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정보

시원한 계곡

박상규 2009. 7. 13. 19:39
한국의 그랜드캐년 울진 불영계곡
굽이굽이 30리 신선의 땅에 나를 보낸다
비경을 간직한 불영계곡. 굽이굽이 물줄기가 15㎞에 달한다.

청량한 물소리가 몸과 마음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계곡은 수은주가 폭주하는 여름철 최고의 피서지 중 하나다. 그러나 웬만한 계곡은 인파로 몸살을 앓을 지경. 혹 떼러 갔다가 되레 혹 붙이고 오는 격이다. 하지만 불영계곡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장장 30리가 넘는(약 15㎞) 이 계곡은 굽이굽이 흐르는 물줄기가 제 아무리 많은 사람이 쏟아져도 당신이 편히 쉴 만한 여백을 선사한다.

불영계곡은 왕피천의 지류인 광천이 동해로 흐르면서 만들어낸 계곡이다. 울진군 서면 하원리에서 근남면 행곡리까지 계곡은 이어진다. 그 길이만도 무려 15㎞. 주변 통고산의 물줄기도 계곡을 만들어내 흐르다 여기에 합수하므로 엄밀히 따지자면 20㎞가 훌쩍 넘는 거대한 계곡이다.

불영계곡은 찾아가는 길부터 마음을 사로잡는다. 영주에서 울진으로 이어지는 36번 국도를 타고 달리면 불영계곡을 만나는데 주변의 선경에 그만 넋을 잃을 정도다.

영주에서부터 불영계곡까지는 60여㎞에 불과하지만 1시간 30분은 족히 걸린다. 마치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해 도저히 속력을 낼 수 없는 도로다. 그러나 급하게 달릴 필요도 없고 또한 그럴 필요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시선 닿는 모든 곳이 다 수묵화의 한 풍경 같기 때문이다.

도로는 해발 400고지를 넘나든다. 귀가 다 먹먹하다.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아찔하기까지 하다. 통고산 자연휴양림을 지나면서 길은 더욱 굽이친다. 통고산 자연휴양림은 불영사 7㎞ 전방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동쪽으로 불영계곡과 왕피천의 수맥이 되고 서쪽으로 낙동강에 닿아 몸을 불린다.

휴양림은 그다지 크지 않다. 걸어서 둘러보더라도 2시간이면 충분할 규모다. 휴양림 내에 10여 동의 통나무숙소가 마련돼 있어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머물다 가기에 좋다.

휴양림에서부터 불영사까지 가는 길은 이전에 비해 더 골이 깊어 ‘오지’라고 느껴질 정도다. 36번 국도의 최고봉인 대우치와 불고개를 넘어서야 비로소 마을이다. 오른쪽으로 계단식 논이 보이고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평화로운 시골 풍경이다. 이곳에서 불영사까지는 지척. 5분가량 길을 달리면 된다.

에어컨 부럽지 않은 산바람에 얼음장 같은 물이 철철 흐르는 불영계곡. 이곳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그 순간만은 신선도 부럽잖다(위), 천년고찰 불영사는 동해안 최고의 명찰이다. 의상대사가 세운 절로 계곡과 어우러진 사찰의 모습이 아름답다.

불영계곡은 불영사가 있어 붙은 이름으로 ‘불영사계곡’이라고도 부른다. 불영사(佛影寺)라는 이름은 부처님의 형상을 한 바위가 절 앞 연못에 비친다고 해서 지어졌다. 이 절은 신라 진덕여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곳으로 크고 작은 12동의 가람과 대웅보전, 부도, 삼층석탑 등 보물과 지방문화재 등을 보유한 명찰이다.

사람들은 보통 불영사를 계곡의 시작점으로 분류한다. 하원리마을에서부터 밭치밭, 건작, 천전동, 노음리를 거쳐 불영천과 왕피천이 합수하는 수산교까지 불영계곡은 이어진다. 산의 모양이 태극을 닮았다 해서 ‘산태극’, 물골이 또 태극을 닮았다 해서 ‘수태극’ 등 다 눈에 담지도 못할 아름다운 풍광이 연이어 펼쳐진다. 이외에도 광대코바위, 주절이바위, 창옥벽, 명경대, 의상대 등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의 인상적인 풍경들이 함께한다.

계곡은 아무 곳이나 들어갈 수 있지만 불영사 주위만은 ‘접근금지’다. 고즈넉해야 할 사찰이 행락객들의 소음으로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계곡으로 통하는 진입로는 그다지 많지 않다. 불영사에서 2㎞가량 울진 방향으로 달리면 불영종합휴게소에 닿는데 이곳에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 있다. 물놀이를 할 생각이라면 이곳 주변도 좋지만 아무래도 한여름 피서철에는 인파가 몰리기 십상. 불영사 방향으로 조금 거슬러 올라가 불영정이나 선유정 아래 골짜기 또는 울진 쪽 진잠교 방향으로 내려가길 권한다. 발품을 팔면 팔수록 피서가 즐거워진다.

울진에는 불영계곡만 있는 게 아니다. 불영계곡과 쌍벽을 이루는 덕구계곡이 울진군 북면을 가로지르며 펼쳐져 있다. 울진읍에서 917번 지방도를 따라 달리면 덕구계곡이다. 불영계곡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쏙 빼앗아버리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불영계곡 상류지점에 자리한 통고산 자연휴양림.

