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문학

어느 가을에 / 윤완수

박상규 2009. 9. 29. 13:20

 
 
 
 

어느 가을에 / 윤완수 물 먹인 솜같은 육신을 뉘어 오수로 한 잠 건너니 어느새, 가을이 발 밑에 엎드려 있다. 햇귀에 종일을 닮아 압축해 온 질기고 붉은 노을은 하늘까지 내려와 강물은 피빛 같아라. 노을로 헹군 옷가지에 흥건히 젖은 채 새콤달콤 눈물을 흘리는 빨래 줄에 구름은 그저 그렇게 말없이 지친 어깨를 기댄다. 참, 늘 이맘때는 중전의 생일이지 구름 속으로 자주 숨던 어설픈 사랑에도 감의 볼살엔 황송하게 오도독 살이 오르고 가끔은 익어가는 감처럼, 물 담긴 유리 컵 속 등불처럼 환하게 장미 꽃송이에 어리던 퉁명스런 중전의 심통도 이쁘기만 한 어느 가을날의 오후.


'애송시,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 그대를 느낍니다   (0) 2009.10.02
그리움, 그를 보낸다   (0) 2009.10.01
그리움의 기원   (0) 2009.09.28
이 가을엔 / 글 그림 / 김성로  (0) 2009.09.24
낙엽되어 쌓이네  (0) 2009.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