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여행....
서민의 애환 덜컹이며 달리는 태백선 완행열차. 한숨 같은 기적소리 힘겹게 울리더니 느릿느릿 회색빛 풍경을 철로 위로 끌어올립니다. 멈춰진 듯 긴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차창 밖으론 고깔모자 닮은 높은 산과 깊은 골이 하염없이 휘어지지요. 이어 열차는 기나긴 어둠의 터널로 빨려들어 갑니다. 터널의 끝자락을 뚫고 나온 반짝이는 불빛 하나, 그것은 꼭꼭 숨겨둔 기다림과 그리움의 공간. 해발 855미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추전역입니다.
숯검정빛 땅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도 영화로웠던 그 옛날, 그 탄광촌은 지금 애물단지 탄가루 뿌려대는 폐광촌으로, 석탄을 싣고 달리던 기차는 깨어나지 못할 긴 잠에 빠진지 오래이지요. 시꺼먼 얼굴을 한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풍요로웠던 역사는 난로 하나만 덩그러니 남겨둔 채 텅 비어 있습니다. 허나, 겨울날 추전역에서 한번이라도 머물러 본 사람이라면 분명 알고 있지요. 산더미처럼 쌓인 탄 더미가 완전히 파묻혀버릴 만큼 깊은 설원의 풍경을. 그리고 싸리밭골(추전은 싸리밭골에서 유래됨)이라는 마을 이름에서 느껴지는 그 쓸쓸한 정취는 아이러니하게도 꽁꽁 얼어붙은 이들의 마음을 녹여준다는 것을 말입니다.
추억을 달리는 ‘하늘열차’ … 그리움이 높다랗게 쌓아올린 추전역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높은 추전역의 모습 |
탄광산업으로 최고의 영화를 누렸던 추전역 | |
흔히들 청량리에서 출발해 종착역인 태백까지 달리는 태백선 완행열차를 두고 ‘하늘열차’ 라 부르지요. 영월에서부터 예미, 사북, 고한, 추전, 태백역에 이르까지 하늘에 달린 철로를 따라 움직이는 듯 산허리를 굽이치는 구간을 말합니다. 그 여행길의 최고 감동구간은 단연 추전역입니다. 73년 무연탄을 수송하기 위해 세워진 역사인 추전역은 험준한 산악과 협곡이 즐비한 태백산맥을 가로지르는 난공사였지요. 탄광산업으로 최고의 영화를 누릴 당시에 추전역은 한달에 약 10만 톤의 석탄을 전국적으로 수송했던 그야말로 보물 같은 역이었습니다. 정부의 시책으로 석탄산업이 하향길을 걷게 되면서 작금의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해버렸지요. 거기다 몇 해 전까지는 하루 왕복 1차례 열차가 정차하기도 했지만, 타고 내리는 사람이 없어 그마저도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러다 추전역을 경유하는 겨울철 ‘환상선눈꽃열차’ 가 인기를 끌면서 다시금 주목받게 된 것이지요.
철길의 맨 끝, 국내 최장의 정암터널 입구가 나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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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855미터. 최고(高)역임을 알리는 기념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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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을 싣고 나르던 멈춰버린 광차의 모습 | | |
하늘이 온통 잿빛인 날 추전역을 찾았습니다. 조금씩 눈발도 날립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역답게 추전역으로 가는 길은 경사가 아주 심했습니다. 한참을 올라 ‘한국에서 제일 높은 역’ 이라는 기념비를 보고서야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지요. 철로 바로 앞에는 ‘멈춰선 광차’ 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소나무 위로 눈이 소복 쌓이기 시작합니다. 워낙 고지가 높기에 한번 내린 눈을 잘 녹지 않고 겨우내 쌓여있다고 하네요. 역무원의 동행 하에 정암터널로 오르는 철로를 따라 강원도 오지의 적막강산을 걸어 봅니다. 바람소리에도 고개가 돌아갈 만큼 깊은 적막만이 흐르는 추전역. 이따금 역무원들의 무전기에서 들리는 소리들 뿐 심심할 정도로 고요하지요. 정암터널은 추전역과 고한역 사이에 있는 터널로 그 길이가 무려 4,505m. 우리나라에서 몇 해 전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생겨난 ‘죽령터널’ 을 제외하고 가장 긴 터널로 손꼽힌다고 합니다.
