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걷기 좋은 길 ‘노란 유혹’ 도심 명품길… 한걸음 한걸음 걷다 ‘꽃멀미’ 날라 뚝섬역 8번 출구,들입목으로 편해, 중랑천 건너면 바로 덱계단 '마중' 매봉산엔 국내 최대 인공암벽장, 오늘 개나리 축제....주말엔 절정 정상에서 보는 한강 야경 '일품'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성종 16년(1485)에 ‘둑제(纛祭)를 둑도(纛島)에서 지냈다’는 기록이 처음 등장한다. 둑(纛)은 임금이 타는 가마나 군대의 대장 앞에 세우던 큰 깃발을 말하는데 둑기(纛旗)라고도 한다. 워낙 중요한 깃발이다 보니 그 앞에서 제사도 지냈다. ‘둑제’란 그 ‘둑기’에 드리던 제사로, 바로 그 행사를 치른 땅인 ‘둑도’가 나중에 ‘뚝섬’이란 이름으로 정착한 것이다. 중종 15년(1520)에는 ‘임금이 전관(箭串)에서 친열(親閱)하고, 답렵(踏獵)하며 포(砲)를 쏘는 것을 보았다’는 기록도 나온다. 이곳에서 임금이 사열을 받고(親閱), 군사훈련을 점검하기 위해 호위군사를 데리고 사냥(踏獵)을 하거나 포를 쏘는 등의 군사훈련을 지켜본 것이다. 그런데 앞에 ‘전관(箭串)에서’라고 했을 때, 바로 둑섬이 당시에 ‘전관’이라고 불렸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살곶이’의 한자어다. 지금도 성동교 동쪽에 ‘살곶이 다리’가 남아있지만, ‘왕자의 난’ 이후 함흥에 칩거하던 태조가 한양으로 돌아올 때 태종이 뚝섬에서 맞았는데, 태조가 화가 치밀어 태종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는 고사에서 연유한 이름이다. 뚝섬은 범람원이다 보니 예전부터 여름이면 홍수로 악명이 높았지만, 반대로 갈수기에도 항상 그 이름이 오르내렸다. 홍수야 그렇다치고, 한강이 바로 옆에 있다 보니 뚝섬에 대한제국 시절부터 시민들의 물저장소(수원지)가 건설됐다. 지금 뚝도정수장의 연원이다. 1920년과 1925년의 한강 범람 때는 뚝섬에서 수백명이 수해로 목숨을 잃었고, 1921년 가뭄 때는 뚝섬수원지의 물이 고갈돼 시민들이 위협을 받는다는 당시 신문 기사를 볼 수 있다. 넓은 광장이다 보니 서울에 골프장과 경마장이 처음 생겨난 곳이기도 하다. 서울 도심의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이었던 이곳이 여의도처럼 개발됐다면 고층건물들이 줄을 섰겠지만, 2005년 서울시민들의 공원으로 조성돼 ‘서울의 허파’라는 명성의 ‘서울숲’이 된 것은 여러모로 잘된 일이다. 서울숲을 둘러본 뒤 인근 중랑천 용비교를 건너 봄이면 개나리가 만발하는 응봉산으로 연결되는 산책로는 서울의 명품길로 꼽을만하다. 지난 9일 서울숲을 찾았을 때 지하철 2호선 뚝섬역 8번 출구로 접근했다. 가장 둘러보기 편한 들입목이다. 115만㎡(35만평)가 넘는 서울숲은 문화예술공원, 자연생태숲, 자연체험학습원, 습지생태원, 한강수변공원 등 크게 5개의 테마공원으로 나뉘어 있고, 무엇보다 한강변을 끼고 있으면서 산책로들이 잘 정비돼 있다. 서울숲만 제대로 돌아보자고 해고 두어 시간은 여유있게 걸을 만하다. 광장과 야외무대는 물론 체육공원, 생태숲, 곤충식물원, 조류관찰대, 선착장, 수변공원 등 서른 개가 훨씬 넘을 각종 시설과 볼거리들이 즐비하다. 휴일이면 돗자리를 깔고 가족 혹은 연인끼리 여유있게 소요하는 시민들이 많다. 서울숲의 중랑천 방향인 서쪽으로 용비교 너머, 요즘 노란 개나리꽃이 만발한 응봉산(鷹峰山)이 바라보인다. 용비교는 이날 찾아보니 아래 도보로 건널 수 있는 다리 공사가 한창이다. 중랑천을 건너면 바로 응봉산으로 오르는 덱 계단이 나온다. 우리나라에 응봉산이란 이름을 가진 산은 수백개는 되지 않을까? 흔히 ‘매봉’이라 불리는 산들이 응봉산과 같은 이름인데, 예전엔 매가 흔했고 또 매사냥도 흔한 ‘고급 취미’였음을 말해주는 지명이다. 