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모든것

경북 청송 주왕산, 주산지

박상규 2009. 6. 4. 18:19



 


♣ 경북 청송 주왕산과 주산지

 

청송, 물안개·백옥바위·水木…'별천지'
대청에 앉아 먼 산 보니 세상 시름 다 잊혀지네

경북 청송(靑松)군. 푸른 소나무가 울창한 이 고장에서는 주왕산국립공원과 주산지, 달기약수를 만날 수 있다. 산 속으로 들어가면 주왕의 전설이, 물을 찾아나서면 새벽 안개나 백옥바위 같은 신비스런 자태가 눈을 홀린다. 120년을 넘은 옛 집에서 하룻밤 묵으면 어느새 ‘어험’하는 양반기침이 터져 나올 것 같다. 1박2일 동안 ‘청산에 살리라’를 읊으며 청송의 산길, 숲길, 물길을 돌아본다.

●기암과 폭포 '주왕산 절경'

청송에는 주왕산국립공원이 있다. 1976년 3월 우리나라의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대한민국 대표여행지’ 또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국내여행지’ 100군데 중에서 베스트 10 안에 들어갈 것이 분명한 명소이다. ‘높이 오르면 멀리 보인다’면, ‘깊이 들어가면 진하게 보이는 법’이다. 등산이 목적이 아닌 일반 여행객들은 상의매표소에서 제1폭포를 거쳐 제3폭포까지 트레킹을 즐기고 되돌아 나오도록 한다. 왕복 7㎞에 3시간이 소요된다. 제2폭포까지 감상한다면 그 거리는 7.4㎞로, 시간은 3시간 30분으로 늘어난다. 수도권에서는 이른 아침에 떠났다 하더라도 주왕산 입구에는 얼추 점심 무렵에나 도착하게 된다. 트레킹에 나서기 전 식사를 해두는 것이 현명하다.
매표소를 통과하자마자 대전사 경내로 들어서게 된다. 고개를 들면 절집 지붕 위에 우람한 자태로 기암이 솟아 있다. 주왕산의 수문장 역할을 한다는 바위, 주왕이 깃발을 세웠다던 바위이다.

여기서 제1폭포까지 1.8㎞ 거리. 아들바위, 촛대봉, 망월대, 급수대, 학소대, 시루봉 같은 기암들을 중간에서 만난다. 협곡 사이에 나무로 만든 계단을 밟으면 물소리가 들려온다. 제1폭포에 닿은 것이다. 낙차는 크지 않으나 주변을 에워싼 검고 거대한 바위들이 공명 장치 구실을 하고 있어 물소리가 제법 크다. 나무 계단이 끝나갈 즈음에는 반드시 뒤를 돌아봐야 한다. 거인같은, 웅장한 바위들의 성채가 여행자의 상상력을 압도한다.

제3폭포에 닿기 200m 전.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제2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토끼 몇 마리 지나갈 정도로 좁은 오솔길 끝자락에서 물소리를 내는 제2폭포는 표주박을 반으로 쪼개놓은 듯한, 복숭아처럼 미끈하게 생긴 골 속으로 줄기차게 흐른다.

드디어 발길이 머무는 제3폭포. 매표소에서 여기까지 3.5㎞다. 2단으로 청정수가 떨어진다. 안전한 감상을 위해 윗단과 아랫단 물가에는 난간을 두른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수영금지 표지판과 붉은색 튜브 하나가 물가에 놓여있지만 않았다면 자기도 모르는 새, 이마의 땀을 훔치며 물가에 발이라도 담갔을지 모른다.

●영화 촬영 소문난 주산지

주왕산 트레킹과 대전사 답사를 마친 다음에는 청송민속박물관(054-870-6094)도 관람해보고 청송군 남쪽에 자리한 안덕면 고와리의 백석탄이라는 비경지대도 다녀본다.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하얀 바위들이 길안천 상류인 고와리계곡 여울에 자유자재로 늘어서 있다. 주민들은 여기서 피라미도 잡고 다슬기도 줍는다.

둘째날에는 새벽부터 부지런을 좀 떨어보자. 일교차가 큰 청송 땅에서 물안개가 드리워진 주산지의 신비로운 풍광을 감상하기 위함이다. 조선 숙종 대에 이공이라는 인물이 인공으로 만든 이 저수지는 왕버드나무 30여 그루가 물 속에서 자라는 기이한 곳이라 사진작가들에게 입소문으로만 알려졌던 곳. 그러다가 김기덕 감독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영화를 찍었다고 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여행객들의 발길이 잦다. 밀려드는 차량 때문에 지난 6월 초 연휴에는 동트기 전부터 주차장이 북적거리기도 했다.

