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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길(13) 불암산 숲탐방로

박상규 2012. 9. 12. 12:42
 
 
 
 

[문화] 걷기 좋은 길
(13) 불암산 숲탐방로

활엽수 터널 2.8㎞ 쭉… ‘피톤치드 샤워’ 굿~

상계역 출발,족히 4시간이면 OK, 나무에 명찰.숲 해설판...길 안내
학도암 '풍광 鶴이 날아들 듯 수려, 화강암 '마애관음보살좌상' 인상적
삼육대 호수엔 비단잉어 '꽃물결쇼', 태릉 메타세쿼이아길도 걸어볼 만


▲ 30일 불암산 정상행을 목표로 길을 나선 등산객들이 산기슭에 조성된 ‘숲탐방로’를 걸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불암산 숲탐방로는 노원구 상계·중계동 쪽 기슭의 활엽수대를 따라 조성됐다. 심만수 기자



올해는 5월 말부터 한여름이다.
햇볕과 아스팔트의 복사열 때문에 장거리 걷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잘 정비된 ‘걷기 코스’가 짜증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여름에 ‘걷기 좋은 길’을 찾아보았다. 숲탐방로가 딱이다.
여기에 운동효과도 높일 수 있는 코스라면 여름철 걷기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불암산 숲길 탐방로를 거쳐 삼육대-태릉선수촌 앞길을 걷는 코스가 그렇다.
불암산과 태릉선수촌 길을 머릿속에 그리면 ‘국가대표’가 오버랩되는 것은 기자만은 아닐 듯싶다. 마침 2012런던올림픽 개막 60여 일을 남기고 태릉선수촌에서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피와 같은 땀을 흘리고 있다.
선수촌 앞을 지나면서는 그들에게 ‘파이팅’을 외쳐 주자.


등산코스로 이름난 불암산(해발 507m)은 깔끔한 암반이 많은 산꾼들을 불러 모은다.

그러나 최근에는 산기슭에 조성된 ‘숲탐방로’를 이용하는 ‘걷기 마니아’들이 더 많이 찾는 곳이 됐다. 불암산 서쪽 자락을 따라 걷는 이 코스는 학도암을 거쳐 남양주 쪽의 삼육대를 거쳐 ‘한국 스포츠의 요람’ 태릉선수촌 앞과 육군사관학교 옆의 메타세쿼이아 길까지 이어진다.
총 12㎞ 정도. 이 가운데 숲길은 2.8㎞. 넉넉히 자유롭게 걸으면 4시간여가 걸린다.

불암산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지만 ‘숲탐방로’를 찾기 위해서는 노원구 상계동, 지하철 4호선 상계역 1번 출구부터 시작하는 것이 정석(?). 상계역을 나와 좌회전, 다시 좌회전해 큰 길로 나와 경남아파트단지 왼쪽 편을 끼고 크게 돌면 ‘불암산 공원’이라 쓰인 큰 비석이 보인다. 이번 코스의 출발점이다.

처음은 시멘트로 포장된 오르막인데 100m만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갈림길에서 ‘불암산 숲탐방로 입구’라고 쓰인 안내판이 보인다.
이후 다음 갈림길이 나오기까지 800m 구간이 ‘불암산 숲길 1’으로 분류할 수 있다.
활엽수림 사이로 나 있는 길은 높낮이가 있어 운동효과도 만점이다.

‘불암산 숲탐방로’는 사단법인 ‘생명의 숲’에서 녹색복권 발행 수익금으로 조성했다고 한다.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숲길을 걸을 수 있도록 환경 친화적으로 정비했다.
나무에 명찰을 달아 산림을 소개하고, ‘숲 해설판’은 물론 ‘도서대’도 만들어 놓았다.
노원구에서는 매주 ‘숲탐방 해설 교실’을 운영, 어린이들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산 생태학습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숲길 1 구간이 끝나는 곳에는 정자와 간이 화장실이 있는 ‘쉼터’도 마련돼 있다.
오른쪽으로 돌아 걸으면 실내배드민턴장을 지나게 되고, 100여 m를 지나면 ‘불암산 숲탐방로 숲길 2’ 구간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숲길 2구간을 300여 m 정도 걷다 이정표가 나오는 갈림길에서 학도암을 들른다.
산책으로 생각하고 길을 나선 이들에게는 조금은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무리다 싶으면 그냥 지나쳐 ‘104마을 사거리’나 ‘삼육대 방향 사거리’로 곧장 가도 좋다.

그래도 최고의 석불을 보고 싶다면 잠시 다리 품을 팔아야 한다.
돌계단을 딛고서 학도암까지 올라가면 암자 오른쪽으로 거대한 화강암에 새겨진 ‘마애관음보살좌상’이 시선을 끌어모은다.