지금이야 아파트 등 건물에 눌려 왜소해 보이지만, 한강변에 우뚝 솟아있는 암반산인 응봉산이 예전에는 간단치 않은 아름다움을 지녔을 것이다. 매봉산에 올라보면 ‘입석포터(立石浦址)’라는 푯말을 볼 수 있는데, 옛적에는 한강변의 큰 바위가 마치 사람처럼 서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아래 한강변에서 낚시질하던 옛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응봉산 자락은 과거 채석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는데, 1999년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인공암벽장으로 만들어 놓았다. 올 봄이 좀 쌀쌀하다 보니 응봉산 개나리의 개화가 좀 늦었다. 매년 4월초에 성동구에서 주최하던 응봉산 개나리축제가 올해는 13일에야 열린다. 아마 이번 주말에 찾으면 절정의 개나리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응봉산 정상은 한강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강 건너 멀리 청계산과 우면산, 관악산, 한강의 영동대교와 성수대교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저녁이면 한강의 야경촬영을 하려는 사진작가 지망생들 서넛씩을 꼭 만날 수 있다. 한강야경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엄주엽기자 | ||
놓치기 아까운 코스 놓치기 아까운 코스 - 서울숲~N서울타워 4시간 걸려 서울숲에서 남산 N서울타워까지 거리는 8㎞(20리) 남짓이고, 시간상으로 3시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서둘러 걷자면 그렇고, 찬찬히 보면서 걷자면 4시간은 잡아야 한다. 높낮이가 크지 않아 작정하고 걸으면 크게 힘들지 않다. 주요 코스는 서울숲→응봉산→독서당공원→대현산공원→배수지공원→금호산→매봉산→버티고개→국립극장→남산 N서울타워 등으로 연결된다. 한강 북쪽길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걷다보면, 지금은 높고 낮은 건물과 주택가 형성으로 그 전체 모습을 가늠하기 불편하지만, 예전에는 남산에서 응봉산까지 한강 북쪽을 따라 죽 능선길이 이어졌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또 요즘은 지자체들이 구석구석 공원을 잘 만들어 놓아 쉬엄쉬엄 구경을 하면서 걷는 맛도 좋다. 응봉산을 바로 내려가면서 생태다리를 건너 독서당 공원이 나오는데, 세종 때 집현전 학자들에게 휴가를 주어 독서를 하게 한 곳이라고 한다. 대현산 공원과 대현산 배수지는 주변이 산책로로 깔끔하게 정비돼 있어 운동하는 주민들이 늘 많다. 금호산(사진)은 응봉근린공원이란 이름으로 특히 맨발로 걷는 자갈길을 잘 만들어 놓았다. 매봉산에 이르면 남산타워가 보이기 시작한다. 매봉산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전망도 응봉산에 못지않다. ‘서울숲~남산’ 길은 중간중간에 도로를 지나야 하지만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특히 마지막 구간의 남산에서 매봉산까지 버티고개 생태통로 조성 공사가 거의 끝나고 있어 명품길의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엄주엽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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