주산지에서 운좋게 새벽 안개를 만났다면, 달기약수탕에서 철분이 함유된 약수로 스스로에게 상을 내리자. 물론 약수로 만든 닭백숙과 닭죽도 반드시 먹어봐야 청송 여행을 제대로 한 셈이다.

달기폭포 물줄기도 감상하고 청송 땅을 떠나기 전 일정이 좀 여유롭다면, 진보면 신촌리의 군립 청송 야송미술관(054-870-6535)에 들른다. 폐교를 활용한 이 미술관은 지난 4월 말에 문을 열었다. 청송 출신 한국화가인 이원좌(68) 화백의 작품과 기증 자료 등을 전시하고 있다. 입장료 무료.

●아흔아홉칸짜리 옛 집에서의 하룻밤

모닥불에 감자를 구워 먹고, 장작불로 달궈진 온돌방에 누워 허리를 지지고, 다음날이면 장닭의 울음소리에 단잠이 깨는 집. 아흔아홉칸짜리 송소고택(파천면 덕천리·경북 민속자료 제63호)에서는 ‘고택 체험’을 할 수 있다.

애초 송소고택은 조선 영조 때 만석꾼이었던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 선생이 조상의 본거지인 덕천동으로 들어와서 1880년에 지은 집이다. 2003년 7월 박경진(47)씨가 심씨 집안 후손과 직장 동료인 인연으로 가옥 전체를 임대, 고택체험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안채, 사랑채, 별채 등의 건물과 디딜방앗간, 곳간, 헛간, 우물, 장독대 등이 1500평 대지 안에 들어서 있다. 손님이 잠을 자는 방은 11개이며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용이다. 안방에만 보일러가 설치돼 있고 나머지 방들은 장작을 때는 온돌방이다.

“우리는 인절미만들기, 황토염색, 도자기굽기, 윷놀이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습니다. 대청에서 낮잠자기, 툇마루에서 책읽기, 먼 산 바라보기, 그것도 심심하면 마당 쓸기, 모깃불 피우고 감자구워먹기 정도만 합니다. 아무 것도 안 하기, 정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고택의 분위기를 온 몸으로 느껴보기가 우리 집 손님들이 하실 일입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해 ‘민속놀이 5종경기’라는 것을 후원에서 즐기게끔 했다. 제기차기, 새총쏘기, 투호, 칠교, 굴렁쇠(또는 고무신 과녁에 넣기) 등이 대표 종목. 댓 마리의 삽사리를 키우는 사람답게 박경진씨의 머리 모양 역시 삽사리 모습을 하고 있다. 그는 해마다 송소고택에서 고택연주회를 갖는다. 올해는 예외지만 2003년부터 여러 차례의 국악 연주회, 외국단체 초청 연주회 등이 열렸으며 내년 10월에는 스위스 음악학교 초청 고택공연이 예정돼 있다.

>> 불편해서 더 인간적인 '고택 체험'

TV도 없고 컴퓨터, 에어컨도 없는 고택체험에는 약간의 불편이 뒤따른다. 개별취사를 할 수 없고 화장실이나 세면실도 공용이라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때로는 창호지를 건너온 옆 방 손님의 코골이도 감상해야 한다. 그러나 하루쯤 양반 집안의 귀한 손님이라도 된 듯한 기분을 체험할 수 있다면 까짓 불편이야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지 않을까.

송소고택에서 주왕산국립공원은 차로 20분 거리, 주산지와 절골계곡은 30분 거리, 달기약수탕은 5분 거리이며 대중교통 이용 고객들은 승합차가 청송시외버스터미널로 마중나간다. 2인 기준 하루 숙박료는 5만~7만원선. 진보면 방면에서 내려갈 경우 청송읍내로 들어가기 직전 파천초등학교 방음벽을 따라 우회전, 다리를 건넌 뒤 덕천마을, 송소고택 안내판을 따라가면 찾을 수 있다.  
예약 문의 054-873-0234, 홈페이지 www.songso.co.kr