조선후기 석불 중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 마애관음보살좌상은 학도암에서 기도를 해서 효험을 본 명성황후의 지시와 후원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정으로 조상 주변의 돌들을 모두 파내는 ‘돋을새김’ 방식으로 만들어져 더욱 눈길을 끈다. 일반적인 음각에 비해 무척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돋을새김 방식의 불상은 조각가 장선과 석수 김홍중이 새겼다고 한다.

한편 학이 찾아드는 곳이라는 이름만큼이나 풍광이 수려한 학도암은 많은 시련을 겪었다고 한다. 1624년 불암산에 있던 옛 절을 이곳으로 옮겨 중건했으나 6·25전쟁 당시 모두 소실되어 지금의 건물은 1965년에 재건한 것이다.

학도암에서 약수 있는 곳을 지난 후 다시 오르막을 오른다. 돌과 나무계단을 한동안 오르다 능선 위에서 갈림길을 만나면 ‘10번 종점’방향으로 걷는다.

600여 m 거리의 능선 오솔길을 따라 두어 번 갈림길을 지나 ‘삼육대 방향’으로 돌아 내리막 숲길을 걷는다. 철망을 따라 약 300m를 걸으면 ‘더 이상 등산로가 없다’는 안내판과 함께 삼육대로 들어가는 ‘쪽문’이 보인다. 평소 별다른 일이 없는 경우 개방돼 있으니 학교로 내려가면 된다.

400여 m의 숲길 끝에 삼육대의 제명호가 있다. 이 호수에는 수많은 비단잉어가 노닌다.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어서 물고기들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반긴다.

오른쪽으로 호수를 반 바퀴 돌아 삼육대 안으로 들어선다.
여기서 코스를 마무리해도 좋다.
삼육대 정문을 나와서는 태릉선수촌 앞을 지나 ‘메타세쿼이아길’도 걸어 볼만하다.

이후 만나는 옛 화랑대역 가는 길 역시 잎 넓은 가로수들이 푸른 그늘을 만들어 주어 여름철에 특히 돋보이는 구간이다.

박광재 기자

놓치기 아까운 코스 : 태릉선수촌 ~ 불암산 헬기장

태극전사 구슬땀 흠뻑 ‘메달 트랙’… ‘돌주먹’ 문성길 21분대 주파 기록

서울 노원구 공릉과 경기 남양주의 경계를 이룬 불암산 자락에는 한국 스포츠의 요람 역할을 해 온 ‘태릉선수촌’이 자리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이 60여 일 남짓 남은 요즈음도 태릉선수촌에는 13개 종목 250여 명의 대표선수들이 입촌해 땀을 흘리고 있다. ‘국가대표와 불암산’은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고통과 눈물, 그리고 메달의 영광이 점철된….

바로 지옥 훈련으로 불리는 공포의 ‘불암산 크로스컨트리’ 때문이다.
매주 금요일 오후 대표선수들이 태릉선수촌 뒤 불암산을 달리는 ‘특별훈련’이다.
여자핸드볼팀의 좌절과 영광을 담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도 소개됐다.

태릉선수촌 트랙을 돌아 불암산 정상에 좀 못 미쳐 임시 헬기장까지 왕복 7∼8㎞의 코스를 전력질주하는 훈련이다. 태극마크를 단 영광의 발자국과 땀방울이 만든 ‘메달 코스’인 셈이다.

지난 30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최경택 지도위원은 “예전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필수 훈련이었지만 지금은 종목별 특성과 훈련스케줄에 따라 실시하는 자율훈련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여전히 복싱과 레슬링, 유도 대표선수들에게는 필수 코스로 생각하고 있는 훈련이다”고 설명했다.

불암산 크로스컨트리 코스 중 대표선수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곳은 헬기장에 이르기 1㎞ 전 부분. 선수들에게는 ‘지옥구간’이다. 오르막 산길을 20여 분 이상 달리다 지친 상태에서 만나는 좁고 거친 돌길이다. 이후에는 선수들이 ‘눈물고개’라 부르는 마지막 고통의 고개를 뛰어올라야 한다. 이 눈물고개를 지나서 300m 정도 가면 비로소 종착지인 헬기장에 도착한다.

일반인이 걸어 오르면 50분 정도지만 국가대표 훈련에서는 선두 그룹이 평균 25~28분에 주파한다. 복싱, 레슬링, 유도 그리고 동계종목인 쇼트트랙 선수들이 매회 1위를 차지한다.

1980년대 복싱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돌주먹’ 문성길이 세운 21분대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는 ‘불암산 크로스컨트리의 전설’로 남아 있다. 최근에는 2012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복싱의 신종훈의 기록이 제일 좋다는 것이 최 지도위원의 귀띔이다.

선수촌 출입이 불가능한 일반인들은 한국원자력병원 건너편 쪽 입구에서 시작해서 불암산 -깔딱고개 - 불암사 - 삼육대 -태릉 걷고 싶은 거리로 돌아오는 코스를 통해 ‘국가대표선수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박광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