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정보

걸어서 추억속으로…

박상규 2009. 7. 28. 15:03

정상을 향해 치열하게 돌진하기보다 주변의 풍광을 즐기고 산이 주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트레킹.
힘들다는 이유로 등산을 거부했던 아내의 손을 잡고, 항상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는 듯 힘겹게 산을 오르는 남편의 손을 잡고 자연에 동화되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만나보자.

등산을 죽도록 싫어하는 내게 남편이 트레킹을 권했다. 휴일이면 내 손을 붙들고 한 번이라도 산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남편의 애원 아닌 애원에도 귀찮아서 혹은 죽도록 움직이기 싫어하는 몸뚱이를 핑계로 거절하곤 했다. 결혼 3주년, 못 이기는 척 남편을 따라나선 트레킹.
그냥 만사가 귀찮았던 나는 모든 시간이 빨리빨리 가기를 바랐던 것 같다. ‘월요일에 출근하면 할 일이 태산인데 저녁때 다리 엄청 붓는 거 아냐. 그냥 걷기만 하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동네 근처 마트를 갈 때도 차를 몰고 다닐 정도로 걷기를 싫어하는 나였다.
신두리의 넓은 길을 걸어 황금산에서 트레킹 코스를 밟고 멋진 바다를 감상하자는 남편의 말에 애써 기분을 업시키고 걸어보기로 했다. 살랑살랑 봄기운이 전해져 기분이 좋아졌다.
남편과 함께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걷자니 어느새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는 트레킹의 매력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가 새롭고, 마주치는 사람들이 정겨웠다.
현실적인 걱정으로 불편했던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기분…. 해변 트레킹을 위해 조금 험한 코스를 지날 때는 발 한짝 내딛기도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곧 길에 적응했다.
자연 앞에서 우리 부부는 겸손해졌고, 넒은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었다. 개운한 첫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는 벌써부터 내가 마주했던 자연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넌지시 물었다. “우리 다음에는 어디를 거닐어 볼까?”
 

산을 둘러싼 바다, 충남 서산 황금산 트레킹
step 1 목표의식 버리기 트레킹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급해하지 않는 것. 보고 싶은 만큼만 보고 가고 싶은 만큼만 간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집을 나설 때 툴툴대는 내게 남편이 한 말. “편하게 가. 그냥 슬슬 걷는다고 생각하고.” 사람은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기에 나는 그다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출발했으니 일단 코스는 다 돌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마음이 앞섰다. 이런 내 마음을 꿰뚫고 있었는지 남편은 내심 뿌듯한 말투로 나를 안심시켰다. “그럴 줄 알고 2시간짜리 트레킹 코스를 선택했어. 서산에 있는 황금산으로 갈 건데, 산을 넘으면 해변 트레킹도 즐길 수 있어. 기대되지?” 일단 나의 첫 트레킹이 너무 거창하지 않다는 사실에 안심이 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트레킹 마니아들은 국내 코스의 경우 대부분 당일 코스를 선호한다고 한다. 걷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step 2 가벼운 몸풀기 시작이 중요하다. 가볍게 몸을 푼다는 생각으로 한 걸음 내디디면 그 뒤부터는 자연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 두런두런 얘기도 나누고, 남편에게 트레킹 코스에 대한 정보를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기대감에 부풀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주위 풍경에 천천히 눈을 돌려보니 전혀 다른 세계가 보였다. 목마르면 마실 물과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했다. 근처에 있는 맛집은 내려오면서 들르기로 하고 올라갈 때는 도시락을 먹기로 했다. 걷다 보니 사진 찍을 곳도 많았다. 산 중턱의 돌담을 배경으로, 통나무에 걸터앉아 기념사진을 남겼다. 도시의 풍경으로 뒤덮인 내 미니홈피에 자연이 담긴 사진을 올릴 생각을 하니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그리 험한 길은 아니지만 트레킹족들을 위해 잡고 올라갈 줄이 매여 있었다. 뒤에서 내가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남편이 새삼 든든했다.







step 3 적응기 조금 험한 코스가 나타났다. 매우 짧은 코스지만 돌길이라 조금 위험할 것 같았다. 그러나 한 번쯤 이런 코스를 경험해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트레킹을 하면 할수록 용기가 생겼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발도 못 디디다가 점점 익숙해져 남편의 뒤를 잘 따를 수 있게 됐다. 돌이 많은 비탈길에서는 작은 돌을 밟으면 미끄러지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큰 돌을 디디며 미끄러지지 않는지 확인한 후 아래로 내려갔다. 5분도 안 되는 코스였지만 왠지 모를 성취감이 느껴졌다. 남편도 내가 기특한지 등을 두드려주었다.

