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문학

이 가을엔 / 글 그림 / 김성로

박상규 2009. 9. 24. 12:53

 
 
 
 
이 가을엔 / 글 그림 / 김성로 
작은 거울 하나를 
준비해야겠습니다
그리곤 
거울 속의 나를 
자주 들여다보아야겠습니다
나를 버리라고들 하지만
이 가을엔 자주 
나를 찾아보아야겠습니다
갑자기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면
붉게 변한 벚나무 잎이 
힘없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무너지는 낙엽처럼 
나를 잃어버릴 것 같기 때문이랍니다  
작은 거울 하나를 
준비해야겠습니다
그리곤
거울 속의 나를 
자주 칭찬해 주어야겠습니다
계절의 추억이 쌓인 은행나무가
호화로운 빛으로 반짝이기 때문입니다
그 빛이 너무 눈 부셔
내 모습이 초라해질 것 같기 때문이랍니다
비어 버린 가슴에 가을을 품으면
신종플루에 걸릴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작은 거울 하나를 준비해야겠습니다  
자주 거울을 들여다보며
가을에 빠지지 않도록 마음을 다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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