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야기
며칠간의 따스한 햇살에 두꺼운 옷을 벗어 던졌습니다.
어서 빨리 봄이 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찬바람이 불어와 다시 옷깃을 여미었습니다.
봄 인줄 알았더니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겨울이었나봅니다.
창문을 열면 훤히 내려다보이는 집 앞 화단
겨울 나뭇가지에서 꽃봉오리를 봤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꽃봉오리를 맘속 갈피에 넣으려
손 내밀어 잡으려 했지만 내 손에 잡히는 건
앙상한 가지였습니다.
봄 인줄 알았더니 아직도 겨울이었나 봅니다.
하지만
차갑고 스산한 바람 속에서도 논두렁 마른 풀잎 속에
냉이며 쑥 고들빼기 등 봄나물이 한껏 기지개를 켜고
두런두런 봄 마중을 나왔습니다.
봄이 온 걸까요? 아니면 아직도 겨울속의 신기루일까요?
봄이 오고
또 여름이 돌아오고
가을의 낙엽 속에서
다시 겨울이 오고...
또 봄은 올 것이니
세상은 끝이 없이 돌고 도네요.
산다는 것,
죽는다는 것
삶과 죽음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숨 쉬고 나와 함께 동행 한다는 것을
믿기로 했습니다.
봄 인줄 알았더니 아직 겨울이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산 세월 덕에 알게 된 것은...
꽃이 피고 새가 우는 봄 속에도 엄연히 겨울은 있었고
모질고 힘겨운 겨울 속에도 봄은 있을 거라는 거...
봄은 항상 겨울 속에 숨어서 찾아온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스멀스멀 찾아와
곤한 겨울잠에 빠진 나를 흔들어 깨운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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