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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길(15·끝) 도봉산 둘레길∼우이동 솔밭길

박상규 2012. 9. 12. 12:43

     

     

     


    [문화] 걷기 좋은 길
    (15·끝) 도봉산 둘레길∼우이동 솔밭길

    근심없는 無愁골길 울울창창 방학능선 고마워라, 두 다리

    13km 쉼없이 4시간 걸으며누'OK' , '무장애길' 휠체어 타고도 산행 가능
    원통사 도봉산 최고의 吉地에 위치, 조선 태조 이성계 기도했다는 석굴


    ▲ 도봉산 둘레길 걷기에 나선 시민들이 무장애길 쪽에서 도봉산 매표소로 이어지는 숲길을 걷고 있다. 김동훈 기자
    한여름의 걷기는 고통이다. 올여름은 더한 것 같다. 6월의 서울 낮 기온이 100여 년 만에 가장 높게 관측되기도 했다. 여기에 가뭄까지…. 그래도 마니아들은 멈출 수가 없다. 그래서 찾는 길이 숲길이다. 지난 주말(23일)의 도봉산 둘레길이 그랬다. 도봉산을 오르려던 등산객들도 산행을 포기(?)하고 ‘둘레길’로 발길을 옮긴다. 역시 여름에는 숲길이다. 걷기 시작하자마자 금세 땀이 흘렀지만 기분은 오히려 상쾌하다. 높은 온도 때문이 아니라 운동으로 흘리는 땀이기 때문인 것 같다.

    지난 주말에는 도봉산 산행을 생각했다가 더위를 피하기 위한 ‘걷기’였기에 도봉산 입구에서 출발했다. 도봉산 입구에서 도봉산 둘레길로 접어들어 무수골~원통사~방학능선~연산군 묘가 있는 왕실묘역길을 거쳐 우이동 솔밭길까지 13㎞를 4시간여에 걸쳐 걸었다.

    그간의 수도권 걷기 코스와 마찬가지로 시작은 어디서부터 해도 좋다. 도봉산 입구(예전 국립공원 관리공단의 매표소가 있는 곳), 아니면 경기 의정부시 망월사역에서 시작해 거리를 더 늘려도 좋다. 아니면 지하철 1호선 도봉역에서부터 출발, 바로 무수골을 거쳐 방학능선을 타도 좋다.

    도봉산 입구에서 우이암 방향으로 ‘도봉사’까지 난 얕은 언덕길을 가벼운 마음으로 걷는다. 도봉사를 조금 지나면 우이암으로 향하는 등산로와 ‘무장애길’표지판이 붙은 갈림길이 나타난다. 무장애길은 어르신과 장애우들의 둘레길 탐방을 위해 침목과 나무다리를 설치해 조성한 둘레길이다. 무장애길은 계단과 턱이 없어 휠체어를 타고도 500여m 걸어서 오른 뒤 도봉산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전망대)까지 이어져 있다.

    무장애길 끝부분 갈림길에서 이정표를 보고 무수골 숲길로 향한다. 무수골로 향하는 도봉산 둘레길은 평온하고도 애잔하다. 이런 느낌은 지명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근심이 없는 곳이라는 뜻의 무수(無愁)골 길이기 때문일 것이다.

    무수골에서 곧바로 도봉옛길로 난 둘레길을 걸어도 좋지만 잠시 원통사까지 2㎞여의 산행을 추가하는 것도 운동을 위해서는 ‘딱’이다. 편한 걷기를 고집한다면 둘레길 표지판대로 따라 걸으면 된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살펴본다는 관세음보살의 다른 호칭인 원통(圓通)에서 이름을 딴 원통사로 가는 길은 걷기만을 고집해 온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힘든 코스일 수도 있다.

    공원의 산책로처럼 한눈에 들어오는 길은 아니지만 곳곳에 표지판이 있어 원통사를 찾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계곡을 가로 지른 철교를 건너 바위 쪽으로 꺾어지는 길을 따라 오른 뒤 철교를 한 번 더 건너면 또 비슷한 모양의 바위가 나온다. 여기서 꺾어 150m를 더 가면 ‘나무관세음보살’이란 글씨가 새겨진 큰 바위가 있다. 여기서부터 ‘우이암’ ‘원통사’ 안내표지판만 따라가면 원통사가 나온다.

