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사고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사진에 먼저 입문한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알토란 같은 이야기들이 많겠지만 '빛'의 활용은 빠질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필자 역시 학창시절부터 '빛'에 대한 명언을 수도 없이 들어왔습니다. '사진은 빛이다. 사진은 빛과의 싸움이다. 좋은 사진은 좋은 빛에서 나온다. 사진은 빛에서 시작해서 빛으로 끝난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처럼 '빛'에 대해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문가 노하우 주제를 보면 쉽게 답을 알 수 있습니다. 빛을 이해해야 사진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강좌에서는 한 가지 주제에 한정하지 않고 그 동안 필자가 촬영하면서 느끼고 배웠던 여러 가지 팁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보며 빛의 활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
EOS 40D | EF 70-200mm f/2.8 L USM | 145mm | 1/200sec | F7.1 | ISO-160 | |||
아침부터 저녁까지 태양을 관찰하신다면 해의 위치에 따라 빛의 방향과 각도가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낮에는 머리 위에서 강렬한 직사광이 내리 쬐지만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는 따뜻한 색을 가진 은은한 빛이 비스듬히 내립니다. 계절에 따라 시간은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해가 뜨고 1~2시간 후, 해지기 1~2시간 전에 가장 따뜻한 빛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필리핀 바다에서 어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는 어부가족의 모습입니다. 일출 직후 측면에서 들어오는 불그스레한 빛이 삶의 현장을 따뜻하게 끌어 안아 줍니다. | |||
EOS-1D Mark III | EF 70-200mm f/2.8 L USM | 145mm | 1/200sec | F5.6 | ISO-200 | |||
해지기 직전 촬영을 하다 보면 카메라와 피사체 사이의 약 45도 방향에서 비치는 사광을 포착할 기회가 많습니다. 낮게 기울어진 태양광이 만드는 온화한 빛은 인물을 더욱 아름답게 드러내 줍니다. 늦은 오후 일본의 한 온천 테라스에서 휴식을 취하는 부부에게 비친 따뜻한 햇살은 인물을 강조함과 동시에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 |||
EOS-1Ds Mark III | EF 70-200mm f/2.8 L USM | 95mm | 1/40sec | F11 | ISO-100 | |||
해질 무렵 붉게 물든 노을빛은 강렬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이 빛을 받은 도시의 아파트가 황금빛을 뿜어냅니다. 삭막한 서울의 아파트도 빛에 따라 이렇게 감미롭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노출 차이가 커 어둡게 처리된 한강 다리와 올림픽 대로를 지나는 자동차가 황금빛 아파트와 완연히 대비 되면서 프레임에 입체감을 더해줍니다. | |||
EOS-1Ds Mark III | TS-E 45mm f/2.8 L | 45mm | 1/1250sec | F4.5 | ISO-100 | |||
EOS-1Ds Mark III | TS-E 45mm f/2.8 L | 45mm | 1/400sec | F4 | ISO-200 | |||
필자는 초점을 흐릿하게 함으로써 프레임에 미니어처의 느낌을 주기 위해 종종 TS렌즈를 사용합니다. 특수 렌즈 사용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빛'의 활용입니다. 첫 번째 사진은 이른 아침, 두 번째 사진은 늦은 오후에 촬영한 것입니다. 두 사진 속 빛의 광원은 서로 다르지만, 이 시간대의 빛이 그림자가 길고 입체감이 생겨 사진에 깊이를 더해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
Canon EOS 40D | EF 70-200mm f/2.8 L USM | 140mm | 1/160sec | F13 | ISO-160 | |||
EOS-1D Mark III | EF 50mm f/1.4 L USM | 50mm | 1/160sec | F22 | ISO-100 | |||
EOS-1D Mark III | EF 16-35mm f/2.8 L II USM | 16mm | 1/250sec | F13 | ISO-100 | |||
사진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단계에서는 역광에서는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가 어렵다는 편견을 갖기 쉽습니다. 촬영자의 바로 뒤에서 비추는 정면광이나 45도 각도에서 비추는 사광과는 달리 역광은 태양과 마주 보고 촬영하기 때문에 정확한 노출 측정이 힘들고 플레어를 제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역광은 콘트라스트가 강하고 입체감을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빛입니다. 역광 촬영이 어려운 분들께는 약간의 구름이 있는 맑은 날 촬영하실 것을 권합니다. 강렬한 태양을 가린 구름은 파인더를 바라보는 촬영자의 시각을 편안하게 해주면서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만들어줍니다. 세 번째 사진 같이 복잡한 피사체는 사이사이 공간에 해를 잘 배치하면 플레어와 고스트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태양빛을 함께 포착할 수 있습니다. | |||