○ 클릭 ■☞ 주왕산

  ①중앙고속도로 서안동나들목→34번 국도→안동시내→청송군 진보면→31번 국도→청송터널→청운3거리→914번 지방도→주왕산국립공원  
②중앙고속도로 남안동나들목→안동시 일직면→의성 고운사 입구→79번 지방도→점곡면→안동시 길안면→914번 지방도→송소고택 입구→주왕산국립공원
  (지역번호 054): 청송읍내에 주왕산온천관광호텔(874-7000), 파라다이스모텔(873-5563), 주왕산 입구에 꿈의 궁전모텔(874-1611), 주왕산가든여관(874-0088), 진보면에 대동장모텔(872-2100), 뉴스장여관(873-9004) 등. 부남면에 청송자연휴양림(872-3163).

먹을 곳(지역번호 054): 약수닭백숙, 산채정식, 도토리묵, 파전 등이 청송의 향토음식이다. 달기약수탕 주변에 부산식당(닭백숙, 873-2078), 예천식당(닭백숙, 873-2169), 신촌약수탕 주변에 신촌식당(닭날개구이, 872-2050), 가든세계평화(닭불고기, 874-0306) 등. 대전사 입구에 수달래식당(산채정식, 873-3052), 청송읍내에 고향식당(수타자장면, 873-3066) 등.

 

●각종연락처(지역번호 054): 청송군청 문화관광과 870-6230, 청송시외버스터미널 873-2036, 주왕산국립공원(홈페이지 www.npa.or.kr/chuwang/) 873-0014, 주왕산탐방안내소 873-0018, 절골매표소 873-0019, 월외매표소 873-0017.
  주산지
주산지는 280여년 전인 1720년(숙종 46) 착공해 이듬해 10월에 완공한 인공 저수지다. 낙동정맥 분수령 가까이 있는 덕에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바닥이 드러난 적은 없다는 주산지.
둑에 서있는 작은 비석엔 ‘정성으로 둑을 쌓아 물을 막아 만인에게 혜택을 베푸니, 그 뜻을 오래 기리기 위해 한 조각 돌을 세운다(壹障貯水 流惠萬人 不忘千秋 惟一片碣)’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저수 면적 1만여평의 결코 크지 않은 주산지의 주인은 누가 뭐라 해도 300년 묵었다는 왕버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30여종에 이르는 일반 버드나무에 비해 키가 크고 잎도 넓어 왕버들이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이 주산지에서 왕버들은 진짜로 왕 대접을 받는다.
아마 주왕의 전설을 들려줄 듯 지키고 있는 20~30그루의 왕버들이 없었다면 주산지는 주왕산 깊이 있는 호젓한 저수지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연못이든, 호수든, 저수지든 물이 가득해야만 제격이다. 주산지도 마찬가지다. 모내기철이나 갈수기에 저수지의 물이 줄어들거나, 겨울에 눈은 내리지 않고 얼음만 얼어있으면 주산지의 매력은 반감된다.
봄엔 봄비가 많이 내린 다음날, 여름엔 장마가 끝난 뒤에 찾으면 좋다. 그리고 9월이 지나면 저수지에 물을 빼지 않기 때문에 넘실대는 물결을 만날 확률이 높다.
가을날 이른 아침엔 하얀 물안개가 속세를 떠난 듯 신비스럽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특히 별바위 주변이 단풍으로 물들 무렵엔 별천지가 따로 없다.  
청송 주왕산 기슭의 주산지(注山池)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당시 영화가 상영된 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엔 촬영지가 어디인지 묻는 질문이 쇄도했다. 이 영화는 2004년 제41회 대종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았는데, 주산지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작품상은 주산지 덕분”이라고 했을 정도다. 허나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암자는 아쉽게도 환경적인 이유로 곧바로 철거되었다.
국립공원주왕산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주산지를 찾는 사람은 평일에는 1일 500명, 주말엔 무려 2,000명 이상이 된다고 한다.
주왕산에 버금 가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허나 주산지는 몇 년 전만 해도 비경을 알아챈 사진작가들만이 소리소문 없이 찾아들던 곳이었다.
요즘도 주산지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형 카메라와 삼각대를 갖추고 있다. 허나 기죽을 필요는 없다. 조금 과장하자면, 주산지는 신새벽에 카메라만 들고 가면 누구나 사진작가가 될 수 있을 정도다. 어느 곳에 렌즈를 맞추든지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자기 생애 최고의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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