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이 식어갈 무렵에 麗松 이상원
찻잔을 앞에 두고 들여다보니
그 속에 내가 있다
그림자처럼 내 걸어온 길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처럼
호수 속에 내가 있다
손에 든 작은 찾잔
일렁이는 파장 속에
눈물도 보이고 웃음도 보이고
내 주름도 보이고
하얗게 빛바랜 사랑도 보인다
낙엽색 짙은 향기 속에는
오래된 영화를 보듯
하늘을 담고 마음을 담았던
내 자화상이 실루엣처럼
떠나간 시간 속에 내가 있다
가슴으로 입맞춤하는 찾잔
눈물은 세월이 마시고
웃음은 바람이 마시고
꿈들은 눈빛에 젖는다
찻잔이 식어갈 무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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