    신라 경문왕 3년(864년)에 도선 국사가 창건했다는 원통사는 도봉산의 최고 길지(吉地)에 위치했다고 한다. 사찰 경내에는 조선 태조 이성계가 기도했다는 석굴이 있다. 원통사를 거쳤다면 이제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방학능선길이다. 평탄하고 넓은 산책로 수준이다. 길가엔 들꽃까지 무성하다.

    방학동을 목적지로 삼고 안내표지판을 따라 내려가면 평지가 이어진다. 한 사람이 지나갈 만한 좁고 한적한 길을 걸으면 ‘우이동 입구 1.5㎞’를 알리는 표지판이 나온다. 그러나 우이동 입구 쪽으로 향하지 말고 80여m 앞의 갈림길에서 오른쪽 산책로로 들어선다. 여기가 방학능선~왕실묘역길로 이어지는 이번 코스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생각된다.

    마치 도심 공원 산책로를 산 위에 올려놓은 듯하다. 길 옆에 울타리처럼 늘어선 울창한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어 더없이 쾌적하다. 산바람에 흐르는 땀도 식혀 준다.

    잔 길이 많지만 가장 큰 길을 따라가면 방학동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표지판의 안내를 따라 장수산악회라는 체육시설을 지나면 동네의 민가들이 보인다. 꽤 넓은 밭들이 ‘주말농장’으로 가꿔져 있다. 여기서 방학능선은 끝난다. 큰길로 내려오면 바로 정의공주 묘와 맞닥뜨린다. 여기서부터는 ‘욍실묘역길’로 이름 지어졌다. 길 건너편에서는 통한의 정이 서려 있는 ‘연산군 묘’를 만날 수 있다. 연산군 묘는 넓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묘를 둘러본 뒤 다시 큰길로 나와 우이동으로 향해도 좋고, 새로 조성해 놓은 왕실묘역길을 따라 언덕을 넘어도 된다.

    도로가 난 가로수길은 도봉구와 강북구의 경계로 한여름에도 우수에 젖은 듯 우울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땀이 완전히 식은 후 걷는 이 길에서 잠시 ‘멜로의 주인공’이 돼 본다. 둘레길은 우이동 도선사입구길에서 봉황사 옆길로 계속 이어진다. 북한산 둘레길이다. 둘레길을 따라 걸어도 좋고, 버스가 다니는 큰길의 보도를 따라 솔밭공원까지 걸어도 상관없다.

    박광재 기자

    놓치기 아까운 코스 : 연산군 묘

    1991년 문화재 지정… ‘둘레길 영향’ 주말 500명 찾아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연산군 묘’(사진)는 지난 2006년 새롭게 단장을 했다고는 하지만 여느 왕릉과 달리 초라하다. 1991년 사적 제362호 문화재로 지정됐지만 묘역은 물론 주변 환경도 산만하다.

    문화재청 정릉관리소 연산군묘출장소 직원으로 묘역을 관리하고 있는 김기석 씨는 “2006년 지역 국회의원이었던 유인태 씨와 유홍준 당시 문화재청장의 관심으로 담장을 새로 치고, 주변을 정리하기는 했지만 다른 왕릉과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다. 최근에는 둘레길의 영향인지 평일에는 100여 명이, 주말에는 500여 명 정도가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연산군은 성종의 큰아들로 성종 7년(1476)에 태어나 18세 때인 1494년 왕위에 올랐다. 연산군은 그의 실정(失政)으로 인하여 중종반정으로 재위 12년 9월에 폐왕(廢王)이 되고 연산군(燕山君)으로 강봉되어 강화 교동에 추방되었다가 그해(1506년) 11월 31세로 병사(病死)했다고 기록돼 있다. 부인 신 씨가 연산군 무덤을 강화에서 현재의 이곳으로 옮겨 달라 청하여 옮기게 되었다고 한다. 묘역에는 연산군의 딸과 사위의 무덤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연산군 묘 인근에는 파평 윤 씨 일가가 600년 전 정착하면서부터 이용했다는 ‘원당샘’과 서울시 보호수 1호인 수령 830년으로 추정되는 은행나무가 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다. 이곳에 불이 나면 나라에 큰 변고가 생긴다는 일화도 전해 오고 있다. 큰길 건너편에는 세종대왕의 둘째 딸인 정의공주와 부군 양효공 안맹담의 묘도 자리했다. 정의공주와 부군의 묘는 서울유형문화재 제50호다. 서울 도봉구에 있는 이들 유적지가 주목받는 것은 최근 조성된 북한산·도봉산 둘레길 20구간(왕실묘역길)이 연계된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