지를 나타내고, 자생력이 강한 고사리는 조선 민중의 강한

삶과 생활력을 그리고 고추 기름은 강한 조선인의 기개와 강인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재료(3~4인분) 양지 머리 반 근(300g), 물 10~12컵, 무 1/3개, 토란대 1컵(5cm 길이로 잘라), 삶은 숙주 나물 1컵,

대파 2개 (5cm 길이로 잘라), 불린 당면 1컵(10cm 길이로 손질), 불린 고사리 1/2컵, 달걀 1개

 

양념장 고추 가루 4큰술, 간장 3큰술, 소금 1/2큰술, 다진 파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생강 즙 1큰술, 술 1큰술,

깨소금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후추 1작은술

 

 

만드는 법

 

 

▲ 찬물에 충분히 담가 핏물을 제거해야 누린내가 나지 않습니다. 

 

1. 양지 머리는 찬물에 1~2시간 정도 담가 핏물을 빼 둡니다.

 

 

▲ 불린 고사리를 삶아 건져 둡니다. 

 

2. 대파와 토란대, 당면 등은 다듬어서 적당한 크기로 썰어 두고, 고사리, 숙주 나물을 삶아서 물기를 빼 둡니다.

 

 

▲ 고기를 끓이는 동안 거품을 걷어 냅니다.

 

3. 무와 핏물을 뺀 양지 머리를 끓는 물에 넣고 센 불에서 끓이다가 국물이 펄펄 끓으면 약불로 줄여 젓가락이

    쉽게 푹 들어갈 정도로 고기가 무르도록 1시간 정도 끓입니다.

 

4. 고기는 건져 결대로 찢고, 무는 한 입 크기로 나박 썰고, 국물은 따로 체 망에 걸러내 3~4컵만 남기고, 당장

    사용하지 않을 분량은 한 끼 분량으로 나눠 냉동실에 보관합니다.

 

5. 결대로 찢은 고기, 대파, 숙주, 고사리, 토란대를 위의 양념장에 골고루 무쳐 둡니다.

 

6. 양지를 우려낸 고기 국물 3~4컵 정도에 양념한 고기와 파, 숙주, 토란대, 고사리, 당면 등을 넣어 한 소금 더

    끓입니다. 싱거우면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간을 더 합니다.

 

 

▲ 간편하게 달걀을 풀어 넣어 끓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7. 달걀을 풀어 넣거나 지단을 부쳐 고명으로 올려도 좋습니다.

 

 

▲ 국민들의 마음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육개장이 되어 주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