많이 힘드셨지요? 이 곳에서 잠시 마음을 쉬어가심이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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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전역은 겨울에 와야 제맛. 눈 덮인 기념비, 소나무의 풍경이 운치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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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역사 안으로 들어와 난로에 몸을 녹입니다. 허름한 벽에는 철도개통 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초대 추전역장이 기념테이프를 자르는 빛바랜 흑백사진도 걸려있었지요. 추전역에 머물다간 사람들이 남겨놓은 사연들도 한 장 한 장 넘겨봅니다. 추전역은 겨울에 와야 제 맛이라고들 하지요. 그것도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말입니다. 송이눈이 내리는 날이면, 이 조그마한 역사는 눈꽃 가득한 산정에 올라선 듯 운치 있는 설국으로 변하겠지요. 세상이 어지러워 살아가는 일이 힘겨울 때 다시 한번 찾아야겠습니다. 추전역은 마음의 고향처럼 평온하고, 왠지 모르게 다시 일어설 희망을 줄 것 같은 묘한 마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날이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이라면 더욱 행복하겠지요.
<태백의 가볼만한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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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연동굴
추전역 말고도 태백의 관광지 중에서 우리나라 최고로 높은 곳이 또 있다. 금대봉 아래 해발 920m에 자리잡은 용연동굴은 우리나라에서 최고 높은 지역에 있는 동굴이다. 높다고 하여 산을 올라야하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산 아래 매표소에서 동굴까지 미니열차가 다니기 때문이다. 1억 5000만∼3억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용연동굴의 길이는 843m. 모두 4개의 광장과 2개의 수로가 있는데 40종에 달하는 다양한 종류의 종류석, 석순, 석주 등의 동굴 생성물을 구경할 수 있다. 화산모형분수대, 일반 분수대, 그리고 음악에 맞춰 춤추는 리듬분수도 볼거리. 이따금 천장에 붙어사는 관박쥐도 볼 수 있으니 너무 놀라지는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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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석탄박물관
태백산 도립공원 입구에 있는 동양 최대 규모의 석탄박물관. 석탄산업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태백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석탄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수직갱도로 장식된 건물 외관부터 웅장한 느낌이 든다.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 건물로 내부는 모두 여덟 개의 전시실과 함께 지하에는 체험갱도, 옥외전시장까지 설치되어 있다. 옥내전시장에서는 우리나라 석탄의 역사 및 채굴과정과 광부들의 삶, 연탄제조 기술 등 석탄에 얽힌 다양한 정보가 담겨있다. 광산생활관에선 60∼70년대 광부들의 애환을 살펴볼 수 있으며 체험관에선 지하갱도에서 탄광 막장이 무너지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실감나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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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눈꽃산행
등산로가 험하지 않기에 제대로 된 등산화 만 갖추면 어른, 아이할 것이 없이 겨울철 눈꽃의 아름다움과 산행의 재미를 동시에 맛볼 수 있어 인기만 점인 태백산. 태백산 산행은 대게 당골코스,유일사 코스, 백단사코 스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서 유일사로 올라 정상인 천제단에서 당골로 하산하는 유일사코스는 하 산시간까지 합쳐 3~4시간 정도 소요되는 비교적 무난한 코스다. 유일사 쉼터를 지나면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이라 는 주목군은 새 하얀 옷을 갈아입고 신비스런 자태를 뽐내니 그 이색적인 풍경에 눈이 시릴 정도. 두 그루의 주목이 눈을 이고 있는 모습이 장관인 장군봉을 지나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는 천제단이 바로 산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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