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산(祈雨山 869.9m)은 정선 주민들은 물빌산이라 부른다. 사실 외지인들은 감히 이 산을 오를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강 건너에 불그죽죽하니 깎아지른 절벽을 두른채로 하늘을 찌르고 선 이 산의 정수리를 밟으려는 시도는 모험에 가까운 수준이 될 것이란 추측이 자연스럽다. 이러한 물비리산에 정선읍사무소가 적잖은 돈을 들여 길을 내고 안내판도 세웠다. 물빌산 정상 오르길을 닦고, 물빌산에서 조양산까지 능선길을 연결했다. 이는 물론 관광객을 불러들이기 위해서다.
조양산 등산로가 이미 오래 전에 나 있기는 했지만, 1~2시간 만에 산행이 끝나서 조금 싱거운 맛이 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기우산~조양산 연결 코스의 개설이었다고 한다. 조양산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정선읍민들이 운동삼아 오르내리던 산이다. 그러나 정상에서의 조망과 고도감은 고산준령급이다. 헬기를 타고 찍었나 싶은 느낌이 드는, 흡사 조감도 같은 정선읍내 사진은 실은 조양산 정상에서 잡은 것이다. 물빌산은 정상 아래에 석이바위라는 멋진 조망처가 있다.
과거 기우제를 지내던 장소로, 정선역쪽의 시가지와 동면 일대 첩첩한 산릉 경치가 멋진 곳이다. 이렇듯 제각각 뛰어난 조망대를 가진 물빌이산과 조양산 능선길을 연결, 소요시간 3~4시간의 한나절 코스를 만들었다. 경치가 좋은 새로운 산을 찾아 내기가 매우 어려워진 요즘, 이 물빌산 -조양산 새 코스는 등산 동호인들께 반가운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정선읍내가 지금 같은 반달 모양이 된 것은 물론 지형적 조건 때문이지만, 조양산에 올라보면 흡사 이 산의 등산객들을 위해 일부러 예쁘장하게 꾸며놓은 동화적 분위기의 미니어처 같다.
거대한 육산의 기운이 넘치는 가리왕산 줄기와 그 기슭을 감돌아 흐르는 조양강이 어울린 풍경이 또한 있으니, 동강 전망대라 불리는 백운산 중턱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에 손톱만치도 모자람이 없다. 정선읍내가 반달모양이 된 것은 바로 이 기우산~조양산 능선 때문이다. 남으로 내리닫던 조양강물을 정면으로 받아내어 반원형으로 굽돌게 했다. 이곳 물빌산에서 기우제를 지냈던 연유는 알 수 없지만, 이 산에서 기우제를 지내고 내려오면 얼마가지 않아 정말 비가 쏟아지곤 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하산을 마치기 전에 비가 내린 적도 있었다는데, 이는 기우제의 효험이라기 보다는 비가 내릴 만한 시기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선교 남단에서 동면 화암리 쪽으로 정확히 3km를 달리면 기우산 등산로 입구임을 알리는 팻말이 서 있다. 이 팻말이 선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100m쯤 올라가면 외딴 농가 앞 작은 공터가 나온다. 여기에 차를 세워두고 등산을 시작한다. 콘크리트 포장길 100여m에 이어 아직 정지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은 찻길을 20분쯤 오르자 찻길이 끝나고 오솔길이 시작된다. 세운 지 얼마 되지 않은 화강암 부도 한 기가 서 있다. 저 위 우암사에서 머물던 응념 스님의 부도라고 한다. 갈짓자 길을 10분쯤 오르자 우암사다. 절 이름에 비 우(雨) 자, 바위 암(岩) 자를 쓴 것은 역시 기우제를 지낸 산이며 절 바로 위에 기우제를 지낸 석이바위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절 오른쪽 옆으로 가로질러 나아간 뒤 능선에 다다른 다음 왼쪽 위로 치달아 올랐다. 4~5m 길이로 통나무를 잘라 갈짓자 모양으로 설치해 등산로를 냈다.
숲이 짙고 안개가 자우룩하여 몽환적인 분위기다. 우암사에서 30분쯤 걸어오르자 왼쪽이 훤히 트이며 바람이 불어온다. 여기가 석이바위다. '내려갈 때 70분, 정상 20분' 이라 씌인 팻말이 서 있다. 평평한 바위지대 끝으로 나서자 동면쪽으로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마침 안개가 자락을 걷었다. 발 아래로 우암사 종각의 지붕이 빤히 내려다뵌다. 석이바위 위에는 여기저기 소나무가 서 있어, 기우제를 지내야 할 정도로 가문 한여름이라도 시원할 것 같다. 팔뚝만한 굵기의 통나무를 엮어 벤치도 만들어 두었다.
