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문학

내 겨울 바다에는

박상규 2009. 11. 29. 14:59
 
 
내 겨울 바다에는 / 동목 지소영


 
세월타령 
당신 앞에서는 못해요
어순이 맞지 않는 이 편지도
찬바람이 불면 
쪼르르 군불 지핀 아랫목을 찾아가듯
당신의 가슴을 찾아오지요

사람들은 낯선듯한 당신을 두렵다고도 해요
어디서 본듯한 냄새
당신의 셔츠를 만지작거리며
익숙한 호흡을 느끼면서도
더 가까이  보려 하지 않아요

그런데 제겐 
2도 화상의 물집 같은 말랑한 다정 병인걸요
겨울바람 날 서고 매워도
봄 이슬을 기다리는 마음을 길러주신걸요,

아무도 나를 궁금해하지 않아도
미사여구를 부칠 줄 몰라도
코흘리개 달짝지근한 콧물을 
후루룩 빨아먹으며 
그윽한 속눈의 갈망인 듯 
물빛보다 투명한 당신이 보이거든요

이제는 그리움이라 하지 않아요
밤마다 베갯잇에 저며 느끼는 
영혼의 노래를 듣거든요 

저 낙엽이 모두 떠나기에
더 섬세한 파장을 느낄 수 있어요
빨갛고 파란 두 피의 교류를 읽어요

발끝에서 목줄기까지 
순식간에 튀는 연어의 꼬리처럼  
내 겨울 바다에는 
물고기가 된 당신이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