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걷기 좋은 길
(8) 월계근린공원 ~ 오패산 ‘나풀나풀’ 봄꽃 ‘사뿐사뿐’ 봄길
약간 힘든 3개 지역 종주 코스, 지친 심신 달래는 느림의 행보 10여 km 거리 대략 5시간 'OK', 1호선 성북역서 출발하면 편해 개나리.진달래.철쭉향기 유혹, 산림욕 즐기고 역사공부는 '덤'
▲ 도봉·노원구 일대 주민들이 초안산에서 오패산으로 가는 중간 길인 우이천변 둔치길을 걷고 있다. 둔치길 위쪽에는 둑길이 조성돼 있는데 ‘벚꽃터널’을 이루고 있다. |
| ‘임도 보고 뽕도 딴다고 했던가.’
강북지역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북서울 꿈의 숲’ 주변 ‘오패산 숲길’과 인근의 ‘월계근린공원’과 ‘초안산’을 오르내리는 코스가 딱 그렇다. 산으로 치자면 동네 뒷산 정도이고, 산책코스로서는 조금은 힘겨울 수 있는 3개 지역 종주(?)는 운동은 물론, 봄철에는 ‘꽃 구경’도 할 수 있는 ‘걷기 좋은 길’이다. 동산을 오르내리며 자신의 체력을 가늠해 보고, 연결코스에 있는 우이천 둑길에서는 봄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다. 여기에 초안산에서 마주치는 ‘내시묘역’에서는 ‘역사 공부’도 한다.
메뉴가 다양한 만큼 선택의 폭도 넓다. 말 그대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의 역량에 따라 한 두 코스를 돌다 끝내도 아쉬울 것이 없다. 또 출발과 종료지점도 선택이 자유롭다. 연결이 매끄럽지 못할 때는 잠시 ‘마을버스’ 신세를 지는 것도 좋다. 물론 3개 코스를 모두 소화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코스가 오르락내리락하고, 거리상으로도 10여 ㎞를 훌쩍 넘기에 기록 경기하듯 종주했을 때는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 3개 코스를 평상 걸음으로 완주하는 데는 대략 5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작심하고 나섰다면 월계근린공원을 출발점으로 초안산을 거쳐 우이천변~북서울 꿈의 숲이 조성된 오패산에 이르는 종주코스가 합리적이다. 운동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 코스로 마음먹었다면 서울지하철 1호선을 이용, 성북역이 출발지가 된다.
◆ 월계근린공원 = 지난 23일, 3년 전쯤 발행된 ‘걷기여행 안내’ 책자를 들고 성북역 1번 출구를 빠져 나왔지만 월계근린공원으로의 접근은 그리 쉽지 않았다. 성북역 주변이 그 사이 또 변했기 때문이다. 그냥 광운대 방면으로 걷다 오른쪽 제일 높은 건물인 ‘신도브래뉴 아파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그 뒷동산이 월계근린공원이다. ‘길치’분들을 위한 안내로는 신도브래뉴 아파트 정문 경비실을 바로 끼고 왼쪽으로 돌아 난 샛길을 이용하는 것이 제일 쉬운 설명이다. 공원 정상에는 아직도(?) 군부대가 자리하고 있어 ‘출입금지’다. 군부대 철조망을 돌아 반대편으로 내려가야 하지만 오솔길이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나 있어 헤맬 수 있다. 운동이 목적이라면 몇바퀴 도는 것도 좋을 듯.
초행자는 군부대를 끼고 반바퀴(250여m)만 돈다는 생각으로 동산 허리를 걸은 뒤 ‘주공(LH)아파트 단지’와 ‘월계문화정보도서관’, ‘인덕대학교 건물’ 방향으로 내려오면 된다. 30~40분간의 ‘몸풀기’를 마쳤다면 인덕대 뒤편까지 500여m의 도보여행을 통해 다음 산행을 준비하면 된다.
◆ 초안산 = 서울 도봉구 창동, 쌍문동과 노원구 월계동에 걸쳐 있는 초안산(礎安山)은 해발 114.4m와 102.5m의 두 봉우리 일대다. 사적 제440호 ‘초안산 조선시대 분묘군’에 1000여기의 조선시대 내시를 비롯한 사대부들의 무덤이 산재해 있다. 서울 지명사전과 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에 실린 설명이다.
