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정보

소금강, 빼어난 산세·기암괴석·맑은 계곡물 절로 감탄

박상규 2009. 7. 21. 12:31

동해시 두타산 무릉계곡 '한국의 그랜드캐니언'
5억∼4억년 전 형성
천곡동굴 태고의 신비 선사

본격 무더위와 휴가철이 코앞이다. 이맘때 강릉과 동해, 속초 등이 휴가철을 대표한다. 강릉만 하더라도 여름에 이곳에 다녀가는 이들이 1000만명을 헤아린다.
 '동대문 밖 강릉'이라고 했던 옛말이 빈말은 아니었다. 휴가철을 앞두고 강릉과 동해를 다녀왔다.





◇경쾌하게 내려오던 계곡물도 오대산소금강의 식당암 앞에서는 느린 '안단테' 물소리를 연주한다.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물소리가 짙은 녹음에 잠기는 동안, 명승지를 찾은 젊은 청춘이 가쁜 숨을 잠시 돌린다.

여름의 열기는 아직 체감할 수 없었다. 해수욕장이 개장한 지 얼마 안됐고,

마침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아름다운 풍경에 목말라하는 기자의 마음을 더 초조하게 했다.

바다를 적시는 비는 간혹 사람의 인내를 시험한다. 동해안에서는 바다에서 약간만 벗어나도 햇살이 비친다.

이즈음 이 지역 날씨의 특징이라고 한다.






◇오대산소금강의 계곡물과 바위가 만들어낸 연화담.

결국, 낭만의 바다를 카메라에 담는 것은 고민 끝에 포기했다. 날씨 때문에 곤란을 겪는 것은 일반 독자도 매 한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강릉이나 속초 사람이라고 해도 매일같이 바다를 보는 건 아니다. 타지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이곳에는 바닷가보다는 산지가 더 많다.

동해안 인근에 살더라도 제대로 된 오메가(Ω) 일출을 보는 날이 1년 기준으로 15일이 채 안 된다고 한다. 그만큼 바다의 날씨는 변덕이 심하다.


마침 기상청이 여름 날씨 예측이 어렵다며 장마 예보를 내보지 않기로 하는 판에, 바다가 아닌 곳을 찾아보는 것도 나름 의미는 있을 터다.

강원도 영동 지방, 더 나아가 휴전선 이남 지방에서 꼽히는 '명승지'를 찾기로 했다. 강원도에는 북한에 있는 금강산을 제외하고,

'금강'에 버금가는 이름을 지닌 두 곳이 있다. 오대산소금강과 속초의 무릉계곡이다.


강릉 시내에서 차를 타고 한 시간쯤 달리자 연곡면의 오대산 입구가 나온다. 눈치를 보며 내리는 듯 비가 오락가락하는 평일 오후이지만,

전국에서 모여든 차들이 주차장을 메우고 있다. '강릉소금강' 혹은 '명주소금강'으로 불리기도 하는 오대산소금강은 우리나라 명승지 1호다.

오대산에 편입되기 전인 1970년에 지정됐으니, 한 세대 전의 이야기다. 오대산소금강에 이어 명승 2호와 3호로 지정된 게

경남 거제도의 해금강과 전남 완도의 구계 등이다.






◇무릉계곡의 시원한 물이 넓은 암반 위를 적시며 내려간다.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소금강의 계곡물은 많지 않지만, 산길을 내려오는 이들의 표정은 시원한 물로 세수라도 한 듯 맑다.
십자소와 연화담을 거쳐 선녀탕과 구룡폭포에 이르자 여름 계곡의 정수가 느껴진다.
짙은 녹음과 시린 계곡. 산세와 계곡의 합주가 그려내는 '대자연의 명화'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눈앞에 펼쳐지는 숲의 푸른 빛깔이 도심에서 찌든 눈의 피로를 씻겨주더니, 지친 발걸음과 몇 시간을 함께 한 계곡의 물소리는 귀를 맑게 한다.
자동차 경적소리와 매연, 노트북 모니터에 피곤해 하던 신체의 감각기관이 그 고유의 기능을 회복한다.
오감이 호사를 누리는 사이, 등산에 지친 발걸음마저 경쾌해진다. 오래전 선비들도 이런 기쁨을 주체 못했을까.
명필가와 묵객들이 바위에 음각으로 '소금강'과 자신들의 이름을 남겼다.

강릉이 고향인 율곡 이이가 '청학산기(靑鶴山記)'에서 금강산을 축소해 놓은 것처럼 산세가 빼어나다고 해서 붙인 '소금강'이란 이름이 타당해 보인다.
아름다운 이곳에 설렘의 탄성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율곡보다 앞선 10세기에 통일신라의 마의태자는 망국의 한을 풀기 위해 이곳에 '아미산성(峨嵋山城)'을 쌓았다. 오대산소금강 관리사무소 (033)661-4161
 

7번 국도를 따라 강원도의 동해안 절경을 감상하고, 동해시 삼화동의 두타산의 '무릉계곡'을 찾았다.
무릉계곡은 '무릉도원' 혹은 금강산에 견주는 곳이다. 무릉계곡의 자랑은 쌍폭포와 용추폭포. 계곡 입구에서 용추폭포까지 걸리는 시간은 40분.
주차장에서 3km가 채 안 되는 곳에 자리한 이곳의 물줄기는 3층으로 돼 있다.
쏟아지는 폭포의 모습과 그 소리만으로 강원도에 발을 들여놓은 시간과 노력을 보상받는다.

이곳의 절경에 취한 이들은 도회지 사람만이 아니다. 김학기 동해시장은 '무릉계곡'을 가리켜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에게 동해를 알리고자 하는 희망을 담은 비유이겠지만, 기암괴석과 폭포가 조화를 이룬 고장에 대한 '나름의 예의'가 표시된 말인지도 모른다.
무릉계곡 주차장을 출발해 두타산성∼두타산 정상∼박달령∼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산행 코스는 8시간이 걸린다. 무릉계곡 관리사무소 (033)534-7306
 

동해의 또 다른 자랑은 천곡동굴. 도심지에 있는 동굴로는 이곳이 전국에서 유일하다. 4억∼5억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석회암 수평동굴로 길이는 1400m에 달한다. 가을 날씨만큼이나 시원한 동굴 내부가 태고의 신비를 선사한다.
친절한 직원들의 태도가 시원한 기분을 더하게 한다. 석주 '샘실신당' 앞을 재잘거리며 지나는 아이들의 표정도 밝다. 천곡동굴 관리사무소 (033)532-7303

숙소인 강릉으로 돌아가면서 추암바위를 들러본다. 애국가 첫 소절의 배경화면인 이곳을 '눈'과 '마음'에라도 담아가기 위해서다.
바다를 배경으로 든든하게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촛대바위와 형제바위가 자랑스럽다.
애국가가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인 조선시대에 이곳을 찾은 우암 송시열도 촛대바위와 형제바위의 기개에 반했다고 한다.
추암의 바위들이여, 밤마다 애국가를 배경음악으로 동해를 보는 이들이 존재하는 한 한밤에도 그대들은 외롭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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