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정보

청정 바캉스...`여름꽃 기행` 가이드

박상규 2009. 7. 28. 14:59
한여름에는 바캉스를 떠나도 무더위를 피할 수 없다. 특히 밤이면 청바지도 뚫는다는 드센 모기 부대와 한판 전투를 치러야 한다. '모기 제로! 열대야 제로!' 이런 피서지는 어디 없을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다는 천상의 화원, '만항재'를 찾으면 그 고민이 해결된다. 강원도 정선~태백을 잇는 고개인 함백산 만항재는 해발 1330m로 우리나라 찻길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도심 보다는 기온이 10도 아래로 한여름에도 섭씨 20도를 맴돈다. 특히 이곳 고원지대에서는 동자꽃-둥근이질풀꽃 등 화사한 야생화 꽃길을 거닐며 '여름 향기'에도 흠뻑 젖어들 수 있다. 때를 맞춰 동네 사람들이 여는 축제에는 강원 산촌의 정취가 한 가득이다.


멀리 떠날 형편이 아니라면 서울 인근 식물원도 근사한 나들이 코스가 된다. 꽃과 나무가 있는 공간은 도심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원 쾌적하다. 최근 경기도 고양시에 문을 연 '아를식물원'은 호젓한 산책로와 잔디밭, 희귀한 제철 야생화가 어우러져 자연의 느낌이 물씬 배어나는 공간이다.



■ 강원도 함백산'만항재'
1330m 고원 '천상의 화원'

 ▶서늘한 고원지대

우리의 여름이 갈수록 태산이다.

쨍쨍한 땡볕 보다는 후텁지근한 찜통더위가 더 거세지고 있다. 아열대를 닮아가는 습한 기후 탓이다. 때문에 바다나 강변을 찾아도 시원함이 예전만 못하다. 따라서 강원도 정선, 태백 등 대한민국 대표 고랭지가 피서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해발 700m 이상인 이들 지역은 일단 차에서 내려 보면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숨이 턱에 찰 것만 같은 도심의 무더위와는 달리 바람 속에는 서늘한 기운이 실려 있다. 특히 그늘에 들어서면 얇은 여름 옷 속으로 선선한 바람이 파고들어 대번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이즈음 정선 함백산에는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핀다. 특히 해발 1330m 만항재는 낙엽송 숲 주변으로 알록달록 야생화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렇다고 잘 가꿔진 수목원처럼 화려함 일색은 아니다. 바로 이 점이 매력이다.

만항재에는 연중 200여 종의 야생화가 피고진다. 이즈음 길을 화사하게 수놓는 꽃으로는 분홍색 둥근이질풀꽃, 주황색 동자꽃, 노루오줌꽃, 말나리, 산솜방망이, 참나물꽃, 물양지꽃, 개시호, 긴산꼬리풀 등 대략 50~60여 가지 들꽃이 피어난다. 찻길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는 만항재는 탄광개발 바람이 불던 1948년 길이 뚫렸다. 이곳은 본래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화가 만발하는 고갯길이다. 낙엽송과 각종 활엽수들이 우거진 3만여 평의 산자락에 조성된 야생화공원은 아이들의 야외 생태 학습장이자, 연인들에게는 운치 있는 데이트 명소가 된다.

2km에 이르는 산책로(탐방로)에는 은은하게 클래식 선율이 흐르고, 벤치 등 곳곳에 쉼터도 마련해두었다. 특히 나무 그늘에 들어서면 초가을의 느낌이 들만큼 서늘하다.

 ▶야생화축제


정선 고한읍 주민들은 수년 전부터 야생화밭에 산책로 등을 만들어 한여름 함백산 야생화축제를 열고 있다. '함백산 야생화와 떠나는 시원한 여름여행'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오는 31일부터 8월9일까지 열흘 동안 구 삼탄 사옥과 만항재 일원에서 개최 된다.

축제 주행사장인 삼척탄좌 정암광업소 마당(삼탄광장)에서는 ‘바비큐와함께하는 라이브공연’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고 야생화화분만들기, 야생화 분재및 분경 수석전시, 야생화 사진전시 등 볼거리가 이어진다. 또 체험프로그램으로 천연 염색, 천연비누만들기, 야생화 압화, 별자리체험, 산죽족욕체험, 연날리기, 등반대회 등의 이벤트가 펼쳐진다. 또 만항재 고원 카페에서는 산죽차, 산죽밥, 감자 옥수수 모닥불구이 등 강원 산촌의 정서가 담긴 미식체험이 가능하다.

야생화축제위원회 한우영 사무차장(43)은 "정선 고한일대야 말로 무더위에 지친 도시민들이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야생화의 아름다움과 허브, 나물의 효능, 그리고 시골의 순박한 인심까지 흠뻑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여름 여행지라"라면서 "올 여름 후회 없는 가족나들이를 위해 하늘공원 만항재를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이곳 만은 둘러보자

 ◇삼척탄좌 정암광업소=함백산 야생화축제 본행사장으로 옛 탄광의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고한에서 만항재 고갯길로 오르다 정암사 못 미쳐 못골마을에서 우회전해 다리를 건너면 옛 삼척탄좌 정암광업소가 나선다. 삼척탄좌에서 1979년에 지은 것으로 지금은 채탄을 멈춘 상태다. 4층짜리 건물과 수갱(수직갱도)탑, 갱도, 철길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평소에는 문을 닫아두던 것을 축제기간에는 방문객들에게 개방한다. 옛 광원들의 탄가루 냄새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공간으로 광원들의 출근일지, 개인 도장, 등사기로 찍은 일지, 작업장면 사진, 벽면의 옛 구호 등이 그대로 보전돼 있다. '아빠 오늘도 무사히'라는 구호를 보자면 코끝이 찡해 온다. 광원들의 작업복 이름표 옆에는 도장이 매달려 있다. 당시 광원들의 개인 도장은 신용카드에 다름없었다. 읍내 식당, 술집, 가게 등에서 이 도장 하나면 현금 없이 결제할 수 있었다.

