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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가고 단풍도 제 색깔을 맘껏 뽐내고 있다. 연인과 가족,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한국관광공사는 '낭만과 추억이 머무는 기차역'이란 주제로 11월의 가볼말한 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추천지는 '문화재로 지정된 간이역 - 구둔역(경기 앙평)', '일제의 수탈과 해방의 감격을 지켜본 산 증인 - 군산역(전북 군산)',
'영화 '박하사탕'처럼 순박한 역 - 공전역(충북 제천)', '석탄수송의 거점에서 사계절 레포츠의 관문으로 - 고한역(강원 정선)',
'도심 속 한복판 추억의 기차역 - 진주역(경남 진주)' 등 5곳이다.
김관미 국내관광진흥팀장은 "이달의 추천 관광지는 문화재로 지정된 간이역과 영화 속의 배경,
사계절 레포츠의 관문 등 정감어린 기차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모습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엄선했다."라고 밝혔다.
◈ 추억으로 가는 기차 : 경기 양평 구둔역
양평 구둔역에는 하루 세 번 기차가 선다. 10여 년 전만 해도 경동시장으로 나물 팔러 가던 어르신, 통학하던 학생들로 붐비던 곳이고
임진왜란 때에는 전략적 요충지로 9개의 진지가 구축되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사람 얼굴조차 구경하기 어렵다.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아담한 간이역인 구둔역은 '등록문화재 제296호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구둔역 인근에서는 1925년 문을 연 술도가에서 지평막걸리를 맛볼 수 있으며, 경기도 민물고기연구소에서 한국의 토종 물고기를 구경하고
용문사에 선 1천 년을 살아온 은행나무도 만나볼 수 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와 꽃으로 마음을 씻으라는 세미원도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 문의 : 양평군청 문화관광과 031)770-2061
◈ 격동의 현대사의 산 증인 : 전북 군산시 군산역
군산시는 여러 수식어와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채만식의 장편소설 '탁류'의 배경 무대 , 지금도 일본집이 많이 남아있는 도시, 금강과 서해가 만나는 곳, 고군산열도를 오가는 여객선과 유람선의 모항.
1912년 익산과 전주를 잇는 군산선의 개통으로 모습을 드러낸 군산역은 일제강점기에는 호남평야의 곡식이 일본으로 공출되는 수탈의 현장을
말없이 지켜보았고 해방 이후에는 여객과 화물을 운송하는 지역경제를 주역으로 활약했다.
지난 95년 동안 격동의 현대사와 함께해온 증인인 군산역은 다음 달 20일이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군산신역이
완공되면서 인적이 끊기고 화물 열차의 종착역으로만 남게 될 군산역에서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 문의 : 군산시청 관광진흥과 063)450-4554
◈ '박하사탕'의 감동 : 충북 제천 공전역
조치원과 제천을 잇는 충북선 중에 동량-삼탄-공전구간은 열차가 아니면 접근이 불편한 오지이며 충북의 동강이라고 불릴 정도로 절경을 간직하고 있다.
영화 '박하사탕'에서 설경구가 "나 다시 돌아갈래" 라고 절규했던 그곳, 진소마을은 영화의 감동을 되살려준다.
시골역사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공전역은 가을의 정취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인근 자양영당은 구한말 의병장인 유인석이 유림 600명을 모아 의병을 일으킨 현장이며,
제천의병전시관은 의병들의 활약상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꾸며졌다.
박달과 금봉의 애틋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박달재와 한국 최초의 신학교가 있었던 배론성지, 제천 10경 중 하나인 탁사정에는 가을이 가득하다.
※ 문의 : 제천시청 문화관광팀 043)641-5142
◈ 사계절 레포츠의 관문으로 부활하다 : 강원 정선 고한역
고한역은 1966년 한국의 대표적 산업철도인 태백선의 지선인 고한선의 개통과 동시에 문을 열고 오랫동안 무연탄 수송의 중요거점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석탄산업합리화정책으로 대부분의 탄광들이 폐업한 뒤로 고한역에서는 더 이상 석탄가루가 날리지 않는다.
하지만 2000년 10월 정선군 고한읍에 국내 최초의 내국인 전용카지노가 개장한 이후에는 고한역에서 기차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의 수가 부쩍 늘었다.
하이원스키장이 개장한 지난해 스키시즌에는 서울역과 부산역, 동대구역 등에서 고한역까지 스키전용열차가 운행되기도 했다.
또한 고한역 인근에는 정선군 제일의 고찰이자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인 정암사, 봄부터 가을까지 산상화원을 이루는 만항재, 함백산 등이 있다.
※ 문의 : 고한역 033)591-7788
◈ 도심 한복판을 지키는 정겨움 : 진주시 진주역
논개의 넋이 서린 진주시 남강과 진주성을 등지고 진주역이 서있다. 빼곡한 건물들과 차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도심 속에 진주역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한가로움을 내풍긴다.
진주역사의 지붕과 승강장은 예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역사에서 바라보이는 나즈막한 야산과 화분,
나무들로 꾸며진 선로 주변은 시골스러움이 묻어 나온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진주역은 사진작가와 동호인들의 촬영 포인트로 사랑받고 있다.
진주역에서 옛 추억에 잠겨본 뒤 진양호에 들러 석양을 즐기고, 청곡사에서 국보 302호 괘불탱화를 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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