석이바위에서 정상쪽으로 9부능선을 따라 허물어진 성벽의 흔적이 있다. 신월리 성지, 혹은 기우산성이라 부르는 옛 산성이다. 석이바위에서 10분도 채 걷지 않아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왼쪽으로 50m 가면 해발 869.9m 삼각점 표석이 박힌 정상이다. 주변이 숲이어서 별다른 조망은 없고, 통나무로 엮은 벤치가 나무그늘에 몇 개 놓여있다. 삼거리로 내려와 북서쪽 조양산 방면의 능선길로 접어들었다. 얼마 가지 않아 1983년 세운 신월리 산성지 안내표지석이 보인다. 여기 이 궁벽한 지방의 이리도 높은곳에 성을 쌓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학자들 말로는 정선지역은 과거 신라와 고구려의 접경지로 크고 작은 전투가 많았으며, 이 성은 그때쯤 쌓은 것이라 한다.
기우산 정상에서 50분쯤 걸어 719m봉에 다다랐다. 전망이 좋고 역시 여기저기 그늘이 좋은 데에는 벤치를 만들어 두었다. 동쪽 저편으로 우리가 지나온 기우산이 피라밋 형상으로 섰다. 능선길은 순하고 편하다. 719m봉에서 30분쯤 걸으면 '기우산 110분, 조양산 30분, 애산리 30분' 이라 쓰인 팻말이 선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오른쪽 애산리로 바로 내려갈 수도 있다. 조양산은 30분이라 했지만 10분 남짓만에 '朝陽山' 이라 새겨진 검은 표지석이 선 정상에 다다랐다. 조망이 시원스럽거나 경치의 짜임새 등 여러가지로 보아 기우산~조양산 코스에서 최고인 곳은 이곳 조양산 정상이다.
영락없는 반달형인 정선읍내를 빙 둘러 동강 상류인 조양강이 흐르고, 동남쪽에서 동대천이 합류하고 있다. 이 동대천이 뱀에 비유되어, 정선은 뱀이 제비둥지를 노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한다. 이러한 풍수적 이유로 정선이 낙후되고 수해도 잦다고 하여 과거 정선 사람들은 동대천이 흘러드는 강어귀의 맞은편 강변에 3구8학(돌거북 3마리와 돌학 8마리)을 묻었다고 한다. 조양산 하산길은 급경사여서 굵은 로프를 설치해 두었다. 하지만 별로 위험하지는 않다. 그보다는 간혹 벼랑 위로 길이 이어진 지점에서 돌픙이 휘몰아치거나 하면 위험할 것 같으니 바람 센 날은 주의할 일이다.
아까의 기우산쪽 길은 새로 만든 길이어서 주욱 흙이 밀리며 미끄러지는 경우가 잦았지만 이곳 조양산쪽 길은 오랜 세월 다져져 그간의 폭우에도 길바닥은 단단했다. 이어서 멋진 송림지대가 이어진다. 한아름쯤 되는 소나무들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넓디넓은 산비탈을 뒤덮고 있다. 그 아래는 진초록의 풀들이 자라나, 검붉은 소나무줄기들은 초록 화면에 깊이 새긴 듯하다. 정상에서 30분만에 내려선 절 불암사는 대웅전도 있는 등 우암사에 비해 한결 규모가 크고 깔끔했지만 이미 산중의 절이 아니었다.
물빌산~조양산 산행은 4시간이면 넉넉하다. 물빌산 쪽은 길이 새로 낸 것이어서 비가 오면 미끄러운 곳이 많아지므로 주의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아서 별로 위험한 곳은 없으므로 노약자도 조심스레 산행하면 된다. 하산시 교통편을 생각해, 신월리에서 시작하여 물빌산~조양산 방향으로 산행을 하는 것이 좋다.석이바위 옆에 샘이 있으나 물줄기가 미미하므로 미리 준비해간다. 도중에 갈림길이 별로 없고, 갈림길목에는 팻말이 서 있으므로 길을 헷갈릴 염려는 별로 없다.
※ 산행안내 ○ 성불사코스: 등산로입구→(50)조양산→(20)갈림길→(30) 아리랑볼링타운 (100분) ○ 성불사 - 조양산 - 샘터 - 기우산 - 주차장 ○ 애산리코스: 등산로입구→(45)갈림길→(30)조양산→(35) 성불사입구 (110분)
※ 교통정보 ○ 영동고속도로 진부IC - 59번국도 - 정선 - 59번국도(태백방면) - 신월리 ○ 중앙고속국도 서제천IC - 제천 - 정선 - 59번국도(태백방면) - 신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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