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걷기 좋은 길 야트막 야산 오르락내리락… 한강 노닐던 새들도 ‘동행’ 산책로 10여km 서너 시간이면 OK, '약사사 약수 효험 있다' 소문 파다 치현산 꿩이 많았다하여 '꿩고개', 습지생태공원서 조류관찰도 재미
강서구는 근래까지만 해도 좋은 입지에 비해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원이 적었다. 그런데 올 초 ‘강서둘레길’ 개화산 구간 3.35㎞의 조성 공사가 끝나면서 잇닿아 있는 방화근린공원과 서남물재생센터 울타리를 따라 만들어진 서남환경공원, 이어 한강공원으로 연결되는 긴 둘레길이 생겨났다. 10여㎞가 넘는 긴 산책로로, 개화산과 치현산 등 나지막한 산을 오르내리다가 끝자락에 한강이 척 하니 펼쳐지며 한강변의 습지생태공원과 조류전망대까지 둘러볼 수 있는, 서울에서도 손에 꼽을 명소가 됐다. 강서둘레길은 현재 1코스 개화산 구간만 완공됐지만 2코스는 거의 다져졌고 내년까진 3코스가 완성될 예정이다. 야산들과 한강변이 어우러지는 이 둘레길을 제대로 돌자면 서너 시간은 족히 걸린다. 먼저 개화산 둘레길로 가려면 지하철 5호선 개화산역이나 방화역, 9호선 개화역 등 어디로 접근해도 좋다. 지난 5일 찾았을 때 개화산역 2번 출구로 나와 5분 남짓 개화산 방향으로 걸어가니 둘레길로 접어든다. 둘레길을 빙 돌기보다는 산 정상 쪽으로 올랐다. 개화산(開花山)은 높이도 나와 있지 않은 야산이지만 역사가 있는 산이다. 이 산은 ‘봉화뚝’이라고도 불렸는데, 조선시대에 김포 북성산과 목멱산(지금의 남산)을 이어 주는 봉수대가 있어 지어진 이름이다. 서해로 빠지는 한강 서부와 서울을 잇는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였던 것이다. 정상에서 보면 한강이 굽어보이는 가운데 서울의 내사산(內四山)인 백악, 인왕, 낙산, 남산은 물론 관악산까지 바라볼 수 있는 자리기에 그럴듯하다. 사적을 찾아 옛 봉수대를 복원하면 좋을 것 같다. 주룡산으로도 불렸다. 신라 때 이 산에 주룡(駐龍) 선생이라는 도인이 살며 천수를 다한 뒤 그 터에 이상한 꽃이 피었고, 거기에 절을 짓고 ‘개화사’라 하니 그때부터 주룡산을 개화산이라고도 불렀다고 전해진다. 산이 꽃이 피어나는 모습이라 해서 개화산으로 불렸다는 얘기도 있다. 정상 부근에 ‘봉화정’이라는 팔각정이 있고 예전 군부대의 참호를 따라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다. 이 전망대는 ‘서울시 선정 우수 조망명소’인데, 말 그대로 탁 트인 전망이 우수하다. 개화산에는 약사사와 미타사 등 2개의 사찰이 있다. 약 700~800년의 역사를 지닌 것으로 추정되는 약사사는 조선시대에 개화사로 불렸고 이후 약수암-약사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약사여래를 모셔서 이름이 바뀌었다는 설도 있지만 이곳 약수가 워낙 효험이 있어 그렇게 됐다고도 한다. 이곳 약수는 1980년대 신문에 소개될 만큼 유명했다. 이 사찰의 석불과 3층 석탑은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미타사도 약사사와 창건 연대가 비슷한데, 현재 미타사 옆에는 6·25전쟁 전몰자들을 기리는 호국충혼비가 세워져 있다. 약사사를 둘러본 뒤 죽 내려오면 잘 가꿔진 방화근린공원이 나온다. 이날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변 동네의 노인들이 바둑과 장기를 두거나 한가로이 거닐고 있었다. 이 공원과 잇대어 있는 산이 치현산(雉峴山)으로 ‘꿩고개’라고도 부른다. 옛적에 꿩이 많이 살았던 모양인데, 사실 이 지역은 까치가 많았다. 1990년대 중반쯤 치현산을 비롯해 인접한 궁산 등 강서지역에 까치가 창궐, 한국전력에서 ‘까치와의 전쟁’을 선포한 적이 있다. 까치들이 전봇대에 집을 너무 많이 지어 정전 사고가 잦자, 까치 둥지를 신고하는 주민에게 우산을 사은품으로 나눠 줬다. 순식간에 수백개의 까치집이 철거되면서 동물보호단체들과 마찰을 빚었다. 혹시 까치 작(鵲)자를 써서 작현산이 아니었을까. 치현산 끝자락은 현재 방화대교로 연결되는 램프와 터널 공사가 한창이어서 바로 한강공원으로 갈 수 없게 막아 놓았다. 서광아파트 방면으로 내려와 서남환경공원을 먼저 둘러보는 것이 좋다. 메타세쿼이아 숲길 등 산책로를 잘 닦아 놓았다. 그다음에 올림픽대로 아래로 통과하는 육갑문을 지나 한강공원으로 진입하면 된다. 강서한강공원은 한강 남단 가양대교에서 김포시 경계까지로, 습지생태공원과 체육공원 등이 잘 조성돼 있다. 습지생태공원은 덱을 설치해 놓아 둘러보기 편하다. 특히 조류전망대를 놓칠 수 없다. 새들이 놀라지 않게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새가 한강에서 노닐고 있어 놀라게 된다. 강서둘레길의 백미가 아닌가 싶다. 엄주엽기자 | ||
놓치기 아까운 코스 정선기념관 개관 3주년 18일까지 영인展 열어
타고난 화가인 겸재는 현령으로 근무하면서도 강서와 한강변의 경치를 적지 않게 작품으로 남겼다. ‘양천팔경첩’(8점), ‘경교명승첩’(32점) 등이 그것으로, 이 중 강서지역을 그렸거나 강서에서 바라본 강 건너의 풍광 그림 20점을 선정해 영인본 및 모사 복제본으로 전시한다. 겸재가 64세에 양천현령으로 왔으니 그의 진경산수화풍이 확립된 뒤인 원숙기의 작품들임을 알 수 있다. ‘경교명승첩’에 있는 ‘개화사’(사진)란 제목의 작품도 포함됐는데 약사사가 예전엔 개화사였음을 보여 주는 자료다. 그림을 보면 지금의 개화산과는 차이가 있다. 물론 그림에서야 과장이 있겠지만, 어쨌든 겸재의 그림을 보면 강서구 한강변이 조선시대에는 더 빼어난 풍광이었음을 알 수 있다. 후대에 ‘개발’이란 이름으로 적지 않게 훼손됐다는 것을 그림이 말해 준다. 이번 전시에는 그 외에도 겸재의 가장 이른 시기에 해당하는 화첩인 ‘신묘년풍악도첩’(13점)과 인왕산과 북악산 일대의 경치 좋은 여덟 곳을 그린 ‘장동팔경첩’(8점) 등 총 46점이 전시된다. 겸재정선기념관은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1번이나 2번 출구로 나오면 찾을 수 있다. 엄주엽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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