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에 관해

몽환의 풍경, 춘천

박상규 2015. 5. 6. 12:24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들도 있지만,

 

 기다리지 않아도 반드시 오는 것들이 있다.

 

곧 겨울이 오겠다.

 

 

 

 

 

 

 

 

 

 

군더더기 없는 겨울이 갖는 여백의 서늘함,

  낯설게 다가오는 것들이 주는 이런 긴장이 나는 좋다.

 

 

 

 

 

 

 

 

 

  서늘한 날 상고대는 피어난다.

 그러나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어느 나무 하나 아프지 않게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다.

 

 

 

 

 

 

 

 

 

  제대로 가는 길을

저기 걸어오는 새들에게 묻는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 믿는게 사람이지만,

어쩌면 우린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영향을 더 크게 받으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삶에는 결코 드러나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

 

삶의 진실은 말과 글이라는 알량한 바구니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렇게 쉽게 담겨질만큼 작지가 않다.

 

 

 

 

 

 

 

 

 

 

 나는 자연 앞에서 가장 자연스러워진다.

 

 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자연은 무한히 열린 치유의 공간이다.

 

 

 

 

 

 

 

 

 

 

경계, 그 너머에는 우리의 인식 범위를 초월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다만 내가 가진 초라한 인식의 도구로는
그것을 다 파악할 수가 없다.

 

 

 

 

 

 

 

 

 

 

내가 보는 부분만이 전부는 아니다.

또한 나에게 보여지는 부분만이 전부도 아니다.

 

 

 

 

 

 

 

 

 

 

  와닿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춘천, 2009 ⓒ PARK DAE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