 

 




step 4 자신감 갖기 흙길, 돌길을 거쳐 드디어 몽돌해변이 펼쳐진 바다로 내려가는 길. 산길에서 벗어나 탁 트인 바다를 보니 또 다른 감동이 밀려왔다. 출발할 때 그냥 운동화를 신겠다는 걸 굳이 등산화로 갈아 신으라라고 해서 남편에게 짜증을 부렸는데 돌길을 걷다 보니 새삼 등산화를 갖춰 신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리막길이라 조금 수월했지만 오르막길보다 더 위험한 것이 내리막길이라고 한다. 이제는 자신감이 붙어 거의 뛰어 내려가다시피 하는 나를 남편이 진정시킨다.

 

 

 





step 5 마음껏 감상하기 몽돌해변이 펼쳐진 바닷가 왼쪽으로 보이는 코끼리 바위는 신기하리만치 코끼리와 똑같은 형상이었다. 서해바다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은 이곳뿐이라고 한다. 낙조가 유명한 황금산 해변은 탁 트여 있었다. 우리는 높은 바위에 올라 숨을 크게 쉬었다. 이곳의 돌들은 모두 절벽 바위가 떨어져 바닷물에 깎여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돌 위를 걷느라 발바닥이 좀 아팠지만 모래사장에서는 느끼지 못할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돌을 집어 바다 위에 떠 있는 부표 맞추기 놀이도 하고, 한동안 조용히 해변 을 걷기도 했다. 적당히 즐기고 나니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었고 우리는 슬슬 내려올 채비를 했다. 하루가 이렇게 알차게 느껴진 건 요즘 들어 처음이었다. 한번 걸었던 길이라 돌아가는 건 훨씬 수월했다. 여행에서 돌아올 때면 늘 힘들고 지쳐 아무 말도 하지 않곤 했는데 이번 트레킹은 달랐다. 남편과 나는 내려오는 내내 즐거운 농담을 주고받았다.





step 6 주변 돌아보기 트레킹 코스에서 놓칠 수 없는 것이 바로 근처의 맛집 탐방. 내려오니 오후 7시, 딱 저녁시간이었다. 황금산은 바다를 끼고 있어 가리비와 바지락칼국수가 유명하다고 한다. 남편은 트레킹 장소를 정했을 때는 그 지역의 특성이나 문화, 맛집 등의 정보를 미리 챙기는 것이 좋다며 은근히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가리비가 얼마나 싱싱한지 입을 벌리니 그 안에 조그만 게들이 한 마리씩 자리잡고 있었다. 게도 함께 구워 먹으니 바삭바삭하니 과자같이 맛있다. 피조개와 해삼 등 신성한 어패류들이 가득해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김장김치가 너무 맛있어 비결이 뭐냐고 물었더니 해수로 담갔다고 한다. 트레킹의 마지막 코스는 훌륭했다. 마음껏 걷고 맛있는 것도 실컷 먹을 수 있었던 하루. 길게 일정을 잡지 않아도 이렇듯 알찬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했다. 트레킹은 그냥 걷는 여행이 아니다. 걸으며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는 여행이다. 이제부터는 조금 더 많이 걸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남편과 정기적으로 트레킹 여행을 할 것이다. 우리가 걸었던 그 길 위에서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간다.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는 봄 트레킹 코스 best 10
1 웅장한 산세와 산나물 트레킹 명소 양평 용문산
2 꽃길을 사뿐사뿐~ 남원 바래봉 철쭉 군락지
3 트레킹 후 소원 성취하는 대구 팔공산 갓바위 산행
4 태고의 신비 제주도 거문오름 & 해안가 트레킹
5 빼어난 풍경의 완도와 보길도 동천석실 트레킹
6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양양 주전골 12폭포 트레킹
7 산행과 낙조 감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부안 월명암과 솔섬 낙조
8 진달래 군락지와 산림욕장이 있는 김포 문수산
9 비경 트레킹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영월 단종릉부터 정선 아우라지, 동면약수터
10 역사 유적과 함께하는 트레킹 천국 전남 순천 조계산

자료제공 : |리빙센스

'여행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녕 세화 해안도로   (0) 2009.07.28
가평 호명호수   (0) 2009.07.28
청정 바캉스...`여름꽃 기행` 가이드   (0) 2009.07.28
연평도   (0) 2009.07.28
경기.시흥/옥구공원   (0) 2009.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