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이유 / 동목 지소영
가끔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때에
따스하게 묻어오는 목소리로
손잡는 사람 있어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생소하지 않은 단어하나
'당신이 많이 보고 싶었어요' 한마디에
깊은 애정으로 떨 때가 있습니다
세상은 참 아름답구나 느끼지요
가끔 육신의 고통으로 숨을 쉬지 못하고
혼자서는 한 발자국도 내디디지 못할때
등 뒤에서 살며시 밀어주는 사랑의 말,
우리는 늘 기다림이었어도
외로움은 우리의 행복이었지
그 때문에 다시 태양을 봅니다.
세상에서 만난
모래알 같은 사람들 중에
서로에게 존재의 이유가 되는 힘으로
감격하고 산 세월이 있어
우리는 내려 앉는 눈두덩으로
시야가 좁아져도
작은 동굴 속 의지로운 동무로 보배로웠다고
평안의 가슴을 고릅니다
안개가 걷힙니다
밤사이 불었던 바람이 가라앉고
새벽종 소리가
아이에서 할머니까지의 귀를 맑게 울립니다
우리들의 생각속에 정화수 한 그릇 담으면
작은 물결만큼 흐르는
사랑으로 젖습니다
그 때문에 당신 곁에 있습니다.
동목의 -느낌하나 인연하나- 중에서
*
내가 꽃피는 일이
당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면
꽃은 피어 무엇하리
당신이 기쁨에 넘쳐
온누리 햇살에 둘리어 있을때
나는 꽃피어 또 무엇하리.
또한
내 그대를 사랑한다 함은
당신 가슴 한복판에
찬란히 꽃피는 일이 아니라
눈두덩 찍어내며 그대 주저 앉는
겨울 산자락 후미진 곳에서
그저 수줍은 듯 잠시
그대 눈망울에 머무는 일
그렇게 나는
그대 슬픔의 산높이에서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