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려, 열중쉬어, 앞으로 나란히! 조물주의 구령에 맞춘 듯 63개 섬이 대열을 이뤘다.
전라북도 군산시에서 남서쪽으로 약 50km 떨어진 바다에 선유도, 신시도, 무녀도, 장자도, 방축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천혜의 경관을 선사한다.
군산여객선터미널에서 쾌속선으로 약 1시간 걸리는 곳. 선유도를 향해 휴가객을 가득 실은 배가 항구를 빠져나간다.
고군산군도의 16개 유인도와 47개 무인도 중 가장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는 바로 그 섬이다.
고즈넉한 섬이 왁자지껄 관광지로
아름다운 섬 ‘선유도’에 배가 닿는다. 눈부신 경관을 보러 휴일이면 5000여 명의 인파가 찾는 곳. 하지만 이들을 맞이하는 것은 선유도의 경치만은 아니다.
선착장 앞이 마치 골프장처럼 전동 카트가 줄을 섰다. 교통이 불편한 섬의 고육지책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다. 어림잡아 삼십 대는 되어 보인다. 다른 버스나 차가 없기에 관광객들은 별 수 없이 카트에 오른다.한 시간 남짓 섬을 돌아주던 카트는 출발지와 동떨어진 어느 음식점 앞에 멈춰 섰다. “어차피 점심시간이니 여기서 식사하고 가시죠”라며 사람들을 내려놓는다. 노골적인 장삿속에 신선들의 섬은 온데간데없다. 선유도의 특이한 교통수단은 주민도 관광객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아이들과 자전거 여행을 온 한재덕(수원시)씨는 “어린이는 물론 어른이 자전거를 타기에도 너무 위험하다”며 불만을 토로했고 선유2구 김덕수 이장도 “외지에서 들어온 카트가 섬을 질주하는 걸 주민들도 반대한다. 작년에는 카트 사고로 인사사고까지 있었는데 보험도 안 되고 행정기관 조차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산시 관광진흥과 채행석 계장은 “카트가 모두 불법이긴 한데 단속할 근거가 없다. 철거하라고 주의를 주었는데도 올해까지만 운행하겠다는 대답뿐이다”며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더 이상 고즈넉한 신선의 섬이 아니기에 관광객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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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도와 장자도로 이어지는 천혜의 경관
선유도는 일몰이 아름다운 선유낙조,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고운 백사장 명사십리 해수욕장,
큰 비가 내리면 7~8개의 물줄기가 쏟아지는 망주폭포 등 선유8경이 유명하다.
그 중 ‘평사낙안’이라 불리던 팽나무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선유8경 중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마치 변해가는 섬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해 안타까움을 남긴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맑은 바다에
해파리까지 기승을 부려 해수욕도 맘 놓고 즐기기 어려워졌다. 선유도에서 선유대교를 건너면 바로
무녀도에 들어갈 수 있다.
선유도보다 절경은 덜하다는 평가지만 그나마 상업적인 모습이 덜해 관광객들로부터 인기가 많은 곳이다.
선유도에서 장자대교를 건너면 대장봉이 늠름하게 서 있는 대장도로도 갈 수 있다. 절벽과 암석 구릉으로
이뤄져 장관을 연출하기 때문에 선유도만큼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바다에서 조업을 하다가 폭풍을
만났을 때 이 섬으로 피신하면 안전하다 하여 대피항으로도 유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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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는 육지가 될 섬의 운명
2012년 선유도를 비롯해 장자도와 무녀도는 육지가 된다. 새만금간척사업으로 비응도~고군산군도~변산반도
사이에 33km 직선 방조제가 설치되면 바다는 4만ha가 넘는 용지가 된다.
무녀도 바로 앞에 있는 신시도까지 모두 육지가 되고 신시도와 무녀도는 다리로 연결된다.
결국 선유도 주변의 섬들이 육로로 연결돼 육지가 되는 셈이다.
선유도에서 평생을 살아온 송영옥(88) 할머니는 섬의 변화하는 모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여 년 전 선유도에서 육지까지 배가 자주 드나들기 시작하니까 주민들이 뭍으로 많이 나갔지.
헌데 한 5~6년 전부터인가 이렇게 관광객이 많이 오면서 섬 시설이 좋아졌어. 좀 있으면 다리로
육지까지 다 연결된다잖아. 섬에 사는 우리들이야 편해서 좋지 뭐.” 주민 주종철(42)씨는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만 전기가 들어왔죠. 전에는 자정이 지나면 촛불켜고민박
하고 그랬어요. 요즘에도 이틀에 한번 딱 2시간만 용수가 공급되는 작은 섬이에요. 육지와 다리가
연결되면 이런 불편함은 훨씬 줄지 않을까요”라며 마을의 미래를 기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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