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의 시 / 천양희
눈내리다 멈춘 곳에 새들이 둥지를 고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웃으며 걸어 오고 있다.
바람은 빠르게 오솔길을 깨우고 메아리는 능선을 짧게 찢는다.
한줌씩 생각은 돋아나고 계곡은 안개를 길어올린다.
바윗등에 기대 선 팽팽한 내 마음이
몸보다 먼저 산정에 올랐구나
아직 덜 핀 꽃망울 사이로 사람들은 서둘러 나를 앞 지른다.
아무도 늦은 저녁 기억하지 않으리라
그리움은 두런 두런 일어서고 산 아랫마을 지붕이 붉다.
누가, 지금 찬란한 소문을 퍼뜨린 것일까?
온 동네 골목길이
수줍은 듯 까르르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