 ◇정암사=고한에서 만항재로 오르는 길 초입, 함백산 북서사면에는 고찰 정암사가 자리하고 있다. 오대산 상원사, 설악산 봉정암, 영월 법흥사, 양산 통도사 등과 함께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5대 적멸보궁 사찰 중 한 곳이다. 신라시대 창건된 절로 뒷산 중턱에는 보물 410호인 수마노탑이 있다.

 ▶가는 길=서울~영동고속도로~원주 만종 IC~ 중앙고속도로 안동 방면~제천 IC~38번국도 영월~고한~만항재. / 영동고속도로 여주휴게소 지나자마자 우회전~중부내륙고속도로~감곡 IC~38번국도 제천-영월 방면 직진~고한~만항재


■ 고양시 '아를식물원'
도심 가까이서 '여름향기' 흠뻑

서울 근교에 아담한 식물원이 문을 열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자리한 '아를식물원'이 그곳으로 1000여 종의 토종 야생화와 화목이 근사한 공간을 꾸미고 있다.

2만3000㎡(7500여평) 규모로 쉬엄쉬엄 돌아보는데 한 시간이면 너끈하다.

아를식물원은 20년 동안 나리 등 토종 야생화 육종에 매달려 온 육종학자 진광산 원장의 땀이 밴 공간이다.

'아를'은 고갱, 고흐 등 유명화가들이 활동했던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그 이름을 따 '아를식물원'이라고 간판을 걸었다. 아를식물원에는 고산식물원, 나리꽃온실, 잔디광장, 야외연못과 테라스, 카페 등이 조성돼 있다. 이중 고산식물원과 나리꽃 온실이 대표적 공간이다. 1000㎡ 규모의 고산식물원은 수도권 대표급이다. 백두산에서 자라는 큰금매화, 한라산 백록담에 자생하는 히로미, 해발 800m 이상에서 크는 구름패랭이 등 100여종의 고산식물이 암석가든에 뿌리를 내렸다. 바위 틈 사이로 자라는 다양한 고산식물 중에는 에델바이스(솜다리)도 있다. 에델바이스는 알프스 등 유럽이나 남미의 고산지대에서 볼 수 있는 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설악산 준령에서 간혹 발견 되는 정도인데, 아를식물원에서는 지난 6월에 꽃을 피웠다. 은빛 별처럼 넓게 퍼진 꽃잎이 은은하면서도 귀한 자태를 뽐낸다. 구하기 힘들다는 고산식물은 키우기도 까다롭다. 특히 더위에 약해 깊게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땅을 깊이 파 줘야 한다. 에델바이스는 일반 꽃들의 4배가량인 40cm 깊이까지 뿌리를 내려 땅속에는 산소 공급용 관도 함께 묻어 줘야 한다.

아를식물원의 대표 화초는 '나리'이다. 진광산 원장이 10여 년 동안 나리꽃 육종에 매달려 자생력이 강한 나리 품종을 개발, 등록까지 마쳤다. 진광산 원장은 15년 전 유럽의 유명 화훼 육종 단지를 차례로 견학하며 그 중요성을 느껴 육종 연구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육종은 많은 세월을 요합니다. 때문에 개인이 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제 10년 노력의 결실을 맺기 시작했는데, 해마다 3~4개씩 출원 등록이 가능해 수입 대체 효과도 거둘 것으로 봅니다."

식물원 가운데 자리한 잔디광장도 아이들이 뛰놀기 좋은 쉼터이다. 광장에 서면 인수봉, 백운대 등 북한산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식물원 곳곳에는 계곡과 연못, 산책로 등이 조성돼 있어 한적한 시간을 보내기에 적당하다. 또 지하수의 일정한 온-습도를 이용해 실내에 조성한 우리나라 남부지방 자생식물원은 흑산도 풍란, 제주 세오란, 해송, 도깨비고비 등 귀한 식물군을 대할 수 있는 생생한 자연학습장이다.

잔디광장 아래 창이 툭 트인 카페는 조용한 쉼터이다. 이곳에서는 식물원에서 기른 구절초, 국화 등 다양한 허브차(4000원) 맛을 볼 수 있다. 간단한 요깃거리로는 샌드위치(4000원)가 있고, 식물과 허브가공품도 판매한다.

아를식물원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다. 도시민들의 쉼터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작은 문턱 조차도 없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식물이 좋아 평생 일군 공간을 혼자 보기가 아까워 공개했다"는 진 원장은 "육종학자로서 제대로 된 생태식물원을 만들어 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3호선 지축역, 구파발역에서 아를 식물원 입구까지 수시로 시내버스, 마을버스가 다닌다. 가까워 주말 나들이 장소로 권할 만하다. 연중개방하며 명절에만 쉰다. 오전 10시부터 해질 무렵까지 개방한다. (02)381-4227

▶가는 길:
◇지하철=3호선 지축역 1번 출구~5-2번 버스~오금동 고개 하차~아를 식물원. 5분 소요. / 3호선 연신내역 2번 출구-구파발역 1번 출구~360번 버스~오금동 고개 하차~아를 식물원 15분 소요.

 ◇승용차=서울~구파발역-지축역 사이 일영-의정부 방향 371번 국도~3km 진행~아를 식물원.(네비게이션 입력: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오금동 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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