이 계곡은 그다지 규모가 크지 않다. 계곡의 길이는 4㎞ 정도. 천천히 걸어도 왕복 2시간이면 족하다. 그렇지만 중간중간에 선녀탕과 옥류대, 형제폭포 등 볼거리가 숨어 있고 계곡 주변에는 초록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의 원시림이 울창하다.

또한 계곡의 절경을 즐기며 12개의 이색적인 다리를 건너는 재미가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인 금문교를 1/100로 축소한 다리, 한강의 서강대교, 프랑스 노르망디교, 스위스의 모토웨이교 등 실제 다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작은 다리들이 울진 계곡여행에 즐거움을 더한다.

[여행 안내]
★길잡이: 중앙고속도로 영주IC→봉화(36번 국도)→현동→통고산 자연휴양림→불영사

★잠자리: 불영계곡 주변에는 민박업소가 즐비하다. 민박업소 연락처는 울진군홈페이지에 잘 정리돼 있다. 펜션, 콘도 등 최근에 지은 숙박시설은 없다. ‘통고산 자연휴양림’(054-782-9007·예약은 산림청홈페이지 휴양문화포털)에서 묵거나 울진 해변으로 나와 숙소를 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망양해수욕장, 기성망양해수욕장 주변에 펜션이 더러 있다. 기성망양해수욕장 앞 ‘포시즌펜션’(011-855-3712)이 추천할 만하다. 덕구계곡으로 길을 달려 ‘덕구온천관광호텔’(054-782-0677, 02-517-9286)에 묵는 것도 좋겠다.

★먹거리: 울진은 대게의 고장이지만 지금은 철이 아니다. 그 대신 대게와 홍게의 교잡종인 ‘너도대게’를 맛볼 수 있다. 드라마 <폭풍속으로>의 무대가 됐던 죽변항의 ‘방파제 회센터’(054-783-9713)가 싸고 푸짐하다. 은어튀김, 민물매운탕 등 불영계곡 맑은 물에서 잡은 민물고기요리도 일품이다. 불영계곡을 따라 가다보면 곳곳에 음식점이 있다. 불영사 앞 ‘불영사식당’(054-782-9455)은 산채비빔밥이 유명하다.

★문의: 울진군 문화관광과(http://tour.uljin.go.kr) 054-78201501

♤계곡명소 Best4♤
방콕족들아 발 한번 담가봐
법수치 계곡

남대천 최상류 양양 법수치 계곡
강원도 강릉과 양양을 굽이돌아 마침내 동해로 닿는 남대천. 이 하천의 최상류가 바로 법수치계곡이다. 법수치계곡은 한여름에도 발이 시릴 정도로 물이 차고 맑다. 양양에서 남대천을 따라 법수치로 가는 길에 어성전마을을 만난다. ‘어성전’이라는 이름처럼 민물고기가 아주 많다. 기암절벽이 빚어내는 풍경을 감상하며 두 시간쯤 길을 걷다보면 드디어 법수치. 접근이 어려운 만큼 한적하고 은어낚시와 물놀이하기에 그만이다.

▲길잡이: 홍천→인제→44번 국도→한계령→양양읍→서면 내현리→현북면→어성전리→법수치계곡

 

플라이낚시 명소 평창 장전계곡
강원도 진부면 장전리에 있는 이 계곡은 그 아름다움에 비해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오대천에서 뻗어나간 계곡으로 그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가리왕산 자락에 위치해 주변 경관이 매우 뛰어나다. 1급수에만 사는 열목어가 무리지어 다닐 정도니 물이 얼마나 맑은지 짐작할 수 있다. 장전계곡 하류에서는 플라이낚시를 즐기기 좋고 상류로 들어가게 되면 이끼가 푸른 계곡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길잡이: 서울→영동고속도→하진부IC→33번 지방도→장전계곡

 

문경팔경 중 으뜸 용추계곡
가평, 함양 등 ‘용추’라는 이름을 가진 계곡은 모두 좋다. 역시 문경의 용추계곡도 마찬가지다. 대야산 입구 주차장 상가를 지나면 용추계곡 입구. 길을 따라 계곡이 달린다. 문경팔경 중에서 최고로 치는 용추계곡은 충북 괴산군과 경계를 이룬다. 대야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이 계곡 덕에 한여름 대야산행도 재미가 쏠쏠하다. 아무리 덥고 지쳐도 계곡에 발을 담글 생각을 하면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2단으로 이루어진 용추폭포가 이곳의 상징이다.

▲길잡이: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IC→점촌·문경 간 국도변 마성면사무소에서 가은 방향→석탄박물관 방향→922번 지방도 직진→용추계곡

 

트레킹 하려면 괴산 선유동계곡
괴산 화양동도립공원 내에 있는 이 계곡은 ‘화양구곡’이라고도 부른다. 계곡이 아홉 가지의 아름다운 경치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이황이 이곳 경치에 반해 아홉 달 동안 머물면서 아홉 구비 계곡마다 이름을 붙여 놓았다. 선유동계곡의 입구인 선유동문에서부터 신선 바둑놀이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몰랐다는 난가대와 기국암, 신선이 은거한다는 은선암 등이 절경을 이룬다. 인근 화양구곡에 비해 더 아기자기하고 여성스럽다. 물놀이와 함께 트래킹을 즐기기 좋다.

▲길잡이: 중부고속도로 증평IC→592번 국도→화양1교→충북자연학습원→송면삼거리→선유동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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