EOS-1D Mark II N | EF 70-200mm f/2.8 L USM | 100mm | 1/200sec | F9 | ISO-200 | |||
반역광은 촬영자의 정면에서 비추는 역광과는 달리 피사체의 약 45도 각도 뒤에서 비추는 빛을 말합니다. 이 빛을 받은 피사체는 하이라이트 부분이 두드러지고 윤곽이 아름답게 표현됩니다. 캐나다 토론토의 거리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노점상에서 음식을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피사체의 머리 부분에 빛이 비쳐 인물의 윤곽선이 극명히 드러납니다. 모락모락 피어나오는 연기에 비친 빛은 생생한 입체감을 더해주는 보너스입니다. | |||
EOS 10D | EF 16-35mm f/2.8 L USM | 20mm | 1/125sec | F20 | ISO-100 | |||
많은 진사님들이 역광 촬영을 꺼리는 것은 앞쪽에 있는 피사체가 어둡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때론 어둡게 처리된 부분이 사진에 재미를 더해주지만 촬영자가 어두운 피사체를 밝게 표현하고자 할 때에는 플래시나 반사판을 사용해야 합니다. 갯벌에서 휴식을 취하는 어부의 모습입니다. 가공되지 않은 삶의 현장에 플래시의 인공적인 빛을 가미했습니다. 주변의 모습들을 드러냄으로써 어부의 디테일이 보다 더 세세하게 묘사되었습니다. | |||
EOS-1Ds Mark III | TS-E 45mm f/2.8 L | 45mm | 1/400sec | F4 | ISO-200 | |||
EOS 40D | EF 16-35mm f/2.8 L USM | 16mm | 1/125sec | F14 | ISO-100 | |||
EOS-1D Mark II N | EF 16-35mm f/2.8 L USM | 31mm | 1/800sec | F7.1 | ISO-160 | |||
빛의 다른 모습인 그림자는 빛과 더불어 사진 속의 피사체에 입체감을 더해줍니다. 그림자 촬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빛을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피사체가 광원을 등지고 있을 때 그림자는 선명히 나타납니다. 그림자가 맺히는 배경 역시 사진의 퀄리티를 좌우합니다. 첫 번째 사진의 벽과 두 번째 세 번째 사진의 바닥은 확연히 다른 배경들입니다. 그림자가 어디에 맺히는가에 따라 그림자의 질감과 모양 또한 달라집니다. 그림자의 길이는 빛의 높이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합니다. 늦은 오후의 빛은 그림자를 길게 늘어 뜨리고 입체감을 주어 사진에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사진은 피사체를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매개체입니다. 하지만 그림자는 일의적 피사체에 다층적 의미를 부가함으로써 사진가로 하여금 은유적 표현을 가능하게 합니다. | |||
EOS-1D Mark III | EF 85mm f/1.8 L USM | 85mm | 1/250sec | F18 | ISO-160 | |||
흔히 '빛' 하면 대부분의 진사님이 흐린 날이나 비가 오는 날보다는 맑은 날 촬영하기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이나 비 오는 날의 '빛'은 색다른 느낌을 선물해줍니다. 구름이 많다고 빛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태양빛은 구름의 물방울 입자에 의해 산란하여 부드러운 빛을 선사합니다. 강렬한 빛이 구름이라는 필터를 통과하면서 부드러워졌다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비 오기 전후로 먹구름이 끼었을 때에는 부드러움을 넘어 극적인 이미지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한여름 태풍이 지나간 뒤에는 꼭 카메라를 드시길 권합니다. 각양각색으로 변하는 구름의 모습을 포착할 좋은 기회입니다. | |||
EOS-1D Mark II N | EF 70-200mm f/2.8 L USM | 180mm | 1/200sec | F9 | ISO-500 | |||
사진은 발로 찍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많은 분이 비 오는 날 촬영을 꺼리지만 발품을 팔면 맑은 날과는 전혀 다른 흔치 않은 분위기의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비가 오면서 물이 고인 자리는 반영을 만들어 냅니다. 도심의 인공조명은 반영과 어우러져 영화 제목 그대로 '비오는 날의 수채화'를 연출해 줍니다. 빗물이 반영된 이탈리아 밀라노 광장의 거리 풍경입니다. 화려한 인공조명이 저녁의 운치를 더욱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우산을 들고 걸어가는 행인의 모습은 프레임의 완성도를 높여줍니다. 비가 올 때는 보통 한 손에 우산을 다른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레인커버를 사용해서 카메라와 렌즈를 보호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창조의 예술입니다. 빛은 사진가의 창의성에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비싼 카메라와 렌즈는 가격에 걸맞은 기능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좋은 사진은 좋은 '빛'이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빛을 이해하면 사진이 보인다.'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상황에서 빛을 이해하고 통제하는 방법을 습득하셨길 바랍니다. 이제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 빛을 자유자재로 요리할 시간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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