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문학

눈오는날 -로뎀 지영자

박상규 2013. 7. 30. 10:24

 

    
        눈이 오는 날
    
          로뎀  지영자
         잔잔하게 내리는 백설
         창문 밖 신세계는
         검은 상처의 흔적 하얗게 묻혔다
         병실 앞 복도를 오가면
         하늘의 은총 같은 눈이
         긴 나의 기도처럼 평화롭게 내린다
         고통에 젖은 나의 음절들이
         눈발 사이로 흩어지고
         까맣게 잊고 살았든 추억들이
         메마른 나의 가슴 어루만지며
         창밖으로 펼쳐진다
         저 하얀 단층의 빛
         외로운 기쁨인 독백으로
         쌓이고 쌓인다
         복도 밖 가득 눈이 시린 설경은
         내 슬픔위에 덮인 하얀 눈이다
         은백색의 깨끗함으로 상처도 덮고 싶다
         오늘 같은 날
         백설의 노래에 묻혀
         아픔의 강을 건너고 싶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하얀 눈길로만 걷고 싶다
         그러다 눈이 녹는 날
         나의 괴로움도 녹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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