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정보

가슴이 뜨거워지는 섬

박상규 2009. 7. 13. 18:05

거센 찬바람속, 가슴을 데우는 섬, 우도(牛島)

우도의 해안도로 여행기 #1

  

 우도의 바다. ⓒ copyright soodong-p

 

우도(牛島),

먼 하늘, 짙은 바다, 그리고 검은 돌들, 그리고 우도에는 세찬 바람과 따스한 햇살이 공존하는 곳이다.

길게 드러누운 소의 모습과 같다 하여 이름 붙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온기어린 손으로 아이와 같이 누워 팔배게를 하여 주며 보듬어 주는 어미의 모습같기도 하다.

 

성산항에서 출발하는 카페리에 차를 오리고 가는길, 아저씨께 여쭈니 '우도는 바람잘 날이 년중 거의 없다' 한다. 오늘 정도는 양반이라 하는데.. 외포나루나 가평나루의 배는 명함도 내밀기 힘들겠다. 차에서 내려 선상에 서니 제몸 하나 가누기 힘이든다. 들이치는 파도에 얻어맞아 입언저리는 집집한 맛이 감돈다. 그러면서도 웃음이 난다. 여행의 재미다. 선두(船頭)에 보이는 반가운 우도의 모습이 보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게 뱃길로 15분이면 닿는 곳이다. 제주 본섬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작은 섬, 성산 일출봉이 손내밀면 닿을듯한 그곳, 소리치면 본섬에서도 들릴듯한 그런 가까운 곳에 우도가 있다. 늘 거센 파도를 건너야 하는 이곳에도 사람은 살고 있으니 아름다운 풍광과 사람살이의 모습이 어찌 그립지 않을 수 있는가 싶다.

 

우도에는, 조선 헌종 9년(1843)년 부터 사람이 정착하여 살기 시작하였는데, 그 이전부터 우도로의 왕래는 있었다 한다. 숙종 23년(1679년) 이후에 우도에 목장이 설치 되면서 국마를 관리하고 사육하였고, 우도에서 생산되는 해산물을 채취 하기 위해서도 사람의 손을 타기 시작한다. 순조 23년(1823년)에 본섬의 민초들은 우도로의 정착을 위하여 개간을 하기 시작하니 본격적으로 우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했을때는 헌종 9년 봄이라 한다.

년중 매일 계절에 관계없이 부는 세찬 바람에 익숙치 않은 길손의 귀는 멍하다. 132m의 쇠머리오름의 우도등대에서는 바람소리가 쿵, 쿵, 하고 들리 정도이다. 이런 척박한 환경을 일구고, 개간하여 자식을 놓고 키우며 보듬어 놓은 우도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존경스럽기만 하다.

 

배를 내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차량을 운행한다. 우도라는 섬이 생각 한 것보다 그리 크거나 넓지 않기에 대충 둘러 본다면 반나절도 안걸릴 것 같은 곳이다. 길손은 시계방향으로 우도를 보기로 한다. 

좁은 골목을 돌고 돌아 가니 이국적 풍경의 우도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런 풍광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드리고 싶을 정도의 맑은 하늘과 멋진 풍광이다. 여전히 바람은 거세다.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동쪽해안의 고래동굴이라는 뜻의 동안경굴(東岸鯨窟:우도7경)이 있는 검멀레다. 맑은 에머랄드 빛의 바다 색감에 환호성이 절로 나오고 발 담그고 싶음에 안달이 난다. 우도등대가 있는  우도봉의 뒤 동네로 '콧구멍두개'라는 해식동굴이 있다. 그곳에 거대한 고래가 살고 있었다는 전설이 내려오기도 한다. 동굴의 내부는 생각 보다 넓고 깊다. 물때를 맞추질 못한다면 들러갈 수 없다 하는데 용케 물때를 맞힌 모양이다. 두 콧구멍을 다 볼아 볼 수 있는 횡재를 한다. 동굴 안에서 밖을 보는 광경 또한 만화로만 만날수 있던 멋진 장면이 연출이 되고, 동굴속의 바닷물의 맑은 그 모습에 또한번 감탄하게 된다.

 

다시 돌아 나온 검멀레 해변, 해녀의 동상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싸 해진다. 이 거센 바람에도 물질을 하였을, 아니. 지금도 하고 있을 어머니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단순히 춥다라는 말로는 표현이 안될정도의 추위에도 어머니의 물질은 계속 되었을 것이다. 그 모습처럼 감추고 보이길 꺼리시며 살아오셨을 어머니의 모습으로 해녀의 동상을 만난다. 동상은 웃고있다. 마치 아무일 없으니 걱정 말라는 표정이다. 그렇게 우도의 첫 만남은 질리도록 거센 바람과 해녀의 미소였다. 조금의 추위에 바들 대던 내 모습과 겹쳐 지나간다.

길손의 가슴이 뜨겁게 데어져 온다. 그 동상처럼 우도는 어머니의 따듯한 미소를 닮았다.

 

성산일출봉을 뒤로하고 우도로.. ⓒ copyright soodong-p

 

 또 다른 모습의 우도의 바다. ⓒ copyright soodong-p

 

 우도항에 내려 제일 먼저 만난 이국적인 아름다운 우도의 풍경 ⓒ copyright soodong-p

맑은 하늘과, 그 보다 짙은 바다와 사람사는 모습도 이렇게 아름다울수가 있다.

 

 멀리 우도봉의 등대가 보이고 절벽의 아래로 거대한 고래가 살았다는 동굴이다. ⓒ copyright soodong-p

 

 검멀레 해변의 맑은 바다 ⓒ copyright soodong-p

 

 우도봉을 향하는 절벽과 하늘 ⓒ copyright soodon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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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경굴 ⓒ copyright soodon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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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굴은 안쪽으로 얕게 이어져 있다. ⓒ copyright soodon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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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굴 밖에서 들어오는 환한 빛의 아름다움을 표현하지 못한 이놈의 내공이 안타깝다. ⓒ copyright soodon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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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멀레해녀상 ⓒ copyright soodong-p

동상의 모습처럼, 짙고 거한 힘든 물질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그 모습은 우도를 살아온 어머니들의 모습일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