초안산공원은 크게 동쪽 능선과 서쪽 능선 코스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번 종주 코스를 위해서는 동쪽 능선 남쪽에서 서쪽 능선을 돌아 우이천에 이르는 것이 좋다. 인덕대 뒤편으로 곧게 난 대로 우측의 성원교회 뒤편 오솔길을 따라 오르는 게 수월하다. 교회 뒤편을 오르다 보면 중간에 펑퍼짐한 바위군을 지나 왼편에 쳐져 있는 철조망을 따라 가면 된다. 철망 왼편은 사유지로 ‘초안산 조선시대 분묘군’ 일대다. 철망 끝부분에 녹천정(鹿川亭)에 걸터 앉아 숨을 고르면서 잠시 역사 공부를 하는 것은 이번 코스의 보너스. 여기서부터는 하산하듯 가장 넓은 길을 따라 걷는다. 철망으로 막힌 듯한 곳의 ‘쪽문’을 통과하면 초안산근린공원 체육시설을 통과한다. 테니스코트와 국제규격의 인조잔디축구장이 조성돼 있다. 여기를 통과 다시 초안산 정상으로 향한다. 정상이래야 110여m에 불과하고 체육시설부터는 고도차가 70여m에 불과해 이리저리 헤맨다 해도 무방하다. 운동 삼아 오르락내리락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다. 초안산 정상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케 하는 자그마한 철탑이 있는데 여기서 헬기장 쪽으로 걸어 서쪽 능선을 따라 우이천변으로 내려온다.
◆ 우이천변~오패산 = 우이천은 서울 강북구 우이동 삼각산 기슭에서 발원하여 대동천·가오천·화계천 등과 합류하여 중랑천으로 흘러드는 한강 제2지류다. 이번 코스에서 만나는 곳은 번동 주공아파트 단지 옆의 둑길이다. 해가 없는 날은 둔치가 좋고, 햇볕을 피하고 싶을 때는 벚나무 그늘이 있는 둑길이 좋다. 요즈음이라면 햇볕에 관계없이 ‘봄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둑길이다. 600여m의 벚꽃터널을 지나 오패산으로 향한다. 이쯤에서 힘들면 오패산은 다음으로 미뤄도 좋다.
오패산에는 옛 ‘드림랜드’를 새롭게 꾸민 ‘북서울 꿈의 숲’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이곳만을 위한 트레킹을 따로 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오패산을 모두 돌아보려면 다시 동산 3개를 섭렵해야 하는 것도 별도의 일정을 추천하는 이유다.
그래도 3개 코스 종주를 고집한다면 1시간여의 산행을 각오(?)해야 한다. 코스는 북서울 꿈의 숲을 조성하면서 잘 정비돼 있어 별도의 안내가 필요 없을 것 같다.
박광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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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기 아까운 코스
내시묘들 서쪽 향한 사연? 죽어서도 왕의 안녕 기원! 놓치기 아까운 코스… 초안산 ‘조선시대 내시묘역’
| 초안산은 일명 ‘내시(內侍)네 산’이라 불렸다고 한다. 이곳에 조선시대분묘 1000여기가 자리하고 있는데 내시묘가 집단적으로 몰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미술사연구소가 2000년 5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묘 1154기, 상석 511개, 향로석 210개, 망주석 58개 등의 각종 유물이 산재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정확히 몇 기가 내시묘인지는 확인이 어렵지만 조선시대 통훈대부(通訓大夫) 내시부 상세(尙洗)를 지낸 내시 승극철(承克哲) 부부의 묘(사진)가 온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미루어 이 일대가 ‘내시묘역’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묘가 서쪽을 향하고 있는 점도 ‘내시묘역’으로 추정하는 근거다. 살아 있을 때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왕을 보좌했던 내시들이 죽어서도 궁궐을 바라보며 왕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묘의 방향을 궁이 있는 서쪽으로 잡았다는 것.
또 다른 근거는 초안산이 고려시대 남경(南京)의 후보지로 거론될 만큼 명당(明堂)이었다는 점이다. 초안산 주변에 도봉산과 수락산, 불암산, 용마산 등 경치가 빼어난 산들이 둘러싸고 동서로 중랑천과 우이천이 흐르고 있어 전형적인 명당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풍수지리가들의 설명이다. 또 조선시대 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에는 ‘내시들의 묘는 도성에서 10리 밖에 두게 하라’고 규정돼 있는데 이곳이 가장 적합한 곳이었다는 해석도 있다.
이 같은 추정이 가능했던 것은 초안산 매봉에 위치한 내시 승극철 부부의 묘비가 발견된 것이 계기가 됐다. 1634년에 묻힌 내시 승극철은 통훈대부라는 정3품의 품계까지 받은 인물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이유로 초안산 일대의 내시묘역(초안산 조선시대 분묘군)은 2002년 3월 문화재청으로부터 사적 제440호로 지정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때에도 매년 가을 마을에서 내시들을 위한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초안산이 속한 노원구도 매년 10월에 산신제와 함께 내시들을 위한 위령제를 지내는 ‘초안산 문화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가장 오래된 조선시대 상궁(尙宮·조선시대 내명부의 하나인 궁녀의 정5품 벼슬)의 묘비도 발견됐다.
서울여대의 ‘조선시대 서울지역 내시·궁녀묘역 원형연구’과정에서 초안산 자락(월계로 맞은편 버스종점 인근)에서 선조 32년(1599년)에 세워진 ‘상궁 박씨(尙宮朴氏)’의 묘비를 확인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현존하는 8기의 궁녀 묘비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박광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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